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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이건희, 잭 웰치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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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이건희, 잭 웰치의 공통점은?

[화제의 책] 박후건 <유일체제 리더십>

"자신이 후계자가 됐을 무렵부터 김정일은 한마디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에게 역사의 시작은 김일성의 탄생부터이고 역사의 끝은 '주체가 이뤄지는 미국과의 국교정상화'이다.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이후 북한의 자신의 사회가 주체가 완전히 실현되는 '이상적인 사회'로 갈 것으로 기대하고 믿고 있다."


북한과의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공언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가 차기 미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후건 경남대 교수는 최신 저서 <유일체제 리더십 : 잭 웰치, 이건희, 김정일 리더십의 비밀>(박후건 지음, 선인 펴냄)에서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필생의 과업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차치하고서라도, 70살에 가까운 그가 오바마의 '터프한' 접근에 적극 호응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북미관계 정상화는 김정일 체제 정당성 강화의 길"

그렇다면 북미수교 뒤의 북한은 어디로 갈 것인가? 김정일 사후 북한의 후계구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유일체제 리더십 : 잭 웰치, 이건희, 김정일 리더십의 비밀> (박후건 지금, 선인 펴냄) 표지 ⓒ프레시안

혹자들은 북한이 미국과 수교를 한 후 개혁·개방으로 통해 경제를 개발할 경우 김정일 체제는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같은 전망은 북한이 겉으로는 북미관계 정상화만 된다면 핵을 폐기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된다.

박후건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북미수교를 통해 평생의 과업을 달성한다면 오히려 체제의 정당성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다면서, 다만 '하나는 전체를 위해, 전체는 하나를 위해' 존재하는 북한식 유일체제의 존립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정일 이후 김일성과 김정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건국의 아버지'로, 그리고 '주체를 수호한 지도자'로 추앙받으며 북한이 존립하는 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 놓은 국가적 차원의 유일지도체제는 북한에서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며, 이것은 김정일이 후계자를 두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진다면 김정일은 자신의 정권의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북한을 둘러싼 외부 조건의 변화가 생긴다면, 그리고 김정일이 진정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북한의 발전을 원한다면 자신의 유일지도체제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일체제가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선 미국의 적대시정책 혹은 무시정책이라는 외부적인 요인(敵)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유일체제 리더십을 기업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적용하는 것은 원래부터 무리한 것이라는 유일체제 자체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박후건 교수는 "외부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 유일지도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은 앞으로 북한에 주어진 과제"라면서 "그러나 북한은 유일지도체제를 통해 일정 수준의 내부적 결속과 단합을 이루어 냈으며, 거기서 나오는 '통일·단결'의 힘은 역설적으로 북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웰치의 GE, 유일체제의 전형

<유일체제 리더십>은 박 교수가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의 기업 경영과 김정일 위원장의 국가 경영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유일체제 리더십'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비교·분석한 책이다.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 Riverside)에서 북한 경제 개발 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 교수는 보스턴컨설팅 그룹에 근무하던 2000년 경 그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고, 그 후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경영에서도 같은 전략이 있음을 간파, 이들의 리더십을 엮게 됐다.

세 사람은 모두 유일체제 리더십으로 자신의 조직을 진화시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러더와 구성원간의 관계를 총체적이고 총화적인 관계로 보고, 구성원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조직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유기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유일체제 리더십의 시작은 조직 장악이다. 1981년 45세의 젊은 나이로 GE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웰치는 GE 주요 사업부문의 리더와 최고위층 스태프로 구성된 기업경영위원회(CEC)를 만들어 자신을 중심으로 조직을 하나로 묶었다. 이후 전사적인 혁신운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유일체제 형성의 두 번째 단계인 조직 강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웰치는 회장실에 앉아 있는 것을 거부하고 현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회사 인재들을 직접 만나 GE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점을 도출하는 등, 구성원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면서 혁신을 이끌었다.

박 교수는 이를 개체와 개체 뿐만 아니라 전체와 부분(개체) 간에도 일어나는 상호 작용인 '상호되먹임(feedback loop)'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는데 웰치의 조직 강화는 "혁신운동을 통해 이뤄지는 직원과 직원간의 상호되먹임, 그리고 최고경영자인 웰치와 직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되먹임"의 과정이었다고 분석했다.

'창조의 삼성'이 되지 못하는 까닭

이건희 전 삼성 회장도 조직 장악을 위해 6년간 꼼꼼히 준비하고 1993년 일시에 삼성을 완전히 장악한 뒤 유일체제 리더십을 확립해 나간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이건희가 답습한 이병철식 경영 방식은 엄밀한 의미에서 '조직 장악'의 연장일 뿐 '조직 강화'는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유일체제의 속성은 있지만, GE나 북한처럼 완벽하진 않다는 진단이다.

"삼성에서 나타나는 일치단결은 하향편달식의 일방통행적인 면이 강하다. 회장과의 상호되먹임 속에서 소통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은 전략기획실의 눈치를 보며 회장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는 것이 일수였다.

또 창의력과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맡은 임무에서 실수를 최소화시키는 소극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다. (…) '관리의 삼성'은 될 수 있어도 '창조의 삼성'은 되지 못한다."


스스로 권력을 장악한 김정일

▲ 김일성-김정일 부자 현지지도 장면 ⓒ연합뉴스

김정일의 경우는 아버지 김일성이 만들어 놓은 유일체제를 완벽히 '자기화'한 케이스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권력 이동을 '세습'의 관점에서만 보는 이들은 김정일이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로' 후계자가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황장엽을 비롯한 고위급 탈북자들이나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최고권력자의 아들이라는 프리미엄은 가지고 있었으나, 그가 1960년대 중반 조선노동당에 들어와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됐을 때까지 10년간 당과 권력을 스스로 장악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박 교수도 마찬가지로 그 과정을 GE나 삼성에서 나타났던 유일체제 리더십의 '조직 장악'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김정일의 승계 과정은 북한이라는 조직을 강화시키는 '조직 강화'와 '조직 재생산'을 동시에 포괄하는 과정이었다. 김일성과 북한 지도부가 김정일을 처음부터 후계자로 선정하고 승계를 조성한 면도 있지만, 김정일이 후계자로서 북한이라는 조직을 장악하고 강화시키며 스스로 최고지도자로 만들어 간 측면이 더 강하다."

그러나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일체제 리더십은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이며, 국가라는 복잡계를 하나로 묶어 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이에 대해 "다분히 환원주의적인 발상"이라며 "국가가 다양한 목적과 다른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집단과 조직이 모여 있는 복잡계임을 망각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유일체제 리더십을 구축했지만 한계에 봉착한 GE와 삼성, 그리고 북한. 이 세 '조직'이 경제위기와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한계를 극복하고 어떤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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