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나라 걱정많은 예술가들'이라고 밝힌 이들은 이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보수 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를 묵인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항의 전단 1만 장이 담긴 대형 비닐봉투을 날리는 퍼포먼스를 시도했다. 주제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를 못 듣는다는 의미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정했다.
이들은 1년도 안돼 '남북문제는 경색', '경제는 파탄', '백두산 차단·금강산 차단·개성 차단·국민 소통 차단 정권', '6·15, 10·4 공동선언 실천으로 남북화해 이행하라' 등의 문건이 적힌 12가지 종류의 전단을 준비했다. 보수단체들이 '대북 삐라'를 뿌릴 때 썼던 것과 같은 모양의 대형 풍선에는 앞 뒤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지금 주식 사면 된다? 뭥미?'라고 적혀 있었다.
▲ 8일 예술가들이 준비한 전단. ⓒ 레디앙 손기영 기자 |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적힌 대형 비닐 풍선. ⓒ레디앙 손기영 기자 |
이날 퍼퍼먼스에 참여한 작가들은 별도의 작은 풍선을 들고 '아! 캄캄하다', '윽! 해고 칼바람', '우! 유인촌 문화계 완장', '오! 반북풍선지원법', '억!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2MB 제발 아무것도 하지마' 등의 문구를 매달았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풍선에 헬륨가스를 채우고 행사를 시작하려 하자 50여 명의 전투경찰을 투입해 이들의 풍선을 빼앗고 터트렸다. 행사 참가자들은 "대북삐라는 막지도 않으면서 작가들이 풍선 몇 개 날리는 건 무섭냐", "작가들이 퍼포먼스 하는 걸 무슨 이유로 막느냐", "대한민국에는 표현의 자유도 없느냐"고 항의했지만 막무가내였다.
▲ 풍선을 터뜨리는 전투경찰. ⓒ레디앙 손기영 기자 |
이들은 행사가 무산된 이후 약식 기자 회견을 열어 "지금 남북관계는 일부 반북단체와 탈북자의 대북 '삐라' 살포로 급속히 경색되고 있다"며 "이에 걱정하는 네티즌들과 예술인들은 이명박 정권의 문제를 미술적인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보고자 이번 퍼포먼스를 마련하게 되었다"며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조각가 김운성 씨는 "미술가들이 현 사회에 대해 풍자와 해학을 하는 것은 표현과 창작의 자유인데도 경찰 병력들이 와서 무산시켰다"면서 "대북단체들은 여러 차례 삐라를 날렸지만 한번도 제지당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한 번 만에 터뜨리고 망가뜨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 회견을 마치고 종로경찰서를 방문해 퍼포먼스를 진압한 데 대해 항의했다. 이들은 앞으로 '벌거벗은 임금님', '양치기 임금님' 등의 퍼포먼스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