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각종 탈세와 투기적 거래의 온상으로 지탄받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의해 '세계 3대 조세피난처'로 지목된 리히텐슈타인, 안도라, 모나코가 잇따라 '비밀주의'를 포기하겠다며 국제적인 압력에 굴복했다.
▲ 조세피난처 규제의 기폭제가 된 리히텐슈타인 LGT은행. LGT는 리히텐슈타인 최대은행으로 내부 고발자에 의해 구체적인 탈세 혐의가 포착됐다. ⓒ로이터=뉴시스 |
모나코 정부는 14일 정부대변인 발표를 통해 외국의 조세 당국과 협력함으로써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OECD가 공표할 예정인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비밀주의 관련 법규, OECD 기준에 맞추겠다"
OECD는 오는 5~6월쯤 조세피난처 규제 조치와 함께 블랙리스트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나코의 이런 움직임은 앞서 리히텐슈타인, 안도라, 스위스, 벨기에 등 다른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들이 은행비밀법 등 관련 법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최근 OECD는 스위스를 비롯해 30여 나라로 이뤄진 이른바 '조세피난처(tax haven)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며 이들을 압박해왔다.
특히 지난 13일 '비밀계좌의 신화'를 대표해온 스위스가 은행 비밀주의 관련 법규를 OECD 기준에 맞추겠다고 연방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조세피난처의 몰락을 의미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조세피난처 규제,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 예정
윤번제 대통령을 겸임하는 한스-루돌프 메르츠 스위스 연방 재무부 장관이 이날 베른에서 "국제적인 탈세 사건들과 관련해서는 자국 은행 고객들의 정보 제공에 협력하겠다"는 스위스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자, 유럽의 주요 언론들은 '은행 낙원의 종말', "스위스 금융 시스템의 기둥이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이미 스위스 최대은행 UBS는 미국 정부로부터 탈세를 방조했다는 소송을 당하자 결국 탈세 혐의가 있는 250~300명의 고객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고 7억8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매년 1000억 달러의 세수가 조세피난처로 인해 새나가고 있다면서 조세피난처를 겨냥한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는 등 구체적인 규제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 오는 4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 금융정상회의에서는 조세피난처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고강도의 제재방안도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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