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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은 하마' T-50 훈련기 수출, 왜 좌절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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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은 하마' T-50 훈련기 수출, 왜 좌절됐나

[기고] 군사 기술 습득, 혈세 낭비 정당화 못해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이 4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 주 끝내 좌절됐다. 이에 대해 많은 언론들은 T-50의 수출이 좌절된 이유가 국가차원의 세일즈 전략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수출 좌절의 이유는 T-50의 성능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다. 성능이 좋은 게 왜 문제였을까?

T-50은 원래 공군의 고등훈련기 조달을 위한 KTX-2 사업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항공우주산업(KAI)의 전신 중 하나인 삼성항공이 F-16K를 라이선스 생산하면서 구상무역의 일환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기술지원 하에 개발하게 된 것이다.

T-50 개발 당시 공군 내에는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국 공군의 소요량이 기껏해야 50여대 밖에 되지 않는데 고등훈련기를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인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훈련기는 한번 조달하면 적어도 4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다음 조달이 이루어지기까지 기간이 너무 길다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을 담당한 삼성항공이나 국방과학연구소 측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소요량을 높여야 했다.

첫째는 개발 후 수출을 한다는 것과 둘째는 전투기로 개조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은 매우 큰 함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공군본부 기획업무에 종사했던 장교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아침에 안 되는 항공기 수출

항공기의 생산·판매는 자동차와 다르다. 한번 기종을 선택하면 40년 이상 사용해야 하고, 조종사들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된다.

첫째, 기술적인 완전성을 요구한다. 경험이 없는 후발 국가나 업체가 독자 개발해 수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술력을 믿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도 생산 경험이 없는 항공 후발국가가 개발한 전투기를 과연 무엇을 믿고 수입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한 번도 생산해본 경험이 없는 국가가 개발한 것은 아예 대상기종에도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다.

둘째, 실전에서 검증된 항공기가 아니면 채택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T-50의 경우 한국 공군에 배치되더라도 오랜 시간을 두고 운용하면서 안전성과 내구성 및 기술과 부품의 지원능력을 검증 받아야 한다. 이는 기본훈련기인 KT-1의 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KT-1은 공군이 기본훈련기로 배치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부품의 추가 조달이 어려워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운용이 어렵게 되자 공군은 고장난 비행기를 세워두고 고장난 비행기의 부품을 뜯어서 다른 비행기를 수리를 하는 임시방편적 조치를 취했었다. 그리고 생산이 중단된 부품을 소량조달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했었다.

셋째, 항공기 도입 결정 과정에는 항상 정치적 결정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항공기일지라도 정치적인 선택은 항공기의 성능과 무관하게 결정된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고등훈련기를 도입하기 위해 영국의 T-59호크 기종과 이탈리아의 MB-339를 놓고 고민했었다. 당시 공군은 같은 돈으로 2배의 전력을 갖출 수 있었던 MB-339를 선호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면서 영국 정부에 T-59도입이라는 선물을 주게 되었다.

높은 성능이 높은 가격 불러

T-50은 초음속 고성능 훈련기인데 왜 수출에 방해가 됐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훈련기는 훈련기일뿐이다. 공군 조종사들의 경우 실제 전투시, 그리고 인가된 지역에서 초음속 전투기동이 허용된 때를 제외하고는 초음속 비행을 할 수 없다. 초음속 비행에 대한 허가를 받더라도 인가된 고도 이상에서만 가능하다.

또 고등 비행훈련에서는 전투 기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므로 항공기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시범 비행을 하는 경우 외에는 초음속 돌파 비행을 할 이유가 거의 없다. 고등 비행훈련과정에서는 조종사로서 기본이 되는 공중조작을 배우고, 뜨고 내리기 위한 이착륙 훈련과 기상이 나쁜 날 착륙하기 위한 계기비행훈련이 교과 과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등훈련과정이 끝나고 나서 전환 및 작전태세훈련(Combat Readiness Training)을 통해 비로소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다. 이 때 사용되는 전투기는 전투조종사로서 최초로 배치되기 위한 기종이므로 사실상 고등 훈련기로 훈련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실제 고등훈련 과정에서 별로 필요가 없지만, 초음속 훈련기를 만들다 보면 항공기 기체나 부품들이 초음속 충격파를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개발비와 항공기의 원가는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고등 비행훈련에 불필요한 성능을 갖춘 고가의 비행기이므로 수출하는 데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

공학자들의 욕심과 경제성은 균형 이뤄야

T-50 훈련기가 초음속훈련기가 된 이유는 첫째, 한국 공군이 필요로 하는 훈련기 소요만으로는 개발 가치가 없었기 때문에 소요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하고 다목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작전요구 조건을 높였던 것이다. 그래야 전투기로 업그레이드해 최초 발주 물량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둘째는 개발에 참여한 공학도들의 더 좋은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반영됐다. 전투기를 생산하는 자국산 전투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공군과 삼성항공 내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공학도들의 요구가 반영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공학도로서의 욕심은 있었지만 무기시장의 특성과 현실을 읽는 세일즈맨으로서의 능력은 없었기 때문에 고성능 그 자체가 T-50을 수출하는 데 방해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 T-50을 밀어낸 이탈리아는 1차 대전부터 축적된 항공기술이 있고, 고등훈련기 생산 경험이 많다. 가격도 저렴하고 성능도 생각 이상으로 좋다. 이처럼 T-50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국가를 상대로 세일즈를 벌이다가 수많은 경비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고등훈련기가 꼭 갖추어야 할 기능과 성능을 냉정히 분석하고 불필요한 기능이 있다면 과감히 제거하거나 성능을 낮추고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수출을 하더라도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만약 엄청난 돈이 들었더라도 포기할 사업이라면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수출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간을 끌다보면 한국의 항공산업은 T-50 수출에 발목이 잡히고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T-50만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한국형 헬기를 생산하면서 KAI가 내세운 것도 '틈새시장론'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1년에 1000여대 밖에 소요가 없는 헬기를 국내 생산하여 수출하겠다는 것은 비경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KAI와 공학도들은 수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수출이 가능하다는 장미 빛 환상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KAI와 공학도들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들을 통제해서 기술 축적을 위해 개발은 하되 양산하지 않는다는 외국의 지혜를 배워야 할 시점이다. 일개 기업의 생존과 공학도들의 기술 습득을 위해 국가가 투자해주는 것도 국가 경제를 손상시킬 수준을 넘어서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의 일을 거울삼아 국가 중요사업의 기획단계에서 좀 더 올바른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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