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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엄기영 왜 이러나?…정치적 압박·경영 위기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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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엄기영 왜 이러나?…정치적 압박·경영 위기 이중고

"경영 능력 한계 드러냈다" 비판…차기 사장 이름까지 거론?

엄기영 문화방송(MBC) 사장이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를 시작으로 연일 '초강수'를 놓고 있다. 앵커 교체에 반발해 9일부터 제작 거부를 벌이고 있는 MBC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앵커 교체 철회 △전영배 보도국장·송재종 보도본부장 퇴진 △뉴스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으나 엄 사장은 아무런 타협책도 내놓지 않고 "제작 거부 중단"만을 요구하고 있다.

15일에는 노조와의 공정방송협의회에서 "계속 인사권에 해당하는 국장 퇴진 문제를 압박한다면 그것은 내 자신에 대한 거부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사장 퇴진' 카드를 내세웠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가 '경영진 퇴진' 구호를 내놓고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을 감안하면 상식을 벗어난 '초강수'다. 이에 반발한 MBC노동조합은 16일 경영진 사퇴 등 투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부문별 총회를 열기로 했다.

엄기영 '<PD수첩> 책임자 경질 촉구' 때도 "나를 탓하라"

엄기영 사장이 부사장이나 보도국장 등 MBC의 정책 결정자들에 대한 경질 요구에 자신이 나서는 형태로 내부의 여론을 무마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엄 사장은 지난 9월 <PD수첩> 국장 경질에 MBC 노동조합이 반발해 김세영 부국장과 김종국 기획이사 퇴진 투쟁을 벌였을 때도 "나를 욕하라, 나에게 책임을 물어라"는 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엄기영 문화방송(MBC) 사장. ⓒ뉴시스
엄 사장은 <PD수첩> 시청자 사과 방송 방영이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등 친정권 행보에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을 때마다 조합원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대신 다소 특이한 '십자가론'으로 눌러온 셈. '낙하산 사장'이 취임한 KBS, YTN의 사례 탓에 쉽사리 '사장 퇴진'을 내세우지 못한 MBC 노조의 헛점을 찌르는 대응 방식이다.

MBC 노조는 "과연 MBC 기자들이 전영배 보도국장 교체를 요구하는 것이 자기 직을 걸고 맞서야할 만큼 큰 문제인가. 실망스럽다"면서 "이런 문제에서 파국을 자초하는 것을 보니 과연 경영진으로서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MBC 관계자는 "엄 사장은 '최장수 앵커'로서 방송의 공공성에 헌신해왔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MBC 노동조합이 분명한 입장을 정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 차기 사장 이름까지 오르내려…정치적 압박 극심?

이러한 '스타일'을 감안하더라도 엄기영 사장이 최근 신경민 앵커 교체를 강행하고 뒤이어 '사장 퇴진' 카드까지 내세우는 등 내부 구성원의 요구에 '강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이상하다'는 지적이 많다.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앵커는 국민들이 누구나 알고 있는 '얼굴'이기 때문에 후임자도 정하지 않고 앵커 퇴진부터 결정하는 것은 쿠데타나 전쟁 상황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며 "연달아 극단적인 두번의 선택을 하는 것은 MBC 경영진이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해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엄 사장을 옭아매고 있는 일차적인 문제는 8월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옥경) 이사 교체를 앞둔 '정치적 압박'이다. 이미 MBC 안팎에는 차기 MBC 사장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 전영배 보도국장도 지난 7일 보도본부 기별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앵커 교체건을 두고 "청와대의 압력이 있다는 걸 나도 안다. 그러나 결정할 때 그것을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해 '청와대의 압력'이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 MBC 관계자는 "지금 엄기영 사장의 행태는 순전히 '정치적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방문진 이사의 임명권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쥐고 있고 방문진은 경영진을 갈아치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상 방통위가 방문진과 MBC 경영진을 통해 내부 인사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엄기영 사장이 자신의 '퇴진'까지 걸고 지키려는 전영배 보도국장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같은 고교, 같은 과 동문으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친분 관계도 있다는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더한다. MBC 기자 출신인 박영선 의원은 "정치적 외압이라는 것은 굉장히 교묘한 것"이라며 "이번에도 한 달 전에 있었던 MBC 보도국장 교체라든가 또 그 이후에 이어지는 상황을 보면 이것이 현 정권 실세의 학맥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기념식에서 엄기영 사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프레시안

"정권 고위층, 광고주 압박으로 'MBC 죽이기' 나섰다"?

MBC의 유례없는 경영 위기도 엄기영 사장을 옭죄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4분기 MBC의 방송 광고 판매액은 1074억 원으로 2008년 같은 기간 1848억 원이었던데 비해 774억이 줄어 4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20.6%(08년 1124억→09년 892억), SBS가 21.5%(08년 1026억→09년 751억) 씩 줄어든 것에 비하면 MBC의 감소폭이 두 배 정도에 달하는 것.

이를 두고 MBC 안팎에서는 정권의 MBC 탄압이 낳은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15일 국회 문광위에서는 MBC의 경영 위기가 정권의 압박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다수 제기됐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항간에는 청와대와 문화부, 방통위 등 유관기관의 핵심 고위층들이 'MBC 죽이기'를 위해 광고주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MBC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적대적 정책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기업 등 광고주에게 영향을 미쳐 더욱 하락을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고 제기했다.

이 때문에 엄기영 사장이 안팎의 반발을 무릅쓰고 '신경민 앵커 교체'라는 무리수를 강행하는 것도 '정부 비판적'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켜 광고주에게 우호적인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최근의 경영 위기를 친정부적 행태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것. 이미 보수단체들은 "광고주들이 <뉴스데스크>의 신경민 앵커를 지적하며 광고를 꺼리는 흐름이 있고 MBC도 이를 알고 있다"(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주장까지 내세워가며 신경민 앵커의 하차를 압박해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지난 8일 낸 성명에서 "최근에는 일부 경영진이 '앵커 때문에 광고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자신들도 증명하지 못하는 '소문'까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며 사측이 이러한 보수단체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음을 폭로하기도 했다.

"엄기영, 자기 기반 파먹고 있다"

그러나 과연 엄기영 사장의 '정권 굴복'이 경영 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 MBC 관계자는 "아직 MBC의 광고는 코바코를 통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엄 사장이 앵커 교체 등을 강행한다고 해서 MBC 광고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엄기영 사장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코바코 홍보팀 관계자도 "올해 MBC의 광고 수익 낙폭이 큰 것은 지금과 대조되는 2008년 1/4분기 MBC의 경영 실적이 특히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지난해 MBC는 <이산>, <무한도전>, <아현동 마님>, <뉴하트> 등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으로 상당히 높은 수익을 올렸는데 올해는 드라마가 극히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MBC에는 <꽃보다 남자>나 <아내의 유혹>과 같은 드라마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 언론계 관계자는 이런 엄기영 사장의 행보를 놓고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교체해서 정권과 광고주의 환심을 산다는 생각은 10년 전에나 통하는 발상"이라며 "엄 사장은 이렇게 MBC를 망가뜨리면서 '코드 맞추기'를 해놓고, 나중에 사장 퇴임 압박을 받을 경우 본인을 지켜줄 기반이 아무 것도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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