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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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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한윤수의 '오랑캐꽃']<628>

경기도 광주의 농장.
태국 여성이 백지에 사인했단다.
아마도 퇴직금을 안 주려고 사인하라고 한 거 같다.
사장님이 <퇴직금은 없어!>라는 말을 했다니까.

백지 사인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것 같아서
"너 그러다 언제 한 번 크게 당한다!"
"왜요?"
"몰라서 묻는 거냐?"
"예."

"지금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뭐야?"
"결혼요!"
"어떤 남자를 원해?"
"마음에 드는 남자요."

"백지에 사인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몰라요."
"똥배 나온 홀애비한테 걸려도 무조건 시집가야 돼."
"할 수 없죠 뭐."
"그래도 괜찮아?"
"괜찮은 건 아니지만, 배는 운동해서 집어넣으면 되잖아요."

"좋아! 그럼 돈 없는 남자는?"
"그건 절대로 안 되죠!"

"앞으로 백지에 사인할 거야? 안 할 거야?"
"안 해요."

솔직히 또 할 거 같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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