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특별인사위원회 징계 대상에 오른 사원들은 양승동 KBS 사원행동 대표와 김현석 대변인, 박승규 전 KBS 노조위원장, 이도영 KBS 경영협회장, 성재호 기자, 이상협 아나운서, 복진선 기자, 이규화 PD 등 8명이다. 이중 박승규 전 위원장과 이도영 협회장, 이규화 PD는 징계위원회에 불참했다.
김현석 사원행동 대변인은 "지금은 당신들이 우리를 평가하지만 곧 역사가 당신들의 평가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면서 "만약 '정직' 같은 처분이 나오면 '언론악법'과 '공영방송법' 반대 2월 투쟁에 열심히 나가라는 뜻인줄 알고 KBS 노동조합 특위에라도 들어가서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도 "양심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는 취지로 소명했다.
"노조 중심으로 단결해야"…"더 믿음직하게 싸워달라"
KBS 노동조합은 이날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회의실 앞에서 팻말을 들고 "노노갈등 부추기는 경영진은 각성하라", "방송독립 하자는데 징계가 웬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팻말 시위에는 강동구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다수와 민필규 기자협회장, 김덕재 PD협회장과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KBS 노조 집행부가 '관제사장 반대' 운동을 주도한 KBS 사원행동 측에 "노조가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셈. 신임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사실상 첫 싸움인 이날 팻말 시위는 분열된 내부의 여론을 통합하는 '제스처'로서의 의미가 크다.
▲ KBS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5일 특별인사위원회가 열린 KBS 본관 6층 회의실 앞에서 "노노갈등 부추기는 경영진은 각성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프레시안 |
이날 시위에 참석한 노조 집행부는 징계를 강행하는 사측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노조 내부의 단결을 강조했다. 신재홍 노조 중앙위원은 "지금은 8명을 징계하려 하지만 앞으로 회사 마음에 안들면 100명, 1000명이 징계받을 수도 있다"며 "노조를 중심으로 모든 협회가 힘을 모아 막아내자"고 강조했다. 민일홍 중앙위원도 "이들은 부당하게 낙하산으로 들어온 사장을 막으려한 것 밖에 없었다"며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했을 싸움"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측의 부당한 징계에 대해 '팻말 시위' 정도로 대응하는 KBS 노조에 보다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민철 보도본부 기자는 "회사가 여전히 '몰상식'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미친 개엔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는데 과연 피케팅이 가장 효과적인 약인지, 조합원들을 진짜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을 노조 집행부는 잘 생각해달라"고 했다.
정수영 보도본부 기자는 "나도 감사실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는데 감사실 선배도 '그때 그렇게 뛰어들지 않았으면 KBS 직원이 아니다'라고 하더라"며 "사측도 싸움의 정당성을 내심 공감하면서도 징계까지 강행하는 것은 방송을 장악하려 하는 한나라당 마인드와 떡고물을 얻고자 하는 것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노조가 조합원을 위해 싸우는 건 감사하지만 실제 징계시 원천 무효 방법도 믿을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 구호를 외치고 있는 KBS 조합원들. ⓒ프레시안 |
▲ KBS 조합원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프레시안 |
PD협회 "징계시 제작거부 불사" 기자협회 "좌시하지 않겠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등 내부 직능단체에서도 이번 징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PD협회는 앞서 회원들에게 부당한 징계를 할 경우 제작 거부를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했다. 이제 결정적인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노조가 앞장서서 수많은 일들을 헤쳐나가는데 전폭적인 힘을 보태겠다. 끝까지 함께 대오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KBS 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동료들이 징계를 당하는 치욕스런 모습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만약 이대로 징계를 시행한다면 그것은 '지난 싸움의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다. 부당한 징계가 내려지면 우리 기자들은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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