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야당 의원이 여당 의원일 때도 무엇을 해줬나 생각하면 알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나서야 대책을 세운다, 법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떠나. 일이 생기기 전에 조금만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줬다면 오늘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용산 철거민 참사에서 목숨을 잃은 고 윤용현 씨의 부인 유영숙 씨는 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폭력 살인 진압 규탄 및 'MB 악법' 저지 국민 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작심한 듯 원망스러운 속내를 토로했다. 격앙된 그의 목소리에 5000여 명이 모인 광장은 더욱 숙연해졌다.
유 씨는 이어서 "언론도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왜 철거민들이 당한 일은 보도하지 않고 철거민들이 폭력 시위를 했다고 말하느냐"며 "우리가 재개발 지역에서 사람 취급 못 받고 두들겨 맞을 때는 아무도 관심 없었다. 그래서 우리 힘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힘없는 철거민끼리 모일 수밖에 없었다. 힘없는 게 죄라면 다 잡아가라"고 따졌다.
그는 "우리 가족도 전국철거민연합이다. 힘없고 돈없어 모인 것이 죄라면, 그래서 쫓겨다니며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감옥에 가는게 낫겠다.차라리 잡아가라"면서 "그동안 우리 철거민들 너무 힘들고 외로웠다. 그날도 이렇게 외롭게 싸우다가 다섯 명이나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일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 처벌 받을 때까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 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폭력 살인 진압 규탄 및 MB 악법 저지 국민 대회'에는 50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프레시안 |
"정치권이 제대로 역할 못해서 이런 일 생겼다"
이날 국민대회에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회의원·당 대표자 등과 민생민주연대회의 미디어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서민은 살려내고 악법은 물러가라", "살인진압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명박 정권을 규탄했다.
이날 국민대회 무대 바로 앞에는 야4당 국회의원들과 각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유족들과 함게 모여 있었다. 이들은 유 씨의 매서운 질타에 사과하면서 2일부터 시작될 임시국회에서 소위 'MB 악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결의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앞서 유족께서 지금까지 무엇을 햇느냐고 할때 가슴이 뜨끔했다"며 "철거 문제, 재개발 문제, 뉴타운 문제에 민주당도 부족했던 점을 반성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철거 문제와 뉴타운 문제, 재개발 문제 관련 법과 제도를 고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정치권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서 "이런 엄청난 죄악이 저질러졌음에도 이 정권은 단 한마디 사과도, 처벌도 하지 않는 만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국회가 식물 국회가 되어 있어 공당의 대표이자 입법부의 한 기관으로서 참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 이날 국민대회에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4당 국회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프레시안 |
"20년이나 지나 추모 자리에서 이 노래 하게 될 줄이야"
국민대회 내내 간간이 눈물을 흘리던 유족들은 가수 안치환 씨가 무대에 올라 1987년 6월 항쟁에서부터 불리워진 '마른 잎 다시 살아나'라는 노래를 부르자 들고 있던 영정을 안고 오열했다.
안 씨도 무거운 목소리로 "추모 자리는 노래하기엔 너무 가슴이 무거워 서고 싶지 않다"며 "1987년 이후에 간간이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20년이나 지나 이 자리에서 부르게 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민주화 열망에 대한 폭압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를 경찰 권력이 짓밟는 시대가 됐다"며 "저는 개인적으로 진보를 위한 역사의 길은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수레바퀴가 멈추고 거꾸로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가 깨어있는 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희망은 버리지 않고 싶다. 외람되지만 권력의 하수인으로서 희생된 그 젊은 청춘의 넋을 위로하는 데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 가수 안치환 씨가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를 부르는 동안 유족들이 영정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프레시안 |
▲ 가수 안치환 씨가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부르고 있다. ⓒ프레시안 |
"김석기가 퇴진하지 않는 것 자체가 진상 규명에 방해"
이날 국민대회에 참석해 무대에 오른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등의 처벌과 즉각 사퇴 등을 촉구했다.
용산철거민 참사 진상규명 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장주영 변호사는 "경찰의 과잉 진압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희생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김석기 내정자가 현직에 남아있는 한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고 책임을 모면하기 위하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그가 현직에 있는 것 자체가 진상규명에 방해가 되고 있다. 이번 과잉 진압으로 인한 경찰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 "서민을 살려내라 악법은 물러가라" ⓒ프레시안 |
정세균 대표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러나 아무 말도 없다. 행자부 장관은 외면하고 있고 그 참사를 직접 지휘한 사람은 청장의 자리에 버티고 앉아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이 정권의 후안무치함을 규탄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 책임을 규명할 것"이라고 했다..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도 "김석기, 원세훈 등 책임자를 사법처리하기 위한 국정조사, 특검이 실시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다수인 철거민, 비주택자, 비정규직을 위해 주거권과 생존권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 살리기, 특단의 민생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의장은 "인류사에 있을 수 없는 사태가 터졌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전철연이 조종했는지 모른다는 소리나 한다"면서 "모를 수밖에 없다. 원흉은 바로 너다"라고 강조해 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그는 "뉴타운인지, 올드타운인지를 하다가 불이 난 것 아니냐"며 "원흉은 이명박이다. 이명박만 빼면 된다. 안 빠지면 우리가 빼보자"면서 "다운다운 이명박"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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