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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국 여기자 2명 억류…북미관계 풍향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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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국 여기자 2명 억류…북미관계 풍향계 될 듯

지난 17일 북중 접경지역 취재 도중 체포돼

미국 국적의 여기자 2명이 지난 17일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에서 취재를 하던 중 북측에 의해 억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외교 소식통은 19일 "북·중 접경지대인 두만강 인근에서 미국인 여기자 2명이 지난 17일 북한 경비원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자들은 갈수기이고 철조망이 없어 북-중 경계가 불명확한 두만강 주변에서 북한 지역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던 중 북한 군인들의 제지 요청을 받은 뒤에도 계속 취재했고, 이에 북한 경비 요원들이 이들을 체포했다.

기자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한 언론사 소속이고 그 중 한 명은 한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취재진은 모두 3명이었고, 두만강을 넘어 북한 측 영토로 월경했다가 여기자 2명은 체포됐고 남자 스태프 1명은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체포 당시 기자들이 어느 나라 영토에 있었는지, 북한 경비원들이 중국 영토로까지 무단으로 넘어가 기자들을 데려갔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친강(秦剛)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국적의 기자들이 중국 국경에서 북한을 취재하던 도중 북한 군에 의해 억류된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북-중 변경지역에서 미국인들에게 발생한 사건에 대해 중국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두만강변 북한 마을 풍경 ⓒ연합뉴스

<뉴욕타임스> "중국계·한국계 미국인, 조선족 중국인 등 3명 붙잡혀"

<뉴욕타임스>는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로라 링(Laura Ling)이란 이름의 중국계 미국인과 한국계 미국인 이은하(Euna Lee) 씨, 가이드였던 조선족 중국인 이렇게 세 사람이 17일 아침 북한 국경수비대원들에게 억류됐다고 인권단체 등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언론인들의 중국 취재를 도왔던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가 최소 3명이 북한군에 의해 억류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기자들이 중국으로 가기 전 이들을 만났던 한국 기자 한 명은 그들이 앨 고어 전 부통령 및 사업가인 조엘 하야트가 설립한 국제 케이블 채널 <커런트TV>의 '뱅가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취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천 목사는 기자들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때는 17일 아침 6시였다면서, 기자들은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실태를 취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은 (통화에서) 중국에 간 목적을 완수했다고 말했다"며 "취재에 굉장히 열성적이어서(too ambitious) 나는 국경 근처로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천 목사는 북한의 국경수비대원들이 최근 중국 쪽에 있는 외국인들을 국경 가까이 오도록 '꾀어낸' 뒤 무작위로 잡아간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주한 미국 대사관의 아론 타버 대변인은 이 같은 보도를 즉각 확인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향후 북미관계 돌발변수

이번 사건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고 미국의 식량지원마저 거부하는 등 오바마 행정부와의 본격적인 협상 전 '몸값 올리기'를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는 가운데 돌발적으로 발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해결 방향이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의 북미관계 초반 분위기를 좌우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키 리졸브'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계기로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했던 북한이 기자들의 취재를 '간첩활동'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나온다면 북미간의 분위기는 당분간 냉랭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북한이 조사 후 '훈방 조치'하는 등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양국 관계에는 예상보다 빨리 훈풍이 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으로 볼 때 북한 역시 이번 건을 '키울' 생각이 없다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날 한국 언론에 노출됨으로써 북한도 '원칙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일이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건 부정적으로건 별 파장이 없고 머잖아 해결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한 미국, 북한은 물론 중국도 연관된 문제이고, 특히 북한군이 중국 쪽 영토에 들어갔다면 북중간의 외교 갈등으로도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세 나라가 '조용한 해결'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두만강변에서 행진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 ⓒ로이터=뉴시스

美, 96년엔 특사까지 보내 사태 해결

한국 정부는 이 사실을 며칠 전 인지한 뒤 현재 상세한 사실관계를 파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 사건이 북미 양국의 문제인 만큼 확인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의 문태영 대변인은 "보도에 대해 우리로서 특별히 언급할 바가 없다. 그리고 확인할 사항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사건 발생 직후 뉴욕 채널(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을 통해 북한의 조속한 석방을 요청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1996년 11월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가 압록강을 넘어 북한으로 밀입북하자 간첩으로 간주해 구속했다. 이에 빌 클린턴 대통령은 빌 리처드슨 당시 하원의원을 북한으로 보내 협상을 하게 한 끝에 그를 석방시켰다.

하지만 미국이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특사를 파견하려는 움직임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들이 북한에 체포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99년 6월 미 국무부가 미국인 1명이 중국 접경지대의 북한 경제특구 한 곳을 방문하다가 체포됐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캐런 한(58세)으로 밝혀진 그 미국인은 베이징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이었고, 특별한 이유가 공개되지 않은 채 1개월 동안 붙잡혀 있은 후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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