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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YTN '블랙 투쟁'에 '시청자 사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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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YTN '블랙 투쟁'에 '시청자 사과' 결정

최고 수준 중징계 … 시민사회 "'YTN 편파 심의" 반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YTN 앵커, 기자, 기상캐스터가 검은색 의상을 입고 프로그램을 진행한 '블랙 투쟁'을 놓고 최고 수준의 중징계인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의결했다.

방통심의위는 26일 전체회의에서 "방송 진행자들이 내부 갈등을 문제삼아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상복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착용한 것은 시청자에 대한 예의를 무시한 것"이라며 이같이 결정했다.

방통심의위의 이날 결정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인 YTN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MBC, SBS 등의 지상파 방송사도 언론노조 YTN 지부의 투쟁에 동참해 '블랙 투쟁'을 벌인 상황에서 이날 결정의 파장은 적잖을 전망이다.

방통심의위 "검은색 의상, 시청자에 대한 예의 무시한 것"

방통심의위는 26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방통심의위 대회의실에서 연 22차 전체회의에서 YTN <굿모닝 코리아 1부>, <뉴스 오늘 4부>, <뉴스 퍼레이드>' 등을 심의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 결정을 의결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은 공적매체로서 본분을 다해야 한다'(방송심의규정 7조 1항) △'방송은 종사자가 이해 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하여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안된다'(9조 4항) △'품위를 유지하고 시청자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27조)는 등의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제재는 엄주웅, 이윤덕, 백미숙 등 3명의 야당 추천 의원들이 방통심의위 결정에 항의해 퇴장한 가운데 박명진, 손태규, 박정호, 박천일 위원 등 여당 추천 위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의결됐다. 정종섭 위원은 해외 출장으로 불참했다.

이날 심의에서는 YTN에 대한 감정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박천일 위원(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은 "YTN 뉴스를 보는데 기상캐스터가 쾌청한 날씨를 보도하면서 검은 옷을 입고 있어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했다. 요즘 비오면 비옷을 입지 않나"라고 했고 박정호 교수(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많은 시청자들이 아침부터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고 했다.

반면 야당 추천의원들은 블랙 투쟁을 진행한 당사자들로부터 의견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제히 퇴장했다. 지난 14일 방송심의소위는 YTN 보도국 고위간부가 참석해 소명했으며 백미숙 위원은 "YTN 고위간부는 '시청률 저하가 우려된다'는 류의 발언을 해 사실상 소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8일 언론노조 YTN지부는 조합원 6명을 해고하는 등 중징계를 내린 사측에 항의하는 뜻에서 기자 또는 앵커가 검은색 옷을 입고 뉴스를 진행하는 '블랙 투쟁'을 진행했다.

▲ 검은 의상, 검은 넥타이를 착용한 YTN 앵커들의 모습.

"'블랙 투쟁' 동참한 MBC, SBS도 징계할 것인가?"

방통심의위의 이날 결정에 YTN 노조는 물론 시민사회의 반발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미 시민사회에서는 YTN의 '블랙 투쟁'을 방통심의위가 심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5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범국민행동은 이날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YTN의 블랙 투쟁은 전체회의까지 상정될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방통심의위의 블랙 투쟁 심의는 정치 심의이자 편파 심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YTN 블랙 투쟁 중징계는 심의 규정 적용 자체도 적절치 않지만, 형평성의 문제도 발생한다"며 "만약 방통심의위가 YTN 블랙 투쟁에 중징계를 내린다면, 블랙 투쟁에 동참한 S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에도 똑같은 잣대로 징계를 내리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검은색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시청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거나 방송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주장은 논할 가치도 없고 적용할 만한 방송심의규정도 없다"면서 "YTN 블랙 투쟁을 전체회의에 상정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명백한 정치 심의이자 편파 심의"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한 YTN 김명우 앵커는 "우리들이 검은 옷과 넥타이를 착용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이 명백한 상황에서 언론이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슬픔을 아주 소박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며 "도대체 무엇이 '공정성'이고 '품위 유지'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심의하겠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임장혁 YTN <돌발영상> 팀장도 "사측과 방통심의위가 짜고 치듯이 치졸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검은 옷을 왜 입었는지, 어떤 메시지를 담았는지를 가지고 심의하겠다는 것 자체가 명백한 언론 탄압이고 정치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심석태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SBS는 두 차례에 걸쳐서 아침뉴스부터 마감뉴스까지 강력하게 '블랙 투쟁'을 해왔다"면서 "YTN의 블랙 투쟁을 징계한다면 SBS도 징계할 것인가. 방통심의위가 이명박 정부에게 거슬린다고 해서 심의, 제재하겠다는 것 자체가 방통심의위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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