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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자동차의 글로벌 전략과 쌍용자동차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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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자동차의 글로벌 전략과 쌍용자동차의 운명

[中國探究]<16>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자동차 산업이 불황의 늪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파산 위기에 직면한 GM과 크라이슬러에게 내년 3월까지 구조조정과 경영실적 개선을 전제로 174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영국과 독일, 스웨덴, 프랑스 정부도 정책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 신차 구입 장려금 지급 등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의 완성차 제조업체들도 세계적인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원과 감봉, 조업시간 단축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부동산 담보 가치의 하락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듯이, 금번 자동차 산업의 위기도 그 진원지가 미국의 '빅 쓰리(Big Three)'였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가 친환경, 에너지 절감형 신차 개발을 소홀히 한 채, 대형 승용차나 SUV 위주의 판매 전략을 고수한 것이 실적 악화에 큰 원인이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그럭저럭 버틸 만했지만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될 경우, 변화를 제대로 따라갈 수 없는 취약한 제품 구성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쌍용자동차가 맞이하고 있는 위기는 구조적으로 미국 '빅 쓰리'의 위기와 닮은 점이 많다. 쌍용자동차 주력 제품이 대형 승용차와 SUV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경영진은 극심한 판매 부진과 유동성 부족으로 금년 12월 종업원들에 대한 급여 중단을 통보하였고, 이에 맞서 쌍용자동차 노조는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의 기술유출 의혹과 신차개발 의지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지난 26일 한국 정부와 쌍용자동차 문제를 협의한 장쯔웨이(嶈志伟) 상하이자동차 부회장은 쌍용자동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가 자금 지원에 나서 주길 내심 바라면서도 이를 공식적으로 요청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쌍용자동차의 노사가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합의한다면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즉 상하이자동차 경영진의 입장은 쌍용자동차의 실적 악화와 유동성 부족 문제에 대해 대주주로서 1차적인 책임은 지겠지만,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하되, 쌍용자동차의 부실 문제를 혼자서만 풀어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쌍용자동차의 회생 가능성이 희박해질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의 지분을 완전히 처분하거나, 파산 절차에 착수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쌍용자동차의 회생 여부는 무엇보다도 쌍용자동차 노사의 자구 노력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겠지만, 쌍용자동차 전체 지분의 51.3%를 보유한 상하이자동차의 중장기 성장 전략도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작금의 쌍용자동차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국유 주식제기업인 상하이자동차의 중국 내 위상과 글로벌 전략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상하이자동차(上海汽车工业集团)가 중국 최대의 완성차 제조 기업으로 부상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2006년에 총 122.4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 116.6만 대를 판매한 디이자동차(第一汽车集团)를 제치고 중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2007년에도 155.4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 디이자동차(143.6만 대)와 10만 대 이상의 차이를 벌리며 1위 자리를 지켰다.

2006년과 2007년 상하이자동차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각각 17%, 18%에 이르렀고 2003∼2007년까지 5년간 자동차 판매량 연평균 증가율은 18.7%에 달했다. 상하이자동차의 성장 동력은 승용차 부문의 약진에서 찾을 수 있다. 상하이자동차의 자동차 생산량에서 승용차(SUV, MPV 및 CUV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상회하고 있는데, 양대 합자기업인 상하이GM과 상하이폭스바겐이 2007년 중국 승용차 판매량 순위에서 각각 1위, 3위를 차지하였고 양사 시장점유율 합은 20%에 근접하였다.

한편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04년 발표한 "자동차산업발전정책"에서 2010년까지 시장경쟁을 통하여 세계 500대 기업 명부에 진입할 수 있는 대형 자동차기업 3∼4곳을 선정하여 집중 육성하고 자동차 판매량, 또는 매출액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5%를 육성 대상기업 선정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2007년 현재 중국에는 공식적으로 100여개 기업이 완성차 제조업체로 등록되어 있는데, 그 중 연간 생산량이 10만 대를 넘는 기업은 약 30개이며, 자동차 판매량 점유율이 15%를 초과한 기업은 상하이자동차와 디이자동차, 두 곳뿐이다.

다른 기업들 중에는 둥펑자동차(东风汽车公司)가 13% 수준으로 15%에 가장 근접하였고, 4위인 창안자동차(长安汽车集团)와 5위인 베이징자동차(北京汽车工业股份有限公司)의 점유율은 모두 10%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결국 앞으로 중국 자동차산업은 이들 다섯 개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상하이자동차, 디이자동차, 둥펑자동차는 중국의 '빅 쓰리(Big Three)'로서 중국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기업 육성 전략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하이자동차는 앞으로 중국 자동차산업을 이끌어갈 간판기업으로서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하이자동차는 2006년 10월, 독자 개발한 중고급형 세단, '로위(Roewe, 荣威)'를 출시함으로써 합자기업 파트너인 GM과 폭스바겐의 기존 모델만 생산, 판매하는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서 상하이자동차가 독자 행보를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커진 것이다.

한편 상하이자동차의 글로벌 전략 추진 동력은 기존 제휴관계 강화와 인수합병,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 제휴관계의 강화란 GM 및 폭스바겐과 전략적 제휴의 산물인 상하이GM, 상하이폭스바겐의 중국 내 위상 강화 및 수출 증대를 의미하며, 인수합병 전략은 선진 기술과 브랜드 획득 및 해외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05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것이나, 영국의 MG 로버를 인수한 뒤 SUV와 MPV, 소형 트럭 생산에서 경쟁력을 축적한 난징자동차(南京汽车集团有限公司)를 2007년 말에 인수한 것은 상하이자동차 인수합병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금번 쌍용자동차의 유동성 부족 문제는 1차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자동차업계 불황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이전에 친환경, 에너지 절감형 신차 개발을 소홀히 한 쌍용자동차의 경영진, 더 나아가 상하이자동차 경영진도 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지속적인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적극 나서지 못한 근로자들도 경영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소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현 상황에서 상하이자동차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쌍용자동차가 계속 생존할 수 있는가?'와 '계속 생존시킬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쌍용자동차의 지속 발전 가능성에 대한 판단으로 귀결된다. 즉, 쌍용자동차가 당장은 독자적인 생존이 어렵더라도 1~2 년내에 자립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거나, 상하이자동차의 R&D 역량 강화나 글로벌 전략 추진에서 중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대주주로서 쌍용자동차의 회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겠지만, 그 반대 경우라면 순차적으로 철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현재 쌍용자동차의 제품 구성으로 볼 때, 근시일 내에 자립하는 것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과 난징자동차를 인수함으로써 쌍용자동차가 지닌 R&D 역량의 가치가 상당 부분 중첩, 희석되었다는 점은 앞으로 상하이자동차가 사업 철수를 유력한 시나리오로서 검토할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그동안 상하이자동차 경영진이 쌍용자동차의 신차개발을 거의 지원하지 않은 채, 기술유출에만 관심을 가졌다는 쌍용자동차 노조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쌍용자동차의 실질적인 주인은 상하이자동차이고 쌍용자동차의 판매 부진과 유동성 위기에 대한 최종 책임은 상하이자동차가 지는 것이며, 차후에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나 한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에는 제약요인이 많고 부담이 크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부디 쌍용자동차가 빠른 시일 내에 유동성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독자적인 회생과 새롭게 거듭남의 길을 찾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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