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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경제학 저자' 맨큐도 한물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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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경제학 저자' 맨큐도 한물갔나

오바마 경기부양책에 '빛바랜 조언' 쏟아내

국내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경제교과서(맨큐의 '경제원론')의 저자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문(원문보기)을 통해 버락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미 의회가 신중히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난 연말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맨큐 교수는 각자의 블로그를 통해 공방을 벌이며 감정이 상한 사이라는 배경을 알면, 사실상 이번 글은 크루그먼 등 이른바 '케인즈학파'들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된다.
▲ 그레고리 맨큐 교수. ⓒ로이터=뉴시스
맨큐는 이른바 작은 정부, 통화주의 정책주의자로 우파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는 어느 정도 케인즈학파의 주장들도 수용하는 균형감각을 갖춰, 우파 경제학이 득세한 레이건 행정부 시대부터 부시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경제학'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온 경제학자다.


크루그먼 vs. 맨큐 공방 2라운드?


이때문에 크루그먼 교수가 블로그에 쓴 글에서 직접 지칭을 하지 않았지만, "엉터리 인물들이 가고 뭔가 할 줄 아는 인물들이 온다"면서 오바마 경제팀 인선을 환영하자, 부시 행정부에서 대통령의 경제학 교사로 불리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맨큐는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맨큐 교수는 즉각 "부시 행정부 때 등용된 경제학자들의 수준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반박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은 "친애하는 그렉(그레고리 맨큐의 애칭). 나는 팀 가이트너(오바마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 지명자)와 존 스노(부시 행정부의 전 재무장관)를 비교한 것이지 당신을 말한 건 아니었다"고 다시 블로그를 통해 해명했으나,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크루그먼이 사실상 맨큐 교수를 비롯한 '우파 경제학자'들을 꼬집은 것이란 해석이 유력했다.

실제로 맨큐를 비롯한 우파 경제학자들은 최근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심각한 경제위기로 그들이 주장해온 '시장 만능주의'와 "통화정책으로 대공황은 쉽게 예방할 수 있다"는 이론이 결정적 타격을 받으면서 "시대적 적합성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세 효과 연구를 감세 효과 연구로 왜곡인용?

게다가 맨큐는 'Is Government Spending Too Easy an Answer?(정부지출이 곧 해답인가?)라는 이번 칼럼에서 동원한 핵심 근거 자체가 엉터리인 것이 드러나면서 자신에 대한 신뢰마저 스스로 손상시키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맨큐 교수는 케인즈학파들이 감세보다는 정부 지출이 경기부양 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의 CEA 의장으로 내정된 크리스티나 로머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의 연구(남편 데이비드 로머와 공동 수행)를 인용했다.

맨큐는 "로머 부부의 연구에 따르면, 1달러 감세는 국내총생산(GDP)를 약 3달러 증가시킨다고 한다"고 인용했다.

또한 정부 지출 효과에 대한 가장 신뢰할 만한 근거로 발레리 레이미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맨큐는 "레이미 교수에 따르면 정부 지출 1달러 증가는 GDP를 1.4달러 증가시킨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맨큐 교수는 이런 연구 결과들을 대조하면서 "감세의 GDP승수 효과는 정부 지출 증가의 승수 효과보다 두 배가 넘는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오바마의 '경제학 교사'인 로머조차 "감세 효과가 정부지출보다 크다"는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인용은 왜곡된 것이라는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다. 로머 부부의 연구는 감세가 아니라 '증세 효과'에 대한 연구이며, 이 연구의 핵심 결론은 "1달러 증세는 GDP를 3달러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맨큐 교수가 케인즈학파가 득세한 현실에 대한 소외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 칼럼의 마지막 부분에도 엿보인다. 그는 여러가지 검토할 사항을 열거한 뒤 "미 의회가 정부지출 증가가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느냐를 시간을 들여 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이 나라의 엘리트들을 지배하는 신념은 정부 지출 증가가 경기침체의 올바른 치료약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한 점이 있다고 해서 도도한 흐름을 멈출 수 있다고 기대하지는 말라"고 냉소했다.

특히 그는 레이건 행정부 이전 케인즈학파가 득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폴 새무얼슨(맨큐의 경제원론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새무얼슨의 경제원론이 경제교과서의 대표로 군림했다)을 말을 인용하면서 '교과서 경제학의 저자'로서 자부심을 손상받은 심정을 드러냈다.

새무얼슨은 "내가 경제학 교과서를 쓸 수 있다면, 한 나라의 법이나 조약을 누가 작성하느냐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맨큐는 "앞으로 나올 경기부양책은 좋은 면이건 나쁜 면이건 새무얼슨이 말한 의미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저한 분석' 주문하면서 "신속하게 하기는 어려워" 시인

논거가 틀린 감세 효과 이외에 맨큐 교수는 정부지출 효과를 '비용 대비 편익' 분석으로 철저히 따져볼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분석은 신속하게 하기 어렵다. 특히 그 규모가 막대할 경우 더욱 그렇다"면서 "하지만 신속하게 분석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기도 전에 경기침체기가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나 크루그먼 등 케인즈학파 경제학자들은 대공황을 우려케 하는 현재의 경기침체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신속, 과감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맨큐의 지적은 '실행 불가능'한 조언임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또한 맨큐 교수는 "현재의 위기를 정부의 크기와 역할을 영구적으로 확대하려는 구실로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우려할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그가 '작은 정부, 시장주의자'로서 케인즈학파가 득세한 현재의 경제학계에 대한 불편한 심정임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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