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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조중동 방송'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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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벌·조중동 방송'이 온다

한나라당 '미디어 개정안' 뜯어보니…다음은 '공영방송 민영화'?

한나라당이 3일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구상하는 미디어 시장 개편안이 거의 모습을 드러냈다. 대기업의 방송 지분 소유 허용, 신문·방송 겸업 허용 등 '언론'으로서의 미디어는 제쳐두고 이른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구호를 그대로 반영했다.

한나라당이 발표한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지상파 광고 독점에 내린 '헌법 불합치 판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법 시행령 완화 함께 언론의 다양성을 침해하고 기업의 언론 지배를 전면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공영방송 민영화'와 맞물릴 경우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차라리 상위 10대 재벌에게 미디어 산업을 몽땅 가져가라고 하라"

한나라당이 발표한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것은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한 부분. 언론계에서는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기업의 방송소유를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하는 것을 두고도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번 개정안에서 아예 대기업 기준을 없애버린 셈.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3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디어 산업에서 대기업 기준을 철폐해도 되는 것이냐"며 "차라리 상위 10대 재벌에게 미디어 산업을 몽땅 가져가라고 하라"고 비판했다. 미디어 행동은 "상위 재벌 10곳의 현금 보유액이 40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돈으로 지상파와 종합편성/보도전문PP를 소유하라고 추파를 던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방송 지분 소유 허용은 방송의 언론 기능을 심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의 언론 산업이 망하는 것도 바로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방송사에서 자신을 소유한 신문사나 대기업의 문제를 보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는 사후규제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신문·방송의 겸영을 허용한다는 조항도 논란이 적잖다.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의 20%, 종합편성·보도PP는 49%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고 방송사업자도 일간신문, 뉴스통신의 주식 및 지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그간 방송사업 진출을 준비해온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의 신문사가 방송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이날 발표한 '미디어 공공성 파괴 시작됐다'는 긴급 논평에서 "오늘 제출한 한나라당의 법안은 공공성 지키기의 마지노선을 벗어난 것"이라며 "이 법안과 민영미디어렙의 도입은 결국 여론의 다양성, 미디어의 공공성과 지역성 등 그 토대를 파괴해 회생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대기업에는 언제나 '지상파'에 대한 선망이 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여론 독과점이나 대기업과 메이저 신문 몇몇이 방송을 장악해 끌고가는 것에 우려가 큰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는 지상파 방송의 메리트가 급속도로 해체된다. 대기업이나 신문사들도 지상파 방송에 진출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신문사들의 반응은 "지상파 방송에 진출할 의지가 없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지상파 방송의 민영화가 없는 방송시장 개방은 의미가 없다"는 데 가깝다. 2일 이명박 정부 미디어 정책의 '싱크 탱크'로 불리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연 '신방겸영이 미디어산업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CJ미디어의 윤석암 tvN 대표는 "특별한 동기 부여가 없는 한 종합편성 PP와 보도편성 PP에 참여할 기업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사업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사업성에 대한 동기도 없이 정부가 진입 장벽을 낮춰봐야 얼마나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윤 대표는 "종합편성 PP와 보도편성 PP와 지상파 방송의 경우는 다르다"며 "현대그룹, SK, CJ 등 대기업은 대부분 방송 사업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가지고 있으며 그 계획의 끝에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선망'이 있다"고 했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이날 발표한 개정안에서 방송사 지배주주의 1인 소유 제한을 49%까지 확대한 것도 지상파 방송에 참여하고자 하는 대기업에게는 좋은 유인 동기다. 윤석암 대표는 "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이 내 것이냐 아니냐'인 만큼 1인 지분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그런 '오너십'을 갖기 위한 지분은 51%가 되야겠지만 49%라도 확대되는 점은 다행"이라고 반겼다.

박창신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소장도 "대부분 신문사들은 방송이 과연 사업적인 관점에서 매력적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가지고 있다"면서 "신방 겸영의 개정안이 나왔지만 '못 먹는 떡'이거나 잘못 먹다 체하면 위험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당장 방송산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고봤다.

그러나 그는 장기적으로 "신문은 방송이나 인터넷 영역을 바라보며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면서 "조선일보도 방송 관련 장비가 많이 있고 방송이나 영상 쪽의 사업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고심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조선일보 방송'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듯 "신문이 방송사업을 한다고 해도 신문이 가지고 있는 시각이나 견해를 넣는 것은 사업성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 수순은 '공영방송 민영화'

한나라당 역시 이날 내놓은 개정안은 '공영방송 민영화'를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 대상으로 굳이 지상파 방송까지 포함시킨 것은 현재의 '다공영 일민영' 체제를 '일공영 다민영'으로 바꾸려는 의도를 포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실적으로 SBS를 제외한 지상파 방송은 당장 지분 구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 한국방송공사(KBS)는 자본금 전액을 정부에서 출자한 공영방송사이고 문화방송(MBC)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분의 70%를 정수장학회가 30%를 가지고 있는 구조기 때문에 당장 민간자본이 진입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날 발표한 개정안 자체가 '공영방송 민영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 셈. 한나라당도 이러한 의도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공영방송 민영화 문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도 "미디어 환경이 바뀌었고 방송체제는 그에 맞춰가야 한다. '국가기간방송법'을 골격으로 한 가칭 '공영방송법'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또 "KBS의 광고시장을 수신료로 밀어줘서 파이를 키울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 방침도 밝혔다.

한나라당이 17대 국회에서 발의한 '국가기간방송법'은 △KBS와 EBS를 국가기간방송으로 규정하고 △이들 방송사의 예산과 결산을 국회에서 승인하며 △ 대통령이 임명하는 경영위원회를 둔다는 내용이다.

이는 KBS와 EBS가 아닌 방송사. 즉 MBC를 민영방송사로 규정하는 의미를 갖는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가칭 국가기간방송법의 제정은 실은 MBC를 겨냥한 것"이라며 "MBC에 대해 국가기간방송법 안으로 들어오든지 민영방송으로 나갈 것을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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