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광속후진한 대북정책, 牛步千里로 어디까지 가려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광속후진한 대북정책, 牛步千里로 어디까지 가려나"

전문가들 "MB 대북정책 변화 없을 것…또 失機하나?"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등장으로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에 따른 국제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전망이 나왔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16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포용정책의 반대 개념인 '방관정책'으로 "개입해서 영향력을 확대하기보다 환경 변화를 관망하며 수동적인 위치에서 구경꾼이 되겠다는 정책"이라며 그같이 전망했다.

뉴라이트 기반 MB정부, 대북 '방관정책' 바꾸면 정체성 위기

김연철 소장은 이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개최한 통일전략포럼에서 이 정부의 방관정책은 '이념 지향적'이고, 정책결정 구조가 지속적으로 혼란스럽다는 두 가지 구조적 특징 때문에 변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이념 지향성'에 대해 도덕교과서에서 평화교육이 삭제되고 6.15 및 10.4 선언을 이념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점 등을 사례로 들며 "(이 정부가) 이념과 정책을 동일시하는 것은 극우와 보수의 경계를 허문 뉴라이트 세력을 정권의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현재의 지지기반 구조로 보면 이 정부에서 대북정책의 전환은 정체성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대북정책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책결정 구조의 혼란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책의 우선순위가 결정되지 않은 채 대화와 대결 노선이 혼재되어 있고 외교안보 부처 내 혹은 다른 부처와의 정책 조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외부 관찰자가 무엇이 정부의 정책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혼란은 방관정책이 갖는 고유한 특성이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정책 형성에서 예측 능력이 결여되어 있거나 △정책결과가 가져올 역사적 책임에 대한 인식 부재 △관료제 내부 시스템의 방관도 방관정책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방관정책의 후유증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악재가 악재를 낳는' 남북관계의 경험으로 볼 때 "대립과 불신이 증폭된 상황에서 우발적 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971년 남북 적십자회담 이후 역대 정부에서 방관정책을 의도적으로 공개적으로 지속적으로 표방한 사례는 없었다"라고 말한 뒤, "대북정책은 이미 1950년대로 광속 후진한 상태이다. 그런 현실에서도 정부는 우보(牛步)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야 임기 중에 남북대화의 전사(前史)인 1971년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라고 따져 물었다.

클린턴-YS 상황과 다르다

올해 한반도 정세를 '북미관계 진전과 남북관계 교착의 악순환'으로 규정한 김 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포괄적 병행 해결'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괄적'이란 말은 북핵 폐기의 환경 조성과 외교관계 정상화, 에너지·경제 지원, 한반도 평화체제 등을 한데 묶어 접근한다는 것이고, '병행 해결'은 핵 검증 등 특정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전체 구조 속에 주요 부분들을 동시에 푸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국·일본이라는 동맹국과의 협력과 북핵 해결이라는 시급한 정책목표가 상충될 때 오바마 행정부는 "당연히" 후자를 택할 것이라며 "1994년처럼 한국이 비중 있는 재정 부담을 협상수단으로 북미협상에 장애를 조성할 가능성이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와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클린턴 행정부는 공화당 주도의 의회 상황에서 한미 협력이 필요했고, 김영삼 정부에 끌려 다니기도 했지만, 현재는 △학습효과가 있고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보수적 자주'를 선택하기에는 환경과 의지가 다르며 △미국 국내정치의 지형, 특히 의회 구도(민주당 지배)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행정부는 한일 양국의 보수적 비협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외교적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미중관계가 중요한 협력축으로 등장해 동북아 질서의 미묘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대남정책에 대해 김 교수는 "정책에서 선전으로의 전환이 지속"되어 그 비중과 역할이 축소되고, "북미관계 진전이 가져오는 (북한) 국내정치의 이완을 '대남 적대감'으로 보완"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정 교수 "北, 2000년 '학습효과' 있어 적극적일 것"

이날 통일전략포럼에 또 다른 발제자로 나온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양자회담"을 할 것이며, 북한도 내외 여건상 미국 민주당 행정부와 협상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북미관계가 진전될 경우 한반도가 "중대한 전환기"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클린턴 행정부 시기의 관여정책을 통한 연착륙 방식의 기조에서 대북협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북한도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직전까지 갔으나 북미관계 정상화의 기회를 놓친 "'학습효과'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 후계구도 모색, 2012년 이전 외교적 성과 가시화 필요성 등의 요인을 고려할 때" 미국과 적극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김 교수도 2009년 상반기 동안 근본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남과 북이 "서로 길들이기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의연한' 대북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미국의 전략도 의연하게 지켜본다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미관계가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로 순항해 나갈 경우, 한반도 상황이 역사적 전환기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정책적 오류, 혹은 판단의 부재가 한반도 상황의 전환기적 진전을 방해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