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가 'R'(리세션)의 공포'에서 이제는 'D(디플레이션)의 공포'로 화두가 바뀌었다.
그동안 스태그플레이션(자산가격 하락을 중심으로 경기는 침체하지만 물가는 상승) 성격의 경기침체를 걱정하던 것이, 물가하락까지 동반하며 경제 규모 자체가 쪼그라드는 불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악마' 디플레이션 찾아오나
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은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은 반가울 일이지 몰라도, 앞으로도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는 심리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생산도 위축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이때문에 디플레이션은 '경제의 악마'로 불릴 정도로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어려운 최악의 불황으로 여겨진다.
19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는 'D'의 공포가 휩쓸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가 2003년 3월 이후 처음 8000선이 무너졌다. 5년반만의 최저치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27.47포인트(5.07%) 내린 7997.28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이달과 10월에도 장중에 8,000선이 무너진 적은 있지만 종가로 밑돈 것은 2003년 3월31일 이후 5년 7개월여만에 처음이다.
나스닥종합지수는 96.85포인트(6.53%) 떨어진 1386.42를 기록해 1400선이 무너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2.54포인트(6.12%) 빠진 806.58에 마감해 5년반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이날 증시는 암울한 경제지표가 쏟아졌다.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국 경제의 침체가 1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사기로에 서있는 미국의 자동차 '빅3'들도 구제금융에 대한 미 의회의 논란이 거듭되면서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날 10% 폭락하면서 주가가 2.7달러선으로 내려앉았고, 포드는 25% 폭락해 1.26달러로 떨어졌다.
'5만명 감원 계획'이 발표된 씨티그룹은 역대 최대인 23%나 폭락하면서 6.4달러에 마감돼 13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FOMC "경기침체 1년 이상 지속 가능성"
"D'의 공포를 촉발시킨 것은 특히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는 소식이었다.
미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가 1.0% 하락해 관련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8월 이후 석달 연속 하락,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도 0.1% 하락했다.
미국의 주택건설 경기 현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신규 주택건설 실적과 허가실적이 관련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미 상무부는 10월 신규 주택건설 실적이 79만1000채(연율 기준)로 전월에 비해 4.5% 감소하면서 1959년 해당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신규 주택건설 실적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건설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표인 주택건설 허가 실적은 70만8000채로 12% 감소, 종전의 역대 최저치인 1975년 3월의 70만9000채를 갈아 치웠다.
FOMC는 이날 공개한 10월 회의 의사록에서 미국 경제의 침체가 1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FOMC는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2.8%보다 크게 떨어진 -0.2%∼1.1%로 전망했다. 또 올해 성장률도 1∼1.6%에서 0∼0.3%로 대폭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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