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4년 한국에서 개최될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제12차 당사국 총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김영호 단국대 석좌교수(전 산업자원부 장관)는 '자연의 재발견'에 방점을 찍었다.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를 유치하고자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막화방지협약, 기후변화협약과 함께 유엔 3대 환경 협약으로 꼽히는 생물다양성협약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낯설다. 2010년에 일본 나고야에서 생물다양성협약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었고, 지난 2011년에는 '생물 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김영호 교수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렇다면, 원로 경제학자인 김 교수는 왜 '생물다양성협약 전도사'를 자처했을까? 김 교수는 "현재 지구 상의 생물 중 인간은 오직 5퍼센트 정도의 생물만 이용하고 있다"며 나머지 95퍼센트의 생물에 대해 연구한다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영호 교수는 생물다양성협약이 "자국에 있는 다양한 생물의 현황을 파악해 '생물 주권'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에서 "각국 생물자원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한국이 이 총회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으로 다양한 생물을 어떻게 이용할지 연구해 생물 주권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제약 산업 등에서 한국만 나홀로 뒤처지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김 교수는 "지금이라도 범정부적 차원에서 나서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1월 30일 오후 서울시 서교동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김영호 교수와 만났다.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맡았다. <편집자>
▲김영호 단국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21세기의 르네상스는 자연의 재발견"
프레시안 :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총회가 오는 2014년 한국에서 열린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사막화방지협약, 기후변화협약과 함께 '유엔 3대 주요 환경 협약'으로 꼽힌다고 들었다. 그러나 다른 두 협약에 비해 생물다양성협약은 대중에게 낯설다. 생물다양성협약은 무엇인가?
김영호 : 생물다양성협약(CBD)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정상회의(UNCED)에서 사막화방지협약, 기후변화협약과 함께 채택됐다. 생물다양성(Biodiversity)개념은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제목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생물종(species) 다양성, 유전자(Genetic) 다양성, 생태계(Ecosystem) 다양성을 총칭한다.
개인적으로 그 중에서도 생물다양성협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지금 현재 지구의 생물 종 다양성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지금 이런 속도라면 20년 후에 바다의 물고기가 모두 없어진다. 식물도 1년에 4만~5만 종이 없어져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네이처>는 2050년에는 생물종이 지금의 4분의 1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유엔은 생물 다양성 전망 보고서에서 이전보다 1000배 이상 빨리 생물종이 감소하고 있다고 주의를 환기 시키고 있다.
이것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회복은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 아닌가? 16세기의 르네상스는 인간의 발견이었지만 21세기의 르네상스는 자연의 재발견이다. 18세기 이래의 산업 혁명은 화석 연료에 의한 반자연적인 것이었지만 21세기 이래의 신 산업 혁명은 태양 내지 수소 에너지에 의한 친자연적인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사라지는 생물 중에는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상당수다. 생물은 하나하나가 굉장한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은 생물의 4, 5퍼센트 밖에 이용하지 못하고 95퍼센트는 활용하지 못한다. 인간이 잘 모르는 것을 잡초라 하는데 잡초란 식물은 없다.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강조하자면, 만약 이것을 잘 지켜서 활용하면 생물계는 새로운 경제 발전의 보고가 될 수 있다.
지난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됐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자원을 활용하며 생기는 이익을 국가 간에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 협약이다.
나는 2007년부터 2010년 총회를 서울로 유치하여 '나고야 의정서'가 아닌 '서울 의정서'를 만들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나 정부가 움직여주지 않았다. 결국 제10차 당사국 총회를 일본이 유치해 이런 시도는 좌절됐다. 이후 제11차 당사국 총회가 2012년에 인도 하이드라바트에서 열렸고, 그곳에서 2014년 제12차 당사국 총회를 서울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2012년 여름 이후, 우리가 서울 여러 곳에서 한국이 제12차 당사국 총회를 유치하자는 서명 운동을 했다. 그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지나가다 서명했다. 지난 8월에 제주도에서 열린 '세계자연보호총회'에 생물다양성협약의 사무총장이 왔었다. 그때 우리가 한국에서 서명한 것을 전부 제출했는데 이를 보고 그 양반이 감동했다더라.
한 가지 기막힌 것은, 이렇게 국제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물다양성협약의 2014년 당사국 총회의 한국 유치가 지난해 10월 확정됐는데 국내의 거의 모든 언론이 외면했다. 당사국 총회 유치를 위해서 앞장선 입장에서 서운하기도 했고, 한국 언론의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를 확인하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프레시안 :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뭔가를 하자'는 뜻으로 생각되는데, 이를 위해서 어떤 조치를 모색하고 있나?
김영호 : 지금 생물 산업에서 핵심은 자국에 있는 다양한 생물의 현황을 파악하고 '생물 주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보자. 은행나무 잎에는 혈액의 순환을 돕는 성분인 '징코민'이 있다. 버드나무에서 아스피린 원료가 나오고 주목에서 항암제 '텍솔'이 나온다. 지렁이에서 혈전 용해제가 나오고 개구리 피부에서 항생제가 나온다. 이런 예는 무수히 많다. 한국에서 은행나무의 가치를 모를 때 독일과 스웨덴이 이것을 헐값으로 가져가서 활용했다. 거꾸로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에 있는 생물 종을 우리가 발견해서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제약 산업에서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은 핵심이다.
지난번 나고야에서 열린 총회의 핵심 문제 역시 '각국 생물자원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였다. 당시 그 자리에는 세계 유수의 제약 업체 관계자뿐만 아니라, 중요한 경제계, 산업계 관계자를 보내지 않은 나라가 없었다. 유독 한국의 경제계, 산업계만 아무도 참가하지 않았다. 장담하건대, 이런 무관심의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지금처럼 각국이 생물 다양성을 파악하고 이익을 공유하자고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이 관심을 두지 않으면 배제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현재 생물 10만 종 중 10분의 1밖에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만약 외국의 제약 업계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생물자원에서 신약의 원료를 찾아 개발한다면, 한국의 제약 업계는 복제 약만 만드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프레시안 : 탄소 배출권의 거래 등이 중요한 사업이 되는 등 기후변화협약의 산업적 중요성은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생물다양성협약에 의한 산업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인가?
김영호 : 생물 다양성 시장은 흔히 기후 변화 관련 시장보다 8배 정도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는 생물자원의 기능 가치와 내재 가치 직접 가치와 간접 가치를 포함하여 종자 바이오 에너지 등의 경제적 가치, 인간 생존에 필요한 기본 환경을 제공하는 생태적 가치, 생물종의 음식 생활습관 등을 통해 구현되는 문화적 가치, 다양한 생물자원을 통해 문명이 발생하고 사회가 발전하는 사회적 가치, 기존 선진국과 생물자원을 보유한 국가 간의 힘의 균형을 이루게 해주는 정치적 가치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생물 영감, 생물 모방 기술이 가져다주는 소위 청색 산업 혁명의 가치를 포함하는 더욱더 크다. 구체적으로는 생물 영감(bioinspiration), 바이오닉스(bionics),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가 있다.
"생물자원에 한국의 미래가 달렸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의 생물 10만 종에 대한 현황 파악이 10분의 1도 제대로 안되었다는 지적에 걱정이 앞선다. 지금까지 파악된 것의 경제적 활용 가치는 어떤가?
김영호 : 신물질을 개발해서 제약 산업이나 식품 산업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몇 십만 년의 기후 변화와 풍파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버텨온 식물과 생물에는 이것을 가능하게 한 무엇인가가 숨어있지 않겠나. 이것을 발견하는 기술인 바이오 생물 영감(bioinspiration), 바이오닉스(bionics),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 기술 등은 블루오션이다.
바이오미미크리의 예를 들어보자. 내가 어릴 때 들판에 나가면 뱀, 도마뱀, 개구리, 두꺼비 천지였는데 그 중 도마뱀이 특히 싫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잔인하게 죽였다. 사실은 내가 생물다양성협약에 이렇게 열심인 이유도 바로 그들에게 속죄하기 위해서인데…. (웃음) 아무튼 나중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서 유명한 건축가인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가우디는 도마뱀을 굉장히 좋아해서 침대에 도마뱀을 두고 같이 잘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도마뱀의 색이 가우디 건축의 알록달록한 색채에 중요한 모티프가 되었다. 도마뱀의 울퉁불퉁한 피부도 가우디 건축의 울퉁불퉁한 표면에 그대로 반영됐다. 도마뱀을 싫어하는 나는 도마뱀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 도마뱀을 좋아하는 가우디로부터는 세기의 건축 예술이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벽을 타는 도마뱀의 발바닥에는 표면에 잘 달라붙도록 하는 나노 빨판의 접착 장치가 있다. 이런 접착 장치의 원리를 이용해서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끈끈이 로봇 기술을 개발했는데 <타임> 2006년의 최고 기술로 선정했다. 이 기술은 높은 건물의 외벽을 청소할 때나 혹은 우주 개발 과정에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도마뱀은 여러 가지 첨단 접착제 개발의 영감을 많이 주었다. 혹은 알프오 스파이더맨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를 연구하는 내 친구 아들의 예를 봐도 바이오미미크리의 응용 범위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알 수 있다. 그의 연구실에 가면 큰 유리 상자 속에 바퀴벌레가 있다. 바퀴벌레는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다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게 아니라 급정거를 한다. 그는 이 원리를 자동차에 이용해보려고 바퀴벌레를 관찰한다. 상어 지느러미를 본 딴 수영복이 수영 선수에 필수적이다. 또 이를 비행기 날개에 이용하면 공기 저항을 8퍼센트가량 감소시킨다. 모기 주둥이를 모방한 무통 주사 등도 개발되었다.
▲김영호 단국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한국은 생물의 지옥"
프레시안 : 그렇다면 한국의 생물자원을 파악하기 위해 정부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
김영호 : 그게 지난 2011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생물 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의 핵심이다. 그런데 얼마나 관심권 밖이면 이 사실이 신문에 한 줄도 안 났다. 이제 범정부적인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자고 하는 것인데 지금 시작해도 아주 늦었다. 이처럼 생물을 지키고 사랑하는 데 대해서 한국은 굉장히 후진국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표지에 지옥도를 실으며 세계 경제가 지옥이라고 했는데 나는 한국이야말로 생물 종의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조류 독감) 때문에 무려 약 1000만 마리의 소, 돼지, 닭, 오리를 생매장한 것을 생각하면 한국은 동물들의 지옥이자 생물들의 지옥이다.
프레시안 : 한국의 생태 복지가 12위라는 자료를 보았다. 생태 복지란 무엇이며, 12위란 순위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김영호 : 지금은 순위가 더 떨어졌다. 생태 복지란 동식물의 복지와 그런 동식물과 인간이 더불어 편안히 살 수 있는 복지를 포괄하는 말이다. 덴마크의 한 과학자가 한국에 와서 몇 달 머무르며 조사한 결과를 보고 내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의 연구를 보면, 공장식 밀집 사육을 당하며 학대 받는 한국의 동물은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물질이 많다. 그는 이렇게 경고했다.
"한국의 동물과 식물들은 인간에 대한 저주를 품고 있다. 그래서 그 음식에는 독성이 있어 한국 사람들은 병에 잘 걸릴 것이다."
프레시안 :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의 한국 유치에 나선 것은, 한국이 이제라도 생물 다양성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자는 차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생물다양성협약 한국위원회는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나.
김영호 : 나는 올해를 한국생물다양성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이롭게 해야 인간이 이롭게 된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생활을 보건데 원래 홍익 인간 개념에 자연과 일체화된 삶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더욱 저항 없이 홍익 자연 개념으로 확장할 수 있다. 나는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단군의 홍익 인간 사상을, 널리 자연을 이롭게 하자는 홍익 자연 사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는 2014년 총회를 앞두고 생물다양성협약 한국위원회는 홍익 자연 사상과 그에 걸맞는 삶의 문화를 어떻게 보급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남북한 생태 통일, 한국의 바이오미미크리 청색 산업 부흥도 관심사다.
프레시안 : 2014년에 열리는 총회의 주제는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김영호 : 유엔은 2010년대(2010-2019년)를 생물 다양성의 10년이라고 정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나고야 의정서를 수정·확장해 보자는 게 우리의 꿈이다. 나고야 의정서에서 생물자원 보유국의 권리를 강화 한 것은 진전이다. 일본은 이익의 공유와 생물자원의 주권 확보라는 모순된 문제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우리 쪽은 아직 준비가 약한 편이다. 자칫하면 나고야 의정서 뒤치다꺼리 총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문화 다양성, 생물 다양성, 산업 다양성을 함께 연결하는 구상이 어떨까 한다. 여러 가지 문화 다양성이 생물 다양성과 관계가 있고 그것은 산업 다양성으로 연결 될 수밖에 없다. 방금 언급한 남북 생태 통일도 분단 이후 단절된 남북 생태와 남북 문화를 같이 고민해 보자는 취지고 백두대간 생태 프로젝트는 사무총장도 매우 흥미 있어 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2014년 생물다양성협약을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북 공동으로 주최할 수도 있다. 북한에 간접적으로 의사를 타진해 보니 "이명박 정부하고는 하지 않겠지만 그다음 정부하고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더라.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정부, 정계가 관심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프레시안 : 기업 쪽의 관심도 미미한 편이다.
김영호 : 지금 시행되고 있는 ISO 26000에서는 생물 다양성 문제를 환경 분야의 큰 이슈로 선정하여 기업의 사회적 활동의 주요 실천 사항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유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도 기업의 환경성과 지표 중 생물 다양성 관련 6개 항목을 지정하고 있다. 또 다우존스 지속 가능 지수에도 생물 다양성 항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고야 의정서 이후 기업은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독일, 덴마크, 스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만 하더라도 '기후변화협약에 얼마만큼 대응하고 있느냐'가 기업을 평가하는 6가지 항목에 포함된다. 또 다른 평가 항목 중 하나가 '생물 다양성 영역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느냐'다. 그런데 한국 기업은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에 대한 기여에 뒷전이다.
생물 다양성, 문화 다양성, 산업 다양성이 연결되려면 기업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생물 다양성 문제에 공격적인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아직까지 삼성 정도 인 것 같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생물 다양성 관련 시장은 어느 나라가 앞서 가고 있는가. 위에서 언급한 유럽 국가들이 앞서고 있나?
김영호 :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영국 등이 앞서 가고 있다. 영국은 지금 '노아의 방주'라는 각종 씨앗을 밀봉해서 보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는 상위 100대 기업의 80퍼센트가 구체적으로 생물 다양성 관련 사업 활동을 하고 있고, 2010년 8월 약 340개 기업이 생물 다양성 선언을 했다.
한국도 비무장지대에 세계 자연사 박물관을 만들면 어떨까. 위도 36~38도 사이가 세계에서 생물 종이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위도다. 비무장지대에 세계 자연사 박물관에 유치해서 북극 지방 생물, 열대 지방 생물까지 온실 전시하면,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 세계의 모든 생물 종을 다 볼 수 있게 된다. 비무장지대가 새로운 생물종의 세계적 보고가 된다.
"<흥부전>의 홍익 자연 사상을 되살리자!"
프레시안 : 역시 아직 국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김영호 : 높지 않다. 그래서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오는 2월 5일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또 앞으로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에 관한 글을 <프레시안>에 연재해 책으로도 낼 생각이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미래가 달린 생물 다양성 의제를 확산시키고 싶다. 또 더 나아가 남북한의 생태 평화 통일을 자극하고 싶다. 이 모든 게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 간의 화해를 모색하려는 시도다.
프레시안 : 원로 경제학자로서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 책임 투자에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활동을 펼쳤다. 또 이제 생물다양성협약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김영호 :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그게 진정한 선진국이고 행복한 나라다. 그리고 자연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돈벌이가 잘되는 길이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서비스로 계산하면 인간이 만든 집이나 그 어떤 것이 주는 서비스보다 가치가 높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가치로 계산하지 않을 뿐이다.
나는 <흥부전>의 흥부를 좋아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가장 사랑받는 구절이 '나는 장미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다. <흥부전>에서도 이런 행위가 나온다. 흥부가 뱀한테 쫓기는 제비를 향해 달려가지 않았나.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보면 주인공이 밭을 가는데 두더지가 튀어나오는 장면이 있다.
나 같으면 두더지를 때려잡을 텐데 주인공은 "네 땅을 침범해서 미안하다"며 두더지를 고이 싸서 농장 밖에 가서 살도록 한다. 나는 20세기에 가장 사랑받는 책인 <어린 왕자>(1943년)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과, 19세기에 가장 사랑받는 책인 <월든>(1854년)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이 <흥부전>에 다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아가 제비와 뱀 사이의 평화 질서 구현자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대박으로 연결시켰으니 경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흥부가 바로 홍익 자연 사상의 구체적 표현이 아닐까. 아까 말한 생물·문화 산업 다양성을 함께 구현한 모델이기도 하다.
프레시안 : 2014년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의 한국 개최를 계기로 우리나라에 홍익 자연 사상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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