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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개발의 목표는 석유부족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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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개발의 목표는 석유부족 대비"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79> 이란-미국 핵개발 신경전

이란 현지에서 느낀 인상적인 점 하나. 미국과의 관계복원에 대해서 은근한 기대를 비추는 사람들은 여럿 만났지만, 이스라엘과의 관계 복원에 대해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테헤란의 싱크 탱크인 정치국제문제연구소(Institute of Political and International Studies, 약칭 IPIS) 하부기관인 아시아연구센터의 잘랄 칼란타리 소장 같은 이도 "미국과는 수교로 나아가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글쎄..."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란 사람들의 정서 속엔 미국인보다도 더 미운 존재가 유대인이다.

테헤란에서 국제문제 관련 연구소의 한 사람과 인터뷰를 한참 하다가, 이스라엘 얘기가 나온 김에 "이란에 오기 전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갔었다"고 하자, "그럼 이스라엘을 통해서 갔겠네..."라며 더 이상 말상대를 하려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집트 영토인 라파 국경통과소를 통해서 갔다"고 하자, "이집트도 친미 독재국가이고 우리 이란과는 적국이나 다름없다"는 썰렁한 얘길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이란 나라와 그 주요구성원인 유대인들을 미워한다는 사실을 이스라엘도 잘 알고 있다. 지난 2.10 총선을 통해 이스라엘의 총리가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벤야민 네탄야후(리쿠드당 대표)도 입만 열었다 하면 "이란은 이스라엘에 가장 큰 위협이며 따라서 이란 핵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 이슬람혁명 30년을 맞아 테헤란 대학에서 열린 금요예배 참석자들이 반미와 혁명 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재명

핵개발 의혹이 걸림돌

미국-이란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한둘 아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싼 투명성의 문제, 동서 양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분쟁지역'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이란의 개입문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문제 등등이다. 이 사안들은 두 나라가 서로 만족할만한 접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란의 핵개발 의혹문제가 걸림돌이다.

이란의 핵야망을 의심하는 국제사회는 미국 주도 아래 유엔 안보리에서 모두 3차례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길거리에서 만난 몇몇 이란 사람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안보위협으로부터 이란을 지키려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테헤란 싱크탱크들이 전하는 이란의 공식입장은 어디까지나 '석유고갈에 대비한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론'이다.

"석유는 유한한 자원"

국제문제를 다루는 테헤란 전략조사센터(CSR)의 아미르 자미니니아 부소장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 이란 땅에 석유가 많이 묻혀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석유는 유한한 자원이라서 21세기 안에 바닥이 난다. 그렇다면 다른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하는데...현재로선 원자력 에너지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원자력발전소를 세우려는 것뿐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려 한다는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흑색선전이라는 얘기다. "이란이 원자력발전소를 여기저기에 세우는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가 보장하고 있는 핵의 평화적 이용 주권을 행사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자미니니아 부소장을 만난 자리에는 CSR의 군비축소 분야를 맡고 있는 라만 가흐레만포르 박사도 함께 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야말로 중동의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들"이라며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보호막 아래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하지 않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 적어도 2백개가 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이란은 NPT에도 가입해 있고, IAEA의 사찰규정에도 성실히 따르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니 어느 나라가 국제법을 어기고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냐?"
▲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종교지도자 호메이니 지지를 선언한 이란 군인들과 경찰의 가두시위 장면을 담은 대형사진 곁으로 검은 차도르를 입은 한 이란 여인이 지나가고 있다. ⓒ김재명

"이란 핵모델은 일본"

같은 CSR의 CSR)이 선임연구원 나세르 사가피 아메리는 2년전 필자가 만났을 때 "현 시점에서 이란이 굳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었다. "이스라엘이 핵을 가졌다지만, 2006년 여름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보았듯이 핵무기가 전쟁의 승패에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등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란 지도자들도 그런 측면을 잘 헤아리고 있다"

그 논리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메리는 이란의 핵정책이 지향하는 모델은 '일본 모델'이라 밝혔다. "일본은 플루토늄 축적량도 많고, 언제라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갖췄다. 우리 이란이 나아갈 방향도 그런 쪽이다. 이란의 핵전략은 (국가안보상) 필요하다고 결정만 내린다면 언제라도 핵무기를 만들 기술적 능력을 갖추되, 지금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구도다. 현시점에서 이란이 굳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들 이유는 없다"

이 글 앞에서 나오는 IPIS 잘랄 칼란타리 소장도 같은 논리다. 그에게 "이란이 페르시아 문명의 발상지로서, 반미 이슬람의 자존심을 지닌 핵무기를 보유국을 지향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같은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을 보기로 꼽으면서 "민중의 복지에 힘써야 할 가난한 나라의 지도자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핵무기 개발경쟁에 나서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 대답한다. 원자력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농업과 의약 등 기술력과 생산력을 높이려는 것이 이란의 핵목표라는 얘기다.
▲ 테헤란 거리에 전시된 그림은 우주공간으로 미사일을 쏘아올린 군사강국 이란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이란 지식인들이 전하는 이란의 핵관련 입장은 어디까지나 '석유고갈에 대비한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다. ⓒ김재명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핵무기 넘긴다?

멀지 않아 다가올 석유고갈시대를 맞아 산업용 핵에너지를 확보한다는 것이 이란 정부가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논리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강경파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그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안보에 직접 위협이 되뿐 아니라, 하마스나 레바논 헤즈볼라에게 핵무기를 넘겨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펴왔다. 아울러 이란의 핵개발이 같은 이슬람권의 사우디 아라비아, 이집트, 터키로 하여금 핵무기 개발경쟁에 나서도록 부추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미국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유엔안보리와 IAEA(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해 이란을 압박중이다. 그같은 의심에 대해 이란은 손을 내저으며 부인한다. 오히려 이란은 미국의 이중잣대를 비판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기존 핵보유국들의 핵 독점을 위한 불평등조약임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란은 NPT 체제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0년 동안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해왔는데, 미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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