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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실업 문제의 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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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실업 문제의 정치사회학

[中國探究]<18>

전 세계가 미국 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성장 엔진으로 자리 매김 했던 중국도 '개혁 개방 이래 가장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30년을 이어온 발전주의의 환상 속에서 개혁 개방의 피로 현상을 맞이하던 찰나 중국을 엄습한 경제 위기는 대량의 실업을 발생시킴으로써 사회적 저항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 문제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중국 정권 유지의 아킬레스건이다. 사회주의 정권인 중국에서 공리주의적 복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실업의 존재는 정권의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빈발하고 있는 생계형 시위와 저항운동에 대해 일방적인 시장경제 원리만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실업의 확대는 중국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내수 확대를 통한 경제 발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소득이 없는 국민이 어떻게 소비를 할 수 있겠는가!

지난 30년간 연 10%의 경제 성장을 기록하면서도 실업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미 중국의 실업 문제는 노동 시장으로 유입되는 인구를 소화하지 못하는 고용 흡수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함정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본적으로 농민공 외에 약 1억 5천만 명에 달하는 상당한 농촌 인구가 음성 실업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도시 노동자로의 전환이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실업률을 매년 약 4% 내외로 발표해 왔다. 국제 경제 위기를 맞고서도 4.5% 정도로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을 뿐이다. 반면에 중국 공산당의 싱크 탱크인 사회과학원은 9.4%까지 실업률이 치솟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도시의 실제 실업률은 이미 10% 이상이며, 농촌의 잠재 실업을 고려하면 전국 실업률이 20%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실업 통계가 기본적으로 농촌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도시 인력에 대한 통계 연령도 남성은 16세에서 50세, 여성은 16세에서 45세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처음에 세계적 경기 후퇴가 자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의 둔화는 수출 성장세의 발목을 잡았으며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노동집약적 수출 기업에 직접적 타격을 입혀 연쇄 도산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사실 중국의 수출 기업들이 경영 곤란을 겪게 된 것은 중국 정부에 의해 2008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계획적인 산업 정책 전환 때문이다. 중국은 후진타오 체제가 출범한 이후 심화되는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는 목표 하에 균형 발전을 근간으로 하는 '과학적 발전관'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권익을 강조하는 노동 계약법을 제정했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기업소득세법을 개정하고 수출 환급세를 인하하는 등 친 기업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정책들을 내놓았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위기가 더해지면서 기업의 대량 연쇄 부도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작년 말까지 전 중국 완구공장의 60%가 문을 닫았으며, 광동(廣東)지역 일대의 수출기업 50%가 도산하는 등 이미 10만여 개의 기업이 도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기업들의 도산에 따라 불가피하게 대량의 실업이 발생했는데 이들 실업자의 대 부분이 농촌에서 유입된 도시 근로자들인 농민공(農民工)이라는 점이다. 13억 중국 인구의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 2억 2천만 명에 달하는 농민공들은(중국 정부의 통계는 1억 2천 만 명으로 추산) 이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농촌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도시의 새로운 빈민이나 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기업 도산 이후 농촌으로 돌아간 농민공들이 1천만 명이나 되지만 여전히 2억이 넘는 인구가 도시에 있는 것이다.

특별한 학력이나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한 농민공들이 계속되는 경기 악화로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면 사회 치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사회 불만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 뻔하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 군체는 자연스럽게 대규모의 군중 운동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안정적 사회질서의 직접적 위협 세력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 복잡한 문제가 더 해진다. 경제 위기가 청년실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 560만 명의 대졸 인력 중 약 150만 명의 취업이 불투명하다. 고급 인력인 이들은 중국의 경기 침체 하에서 새로운 잉여 인력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갖는 불만의 정도와 파괴력은 농민공들의 생계형 저항과는 차원이 다른 사상 체계 속에서 움직일 수 있으므로 실업문제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더욱 복잡하게 발전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일까?
중국 정부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야기되는 문제를 일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8% 경제 성장을 최대의 과제이며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연 20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우리 돈 8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내수 진작 조치도 따지고 보면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정책이다. 제대로만 실행될 수 있다면 상당한 실업 압력을 완화시켜 공산당 통치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세계적 경제 위기는 동시에 왔지만 경제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각국의 몫이다. 일부 중국학자들은 이번 기회에 중국의 성장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위기를 잘 넘기면 또 다른 경제 주체로서 확고한 세계적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역시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경기 위축으로 촉발된 실업의 확대가 정권 유지에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적인 위기관리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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