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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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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한반도 브리핑]<114> 시험대 위의 오바마와 김정일, 그리고 이명박

2008년 세계 최고의 뉴스라면 단연 버락 오바마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일이었다. 미국 내의 지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오바마에 대해 기대를 표했고, 그의 당선을 다행으로 여겼다.

조지 W. 부시 8년의 집권에 염증을 느낀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힘에 의한 세계 전략에 비판적이었던 유럽과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오바마의 당선을 두고 앞으로의 세계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이는 무엇보다 오바마가 대화와 타협에 의한 대외 정책을 천명한 것 때문이었다.

전 세계가 오바마를 흔드는 형국

우리로서도 부시 행정부의 '힘에 의한 대북정책'이 아닌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천명한 오바마의 대북 정책에 희망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최소한 그가 부시 행정부 말기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기조만이라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

이러한 기대는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가 '취임 100일 내 대북특사 파견'을 제안하고 '오바마-바이든 플랜'을 통해서는 '직접적이고 터프한 외교정책'을 천명하면서 북한과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받아내는' 외교를 추진할 것임을 밝히면서 구체화되었다.

또한,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한과 협상을 주도했던 웬디 셔먼이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윌리엄 페리 그리고 최근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이 오바마의 주요 외교 인사로 포진하면서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과는 달리 현재 북핵 문제는 핵 검증을 둘러싸고 교착 상태에 빠져있고, 앞으로 당분간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있다. 더구나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미관계를 추동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도 정체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그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전 세계가 오바마를 시험하려 한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이 말했듯이 오바마는 취임 이후 6개월 안에 위기를 맞아 시험대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인도 뭄바이 테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등으로 오바마의 지도력과 외교 정책은 이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오바마가 천명한 대화와 타협 그리고 미국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외교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도전뿐만 아니라, 미래의 도전에 대해서도 중요한 기로에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아직 공식적으로 취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맞닥뜨린 숙제에 오바마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앞으로 북핵 문제를 둘러싼 오바마의 대응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게 될 것이다.

▲ 미국 대선 직후이던 작년 11월 8일 미국을 방문한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오바마 차기 행정부와 북한의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연합뉴스
핵 검증 문제 = 한국과 일본에 관한 문제

오바마에 있어 북핵 문제는 무엇보다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의 유지와 강화를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인도, 파키스탄의 핵보유로 금이 간 NPT 체제는 이후 북한, 이란 등의 핵문제로 인해 현재 상당한 위기에 처해있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NPT 체제의 붕괴는 보다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핵 문제는 미국 국익의 근본문제 중 하나로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오바마가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북핵문제는 단지 북핵문제로 한정되지 않는 보다 포괄적인 미국의 세계 체제 패권 유지의 중요한 시험무대라 할 수 있다.

오바마에 있어 북핵 문제의 출발은 현재 교착 상태의 원인이 되고 있는 핵 검증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핵 검증의 교착이 단지 북한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6자회담에서 알 수 있었던 것처럼 한국과 일본의 대북 강경 정책이 결합되어 있고, 따라서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대북정책을 관리해 나갈 것인지와도 연관되어 있다.

사실, 핵 검증의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대북정책은 한미관계, 미일관계 등과 얽혀 보다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오바마에게 북핵 문제는 한국, 일본을 포함한 포괄적인 동북아시아 정책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北, 대외정책 후순위 용납 안 해

현재 나타나는 남북관계의 경색은 오바마를 둘러싼 남북의 날카로운 경쟁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미국에 대한 한 마디의 언급도 없이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동북아시아의 평화' 그리고 '우호적인 국가 관계'를 주장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일단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한국 정부 역시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외교안보 인사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안보 진영과 본격적인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오바마 신임 행정부가 시간을 두고 대북 정책을 결정하기를 기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 직후 미국을 방문했던 북한 외무성의 리근 미국국장이 "과거를 되풀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시 행정부로 넘어가는 기간에서 있었던 시간 지체로 인한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북한은 오바마 취임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오바마 행정부를 시험하려 들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보다 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다.

한국 역시 외교 안보 라인이 방미를 추진하면서 오바마 당선자 진영과의 정책 조율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의 대북 정책을 미국에 설명하고, 최소한 자신들의 의도와 목적, 그리고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 미국과 공유하려 들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북한의 현 상황, 북핵문제 해결의 기본 입장, 앞으로의 전망을 둘러싼 한미간의 정책 전망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지난 6자회담에서 확인되었듯 한국의 대북정책이 현재의 북핵 문제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최소한 미국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는 정도임은 확인되었다.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의 줄다리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작이 미뤄졌을 뿐 이미 게임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오바마 진영의 여러 정책이 제시되고 있고, 진영이 갖추어지고 있다. 그리고 과거 대북정책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입장을 원칙적인 선에서 밝히고 있다.

조만간 오바마가 취임하면 북미간 줄다리기와 상대를 향한 시험은 즉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북한 문제가 세계 금융위기, 중동 사태 등으로 후순위로 밀려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핵 문제가 가지는 무게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른 시일에 양측의 움직임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에도 어려운 시험 될 것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얼마나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고 있느냐이다. 북미간 협상의 진전이나 파국, 그 어느 것이든 현 대북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하겠지만, 변화를 이끌어 갈 준비가 없는 조건에서 상황의 관리 혹은 긍정적인 개선 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미 북한의 신년사설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하면 대북 정책의 전향적인 변화 역시 당분간은 기대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북한의 신년사설에서 드러난 것처럼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둘러싼 현재의 갈등이 지속된다면 남북관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경색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오바마를 둘러싸고 남북이 경쟁하고, 시험하는 국면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과거 김영삼 정권 시기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한발 앞서가지 못하고, 발목을 붙잡으려다 엄청난 비용만을 치러야했던 역사를 뒤돌아보면, 현 정부가 그에 대한 올바른 대응책을 준비하지 못했을 때의 결과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비핵 우선' 정책에 비춰보더라도 북미간 협상에 따른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경쟁이 아닌 북미간 협상을 지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김영삼 정권기에 보여주었던 것처럼 북한 급변사태라는 '희망'에 사로잡혀 합리적인 판단을 상실했을 때의 오류를 되풀이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오바마에 대한 북한의 시험은 곧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시험이 될 것이고, 여기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게 되었을 때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은 그만큼 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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