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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배술'이 '아름다운 배술'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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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배술'이 '아름다운 배술'로 바뀌었다

농가 지원으로 매입한 배 원료, 수익금 전액 사회 기부

400㎖ 한 병에 배 2kg이 녹아들어간 술이라면 시중가는 최소한 몇 만원이 되는 고급술이 될 것이다. 하지만 10분의 1 가격인 몇 천원으로 팔려야 하는 배술이 있다.

이런 배술이 탄생한 배경은 슬픈 이야기다. 올해 배 생산량이 유례없는 풍작을 기록한 것도 부족해, 연간 배 소비의 40%가 이뤄지는 추석이 예년보다 열흘 가까이 빨라지면서 본격적인 출하시기와 엇갈렸고, 경기침체로 소비까지 줄면서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은 애써 기른 배를 그냥 버려야 할 처지였다.

정부는 생산원가를 크게 밑도는 배 가격으로 농민들의 수입이 크게 타격을 받자 지원에 나섰다. 1만여톤의 배를 사들인 것이다. 하지만 정부 역시 이 배를 처리할 길이 막막했다.

결국 배 소비 용도의 하나로 착안한 것이 배로 술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배술 제조는 쉽지 않았다. 주류 제조업체들에게 배로 술을 만들어보라는 농식품부의 제안에 난색을 표시했다. 배는 막걸리, 와인, 소주 등의 술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원료이기 떄문이다.

배술 판매수익금 전액, 사회단체 기부

배의 당도는 소주의 주정을 만들기에는 부족해 상당히 많은 양이 필요하고, 가격이 폭락했다고 하지만 배 4~5개가 들어가는 재료비만으로도 몇 만원짜리 술이 돼 판매가 쉽지 않다. 막걸리와 와인으로 만들기에도 맛과 향, 당도 등에서 다른 원료에 뒤떨어지는 편이다.

결국 직접적인 음식료품 관련부처가 아닌 주세 관장 부처인 국세청이 나섰다. 주류업체들에게 정부가 시중가의 10분의 1가격으로 배를 공급하는 대신, 수익금은 전액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아름다운 일'을 하자고 설득한 것이다.

결국 진로발효·창해에탄올(주정업체), 진로·두산·금복주·대선주조·무학·하이트 주조(소주제조), 국순당·배상면주가(약주제조) 등 10개 주류업체가 호응하면서 정부는 50억원을 들여 매입한 배 1만t 중 1070t을 시중가의 10분의 1인 톤당 4만4000원에 공급하면서 막걸리 등 여러 종류의 배술이 탄생하게 됐다.

국세청과 주류업계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국제회의장에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한상률 국세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판촉행사를 겸해 '아름다운 배술' 출시 행사를 열었다.

배술은 일반 소매점이나 할인점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나 한정품으로 만들어져 일찍 품절될 가능성도 있다. 주류업체들은 배술 판매 수익금을 국세청을 통해 한국 해비타트, 농촌희망재단, 한국농업대학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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