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기자회가 앵커 교체를 반대하며 본격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MBC 기자회는 엄기영 사장이 신경민 앵커 교체를 결정한 13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마라톤 기자 총회에서 이성주 기자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하는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고 제작 거부 투쟁을 강도 높게 이어가기로 했다.
"우리는 보도와 제작의 자율성 지켜줄 경영진 원한다"
MBC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권력 비판은 언론 본연의 임무다. 우리는 경영진의 오늘 결정을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권력의 오만한 압력에 대한 치욕적인 굴복'으로 규정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청와대가 이미 오래 전부터 신경민 앵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교체를 요구해 왔다는 것은 이미 보도본부 구성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과연 앵커 교체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인가? 정치적 압력은 없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권력의 부당한 압력을 막고 보도와 제작의 자율성을 지켜줄 수 있는 경영진을 원한다"면서 "현 경영진은 보도본부 기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영배 보도국장과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전영배 보도국장은 열흘 만에 '노조와 기자회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던 말을 뒤집어 이미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었다"면서 "보도국장 인사와 보도본부에서 일어난 모든 전횡에 파국의 책임이 있는 송재종 보도본부장도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또 경영진에 대해 "뉴스 공정성을 위한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특히 MBC 기자회는 보도국장이 MBC 기자들의 제작 거부가 진행되던 지난 11일 아침 뉴스의 첫 보도로 예정되어 있던 '박연차 회장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측근 천신일 회장에게 수십억 원을 전달한 의혹이 있다'는 기사를 일방적으로 빼버린 것을 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날 <뉴스데스크>에서 톱기사로 보도된 특종이 새벽 5시 30분 보도국장의 전화 한통으로 아침 뉴스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라며 "기자들은 더 이상 그를 보도국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MBC 노조 "보도국장 교체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도 이날 성명을 내 "무책임한 말 바꾸기와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이번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보도국장을 교체하라. 그리고 공영방송의 의지를 훼손하는 결정을 강행한데 대해 구성원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더이상 경영진과 함께 갈 수도, 갈 이유도 없다"며 "경영진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자초할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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