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는 가운데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 정책의 입안자로 알려진 현인택 고려대 교수가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되었다. 그의 내정에 대한 우려는 한국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고조를 이루고 있다."한국 정부는 북한을 몰라도 어쩌면 그렇게 모르는가?!", "남북관계를 저해함으로써 얻어지는 한국 정부의 또 다른 '흑심'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2008년 말에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었던 한 심포지엄 석상에서 중국 정부의 대외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 상하이의 한 명문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집권 하의 남북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한국이 과연 '비핵·개방·3000'이라는 구상으로 북한을 국제 사회로 유도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자존심' 하나로 똘똘 뭉친 북한의 전방위적 반발에 한국이 과연 얼마나 오래 동안 견뎌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같은 자리에 참석했던 북경의 한 국책 연구소 교수 또한 다음과 같이 우려하였다.
"정권이 바뀌게 되면 전임 정권과 차별되는 새로운 정책이 나오는 것이 흔하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 새 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지극히 현실적이지 못하다. 오로지 북한을 자극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다는 느낌조차 든다…. 이 상황에서 남부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한국의 신 정권이 현실을 깨닫고 자각하고 난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현인택 교수의 통일부 장관 내정으로 "다음 수순을 지켜보자"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던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드디어 'MB 정권과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을 내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잘 알려졌다시피 현인택 교수는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지속해 왔다. 실제로 그는 언론에 기고한 칼럼 등을 통해 "정부는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주적 표기 문제를 다루면서 당당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가의 정체성과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유화 정책은 북한으로 하여금 허망한 희망을 품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핵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게 될 뿐이다"는 등 대북 강경 자세를 유지해 왔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이러한 점을 모르는 게 아니다. 따라서 그의 통일부 장관 내정 사실을 계기로 이들 사이에서는 "이로써 남북관계의 전망은 어렵지 않게 되었다. 한국 정부의 대북관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이 대통령의 임기 동안 남북 관계는 절대 나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사실상 이구동성의 전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사실 남북 간의 '더 할 나위 없는' 관계가 중국에게도 최적의 대한반도 관계가 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의 긴장고조로 인한 동북아의 불안 국면 또한 미ㆍ일과 러시아 등의 분주한 움직임을 초래하며 중국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따라서 중국에게 있어 반드시 최선의 관계만도 아니다. 산적한 국내 외적 상황으로 인해 발 등에 불이 더해가고 있는 중국의 현 상황으로서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즉 남북관계의 현상 유지가 최상의 옵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다음과 같은 '불평' 역시 바로 이와 같은 중국의 국익 차원에서도 제기되는 것이다;
"이미 수 십 년간을 세계 최강 경제대국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똘똘 뭉치며 견뎌온 북한에 대해 한국의 경제력이 얼마나 된다고 비핵·개방·3000'이라는 것을 들고 나왔는가…."
"한국은 '통미봉남'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서 정작 그 스스로가 북한에 '통미봉남'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자존심'과 체면을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 북한임을 고려할 때, 이대로 지속되면 북한이 꺼내 들고 있는 칼을 다시 그대로 접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죽으면 죽었지 같은 민족으로부터도 '수모'를 당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수천 년간 '말로 하는' 실용이 아닌 '행동 하는' 실용에 뿌리깊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의 대 한반도 정책의 수립과 입안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인 전략가들의 이와 같은 태도를 고려할 때, 중국 정부가 이 명박 정권의 대북 정책에 대해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그리고 어떻게 적절히 잘 협조하며 나올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MB 정부는 자신들이 기존의 잘못된 대북정책을 수정하고 제대로 된 통일 정책을 추진하는 탓에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는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한 사고야말로 미망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죽을 각오로 덤비는 법이다. 통일을 논하자며 앞으로 나오라면서 상대를 조롱하고 비수를 휘둘러 대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다루기 힘든 상대를 과연 얼마나 잘 다룰 수 있겠는가?
남북의 분단은 싫건 좋건 이미 수 십 년간 이루어져 왔다. 아울러 북한은 이미 수 십 년간을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도 불사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대북 통일 정책에 대한 채찍과 당근 위주의 전통적 외교정책 패러다임은 지양되어야 한다. "왼 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며, 왼 뺨을 맞거든 오른 뺨을 내밀라"는 성경 말씀의 실천과 더불어 우직한 '우보만리'로 뚜벅 뚜벅 나아갈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통일로 향할 수 있음을 언제나 깨닫게 될 것인지 착잡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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