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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푼짜리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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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푼짜리 오페라

[한윤수의 '오랑캐꽃']<46>

1막

우타이는 태국에서 탈장 수술을 해서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어야 하는 영농조합에 배치되었다. 이러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사장에게 가능하면 직장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더니
"바꿔주지요. 하지만 보름만 기다려요. 다른 노동자 구할 때까지."
그러나 보름이 지나니 딴 소리를 한다.
"걔는 아픈 게 아니라 꾀를 부리는 거요."
"그럼 보건소에서 진단을 받아볼까요? 진짜로 아픈지 꾀병인지."
"좋죠."
하지만 보건소에 나타나지 않아서 또 전화했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당신들이 직접 와서 확인해. 얘는 꾀병이라니까!"

얼굴이 붉어진 K간사는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너무 기가 막혀서.
나는 우타이를 불러서 설득했다.
"이제 넉 달만 있으면 1년이 되니까 그때까지만 참아. 그래야 퇴직금도 받지."
우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2막

우타이가 작업 도중에 다쳤다. 기계가 내려와서 손을 찢었는데 여섯 바늘을 꿰맸다. 그러나 사장은 모른 체했다.
"사람이 다쳤는데 왜 치료를 안 해주죠?"
"치료는 무슨? 며칠 지나면 나을텐데."
"우타이가 낸 약값도 못줘요?''
"내가 왜 줘?''
"그럼 산재로 처리해도 좋습니까?"
"맘대로 하슈."
산재요양 신청서를 써서 병원으로 보냈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니, 치료비 몇 만원 때문에 산재로 처리해요?"
"우리도 안타깝습니다. 회사에서 치료비를 안 주니 별 수 없잖아요."
"쯧쯧."
병원 직원은 혀를 찼다.
보름 후 산재요양비가 나와서 치료비 환급을 받았다. 8만 7천원.

3막

사장은 계약 만기 일주일 전에 우타이를 강제로 퇴사시켰다.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결국 부당해고에 대한 진정서를 썼다.
한 달 후 노동부 수원지청. 사장은 감독관 앞에 썩 나서지 못하고 뒤켠에 엉거주춤 서서 툴툴거렸다.
"가만히 있는 외국인들을 꼬셔가지고, 왜 이렇게 못 살게 구는지 모르겠어."
우리 직원이 기가 막혀서,
"아니, 우리가 꼬셨단 말예요? 근거 없는 말 계속하시면 명예훼손으로 문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뜻밖에 사장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뇨, 선생님 보고 그런 게 아닌데. 하여간 미안합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우타이가 자진해서 퇴직했다고 우겼다. 근로감독관이 웃었다.
"머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제 발로 퇴직해요? 일주일 있으면 퇴직금 타는데."
결국 사장은 해고수당 85만원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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