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 기업이나 개인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탈세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 '조세피난처 킬러'로 불리는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 ⓒ로이터=뉴시스 |
과거에도 조세피난처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법제화는 공화당과 기득권층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바마-민주당 합동작전
레빈 법안은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에 함께 제출했던 법안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하원에서도 로이드 도젯 민주당 의원 등 40여명이 공동발의한 비슷한 법안이 제출돼 있고, 오바마 행정부도 공개적으로 이들 법안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명분은 충분하다. 레빈 의원은 성명을 통해 "매년 미국의 세수 1000억 달러(약 155조원)가 유출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는 근절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세피난처는 법인세나 소득세에 대한 세금이 거의 없는 곳을 일컫지만, 비밀 보장제도를 악용해 탈세와 자금세탁이 횡행하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의해 세계 3대 주요 조세피난처로 꼽히는 리히텐슈타인· 안도라(스페인과 프랑스 사이)·모나코를 비롯해 스위스·바하마·버뮤다 및 케이맨(Cayman)제도, 브리티시버진아일랜드, 라부안 등이 있다.
월가 100대 기업 중 83개사, 조세피난처에 계열사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조세피난처와 관련된 월가 기업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공개해 여론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방만한 경영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의 대형 금융업체들을 포함해 월가 100대 기업 중 무려 83개사가 조세피난처에 계열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 회계감사원(GAO)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등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업체들의 경우 씨티그룹은 조세피난처에 427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고, 모건스탠리와 BoA의 자회사 수도 각 273개, 115개나 됐다.
AIG는 18개의 법인을 보유했으며,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도 법인 수가 50개와 18개에 달했다. 조세피난처에 계열사를 두었다는 것은 이 회사를 통해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사게 되는 것이다.
조세피난처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탈세의 온상으로 지목된 나라들은 당황하고 있다.
EU, OECD 등도 조세피난처 규제 강화 나서
조세피난처의 원조 격인 스위스는 이미 '비밀계좌'의 신화가 깨졌다. 미국 국세청이 스위스 최대은행 UBS를 상대로 미국인 고객 계좌 정보를 요구하는 소송을 걸자, 결국 탈세 혐의가 있는 250~300명의 고객 정보를 미국에 제공키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UBS는 미국인들의 탈세를 방조한 혐의로 미 정부에 7억8000만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조세피난처 규제를 오는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의제로 내놓고 있으며, OECD는 오는 5~6월쯤 조세피난처 규제 조치와 함께 블랙리스트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