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촛불 집회에 활발히 참여했던 몇몇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물을 분석한 괴문서가 발견돼 누리꾼들이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을 감시하는 증거'라고 놀란 일이 있었다. 특히 이 문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정책포털'의 한 블로그에 첨부됐다 삭제됐던 파일이라 의혹을 더욱 키웠다.
그러나 이 문건은 <프레시안>의 확인 결과 한 대학원생이 논문 작성을 위해서 촛불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분석한 것이었다. 해당 대학생은 "석사 논문 주제가 '인터넷 정치 참여'라서 촛불 집회 기간 동안 82쿡닷컴, MLB파크 등에 올라온 게시물을 분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터넷 게시판 성향 분석' 괴문서 인터넷 유포
실제로 이 문서는 정부 관계자조차도 "국가정보원, 경찰 등에서 작성한 자료로 추정된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 내용이 상세하다. 이 문건을 처음 접한 누리꾼이 정부 기관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오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문서는 누리꾼이 활발하게 참여했던 한 사이트(MLB 파크)의 게시판을 대상으로 5월 1일부터 1주일 간격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거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언론 장악 논란, 경찰 폭력 진압 비판 등 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글만 추려 분석했다.
이 문서는 작성자, 제목, 댓글 수를 적시했을 뿐만 아니라, 글을 △쇠고기 수입 반대 △교육 자율화 반대 △민영화 반대 △ 대운하 반대 △언론 통제 반대 △조·중·동 반대 △정부·정책 총체적 반대 △촛불 집회 등 주제별로 나눠 분석했다. 또 '주장의 원천'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특정 단체 주장 △기타 전문적 자료 △경험적 상식으로 나눠 분석하는가 하면 글의 분량도 1~2줄부터 1장 이상까지 상세하게 나눴다.
이 문서를 최초로 발견한 누리꾼은 "구글에서 업무 관련 자료를 검색하다 우연치 않게 이 문서를 발견했다"면서 "이 파일은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운영하는 korea.kr이라는 사이트의 블로그에 걸려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서를 정부가 작성한 것으로 여기고 "씁쓸하다. 어이없기도 하고 세상이 이렇게 바뀌하나 하는 두려움도 드는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문서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확산되면서 다른 누리꾼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나라에서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서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조문을 '대한민국은 감시독재국가이다"라고 바꾸려 한다"고 비판하는 등 한때 큰 소동이 났다.
대학원생 작성…"논문 작성 위해 만든 자료"
이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 문서를 한 대학원생이 논문을 작성하고자 만든 자료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직장에서 이용하기 편해서 정부에서 제공하는 사이트에 블로그를 만들어서 올려둔 것인데 이렇게 논란이 돼 크게 당황했다"며 "자료 조사가 끝나서 이제 본격적으로 논문을 작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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