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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중국에게는 '정치전략적 FT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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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중국에게는 '정치전략적 FTA'이다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52>

2004년 ASEAN+3 경제장관회담에서 민간공동연구 개시를 합의하면서 논의가 비롯된 한중FTA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산∙관∙학 공동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2008년 후진타오 주석의 방한 때는 양국 정상이 '한중 FTA를 적극 검토하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또 한번 탄력을 받았으며 지난 6일에는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중 FTA에 대한 질문에 "조기에 체결될 수 있도록 양측이 서로 마주 보며 진행시켜 나가자(相向而行)"고 했다. 산관학 연구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이제는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하자는 것인데, 이는 곧 한중 FTA에 대한 중국 측의 '구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한 자세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FTA 등에 대해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각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 나섰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분석이 가능하다.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은 2001년에 WTO에 가입하면서 세계화 추세를 감지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경제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며 FTA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중국의 FTA에는 중국의 부흥과 중화(中華)의 실현이 깃들여져 있다. 대국의식이 뿌리 깊은 중국은 나날이 강화되는 그들의 경제적 패권 지위를 활용하여 아태지역 등과 새로운 경제권을 창출함으로써 그들의 오랜 염원의 토대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과의 FTA 과정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역내에서 미국의 패권지위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도 가능하다는 정치전략적 의미도 적지 않다.

중국이 한국과의 FTA에 적극적인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찾아질 수 있다. 우선 FTA 본연의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중국의 주요 교역상대 중의 하나이므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이다. 뿐만 아니라 한중 FTA 체결로 미국 등을 비롯, 한국이 FTA를 체결하는 국가의 시장에 더욱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는 이점 등도 있다.

다음으로 정치전략적 측면인데, 한중FTA에 적극적인 중국의 이유는 이 정치전략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더욱 강하다고 생각된다. 일단 한미 FTA가 최종 타결되면 미국의 대한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은 현재 일본과의 FTA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현저히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국가의 '안전관' 즉, 국가안보 측면을 정치와 군사 위주의 전통적 분야에서 경제와 문화 등을 포함하는 비전통적 분야로 급선회 중에 있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대단히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이유 등으로 인해 중국은 한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품목 등에 대해서도 '대폭 양보'를 시사하며 한중 FTA에 대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중 FTA로 중국 측이 일방적인 손해만 본다면 중국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내부에서는 한중 FTA의 부정적 효과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참고로 중국에서는 한중 FTA 체결 후에 전자나 철강 및 석유화학, 자동차와 IT등의 첨단 분야에서 중국이 입게 될 직∙간접직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 사회의 속성상, '민감사안'인 FTA에 대한 자료를 접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더구나 당대의 핵심적인 정치경제 사안이 되고 있는 FTA는 최대의 민감사안에 해당되므로 이와 관련된 자료는 중국인 학자들조차도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하지만 중국인 전문가들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를 종합해 보면, 중국 측은 당장은 다소 고전하겠지만, 협상의 기본원칙인 '교환비율(exchange rate)', 즉 '자기의 이익 분야와 손해 분야의 비율' 측면에서 볼 때, 전반적으로는 여유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는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 등을 고려할 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중 FTA에서 중국 측이 우려하는 분야, 예를 들면 현재 한중간 교역에서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자분야 등의 경우, 중국과의 기술수준 격차는 불과 2~3년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또한 현재 큰 폭으로 상승되고 있으며 중국의 자동차 기술 수준도 2015년경에는 선진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강력한 경쟁자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한∙중 양국 사이의 이와 같은 근소한 격차를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한중 FTA로 인해 초반에는 경제적 측면에서 다소 힘들 것임을 감안해도 전체적으로는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준비된' 자세는 2007년 KOTRA의 <중국기업의 한중 FTA 인식과 전망>이라는 조사에서 중국기업의 93.8%가 한중 FTA에 대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중 FTA에 대해 중국은 정치전략적 측면을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 즉 중국 경제에 있어 당장은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한국을 중국 측에 더 가깝게 묶어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에 대해 경제적으로 좀 더 유익하게 해 주는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현 상태에서 한국은 그야말로 최대의 '목린우호(睦隣友好)'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는 중국의 '유혹'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이 정치전략적 측면을 위주로 하고 있는 만큼, 우리 또한 이 측면에서의 보다 더 치밀하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국이 이미 체결한 다양한 경제협정 가운데, 경제적 측면 외에도'중국위협론'확산의 차단 등과 같은 정치 전략적 측면도 크게 고려한 "중-ASEAN FTA(2002.11)"나 중-칠레 FTA(2005.11) 등과 같은 중국의 또 다른 '정치적 FTA'에 대해 보다 더 상세하게 연구하고 분석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기업의 93.8%가 한중 FTA에 대해서 지지한다고 하지만, 기업의 실제 목소리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거나 연구하여 발표하는 기업 부설 연구소 등이 제대로 설립되어 있지 않은 중국의 현황에 비춰볼 때 이러한 조사 결과는 기업들의 '순수한' 견해라고 하기는 힘들다. 다시 말해 실제 상황에서는 '당국 따로', '기업 따로'현상이 심각한 중국의 현황을 고려할 때, 한중 FTA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크게 기대하고 있는 각종 비관세 장벽 등의 개선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에 따라 우리는 한중 FTA를 재촉하는 중국 측에 중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령(令)'이 좀 더 제대로 작용하여 이러한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하는 보다 더 상세한 요구안도 마련해 나갈 필요도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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