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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도박꾼들을 믿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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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도박꾼들을 믿었을 뿐이라고?

[해외시각]"월가의 경영진은 자유시장에 관심없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탄받는 신세가 된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이 23일(현지시간) 하원 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마지못해 자신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다. (☞관련 기사:'금융위기 주범' 그린스펀, 때늦은 반성)

자신의 경제이론이 40년 이상 잘 들어맞고 있었으나, 일부 허점이 있었다고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정책실패의 책임을 추궁을 당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의 말대로 이번 금융위기는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신용의 쓰나미"인데 그런 것까지 미리 예상하고 막아낼 정도로 '전지전능'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대출을 해주는 금융업체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가장 잘 보호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했다. 만일 금융업체들이 제대로 했다면 '신용의 쓰나미'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앞서 그린스펀은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파생상품 자체가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탐욕이 문제였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논리다.
▲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에 나선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

"그린스펀의 죄, 자유시장 이념 신봉한 탓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업체들이 탐욕에 빠지기 쉽고, 그래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특히 월가의 경영진들은 성과를 올리면 막대한 보너스와 여러 가지 보상을 받는 조건을 획득했다. 물론 그들이 실패하면 업체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기형적인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것이 책임져야할 정책적 실패가 아니라는 것인가. (☞관련 기사:첨단 금융기법, 규제와 세금 회피에 치중" )

스스로 자유주의자라고 자처하는 그린스펀은 자신의 신념이 형성될 때 강력한 영향을 준 인물로 소설가 아인 랜드를 꼽았다. 랜드는 자기 이익에 충실하면서도 지각이 있는 개인들을 규제하는 집단의 힘을 '악의 세력'으로 묘사했다. 그린스펀은 이런 사상에 따라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철저하게 막으면서 '아인 랜드의 수제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진보성향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공동소장 딘 베이커는 "그린스펀은 아인 랜드의 수제자도 못된다"고 비꼬았다.

그는 그린스펀이 하원에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Greenspan Follies: The World Is as Ayn Rand Would Have Predicted(그린스펀의 어리석음 : 세상은 아인 랜드가 예측한 그대로다)'라는 칼럼에서 "그린스펀이 마침내 8조 달러의 주택거품을 방치한 것에 대해 몇가지 실수했을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면서 "하지만 그의 실수가 그저 자유시장 이념을 신봉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베어스턴스,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등 대형 금융업체들은 아이비 리그 MBA 출신으로 날고 기는 사람들이 경영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엄청난 돈을 벌길 원하는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야심찬 자들"이라면서 이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잘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었다는 그린스펀의 발언을 반박했다.

베이커는 "아인 랜드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는가"라면서 "한 편에는 명석한 경영진이 포진한 월가의 금융업체들, 또다른 한 편에는 이런 업체들에 투자한 멍청이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부도스왑(CDS)가 어떤 것인지 알기에는 너무 어리석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경영진들이 자신들의 야심을 버리고, 성공에 대한 열망과 탐욕을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을까"라고 반문했다.

베이커는 "그린스펀이 월가의 경영진들이 주주에게서 한 푼도 남김없이 거덜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 아인 랜드의 훌륭한 제자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주주와 납세자의 돈으로 큰 도박판 벌일 수 있는 비결

베이커는 금융업체들이 판을 크게 벌일 수 있었던 비결도 지적했다. 바로 '대마불사'의 신화다. 베어스턴스, 리먼브라더스, AIG, 골드만삭스 등에게 투자한 모든 사람들은 위기가 닥치면 정부가 구제하려 나설 것으로 생각해서 안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베이커는 "리먼브라더스(금융위기로 공중분해됨)는 예외로 하고, 이들의 생각은 옳았다"면서 "월가의 명석한 자들은 주주뿐 아니라 납세자의 돈을 갖고 도박판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월가의 날고 기는 자들은 자유시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으며, 지금도 없다는 점은 확실하다"면서 "그들은 남의 돈으로 큰 위험을 즐길 수 있고, 위험에 대한 규제를 받거나 위험에 대한 보험을 들지 않고도 정부의 보증을 받아낼 수 있기를 원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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