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분장디자이너 채송화씨입니다. 채송화씨는 1996년 프랑스 크리스티앙 쇼보 분장학교를 졸업했고 97년 ITM(Insitut Technique du Maquillage) 분장학교와 중앙대 패션예술학과를 수료했으며 특수분장사 엘리자베스 다이너의 아틀리에에서 연수를 받았습니다. 1998년 분장회사인 "CREA" 크레아를 설립해 분장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연극 '노래하듯이 햄릿'과 '한 여름밤의 꿈'.. 안은미의 무용 '춘향'을 비롯해 뮤지컬 '헤드윅'과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에서 분장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현재 뮤지컬 '캣츠'와 '이블데드', '미녀는 괴로워'의 분장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보디페인팅 예술가로서 전시 '몸과 색의 아름다움', '타자로서의 신체' '팜므파탈' 전 등을 열었습니다.
박인규 : 이렇게 방송국까지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우리 공연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분이라고 하는데 몇 개 작품의 분장을 맡고 계신 겁니까?
채송화 : 지금 하고 있는 건 7,8편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박인규 : 굉장히 많군요. 분장디자이너라고 하면 예전엔 분장사라고 표현했던 것 같은데, 저희는 어릴 때 얼굴 화장해주는 것, 메이크업이라고 합니까, 그 생각을 하는데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면서요?
채송화 : 얼굴 메이크업도 캐릭터에 맞춰서 해줘야 되고 헤어스타일, 코디네이션까지 분장사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박인규 : 그래서 디자이너라는 말을 쓰는군요. 뮤지컬 이블데드에선 거기에 쓰이는 피를 진짜같이 만들었다는 보도도 있던데요
채송화 : 이블데드가 좀비가 등장하는 공인이고. 스플래터존이라고 해서 관객들이 피를 맞는 존이 만들어져 있어요. 관객들이 피를 옷에 맞아요. 그래서 그 피를 저희가 2개월에 걸쳐서 매뉴얼을 방송이나 영화에서 쓰는 매뉴얼을 바꿔서 관객들이 맞고 돌아가셔도 빨래했을 때 지워지고 저희 배우들 얼굴에도 착색이 안 되는 피를 지금 만들어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인공피를 조제하신 겁니까?
채송화 : 그렇죠.
박인규 : 그런데 빨래를 해도 지워지고 그런 것도 중요하겠지만 만들 당시에는 피라는 느낌을 받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비결이 뭡니까?
채송화 : 저희가 테스트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원래는 피를 물엿과 식용색소로 만드는데 저희는 공연특성상 물엿을 쓸 수가 없었어요. 무대에 한 6개월 이상 항상 피가 난무해야 되기 때문에 물엿이 있으면 끈적임과 벌레가 생길 것 같아서 물엿을 전혀 안 넣고 글리세린이라는 화장품 용도로 쓰는 재료와 다른 점도를 주는 것과 식용색소를 첨가해서 만들었는데 그 점도와 농도 조절로 착색되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요. 그리고 정말 색깔도 피답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좀 많이 걸렸는데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박인규 : 피는 얼핏 생각하면 특수효과 같은데 그런 것까지 하신다니 분장디자이너의 역할이 광범위하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언론보도를 보니까 채송화씨가 뮤지컬 캣츠의 분장을 맡게 됐다고 해서 굉장히 대서특필됐는데, 저는 무식한 질문이긴 합니다만, 캣츠가 유명한 뮤지컬인 줄 압니다만 캣츠를 공연한 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그것의 분장을 맡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라서, 설명 좀 해주시죠.
채송화 : 무대 공연을 하는 스태프들이나 뮤지컬을 해오신 분들 중에 아마 캣츠라는 공연은 많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분장디자이너에게 캣츠는 분장디자이너 생활을 평생 하면서 한 편 정도는 꼭 해보고 싶은 작품으로,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박인규 : 그동안 캣츠의 분장디자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했던 게 아닙니까?
채송화 : 우리나라에 캣츠가 오래 전에 들어왔는데 지금처럼 되기까지 어려운 난관들이 있었다고 해요. 아주 과거에 공연할 때는 라이선스를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따지 못해서 외국에서 몰래 공연을 보시고 자료도 없이 만들어서 공연을 올렸던 때가 있고. 그 뒤에 정식으로 라이선스를 땄을 때도 우리나라 버전으로 만들지 못하고 영어로 공연하면서, 무용수들이나 뮤지컬배우도 외국 사람들이 대거 투입돼서, 사실 그쪽으로 모든 라이선스나 디자인비가 나가는 거죠.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공연의 다른 점은 우리나라 기술로 100% 우리나라 스태프들의 힘으로 또 우리나라말로, 한국어로 돼서 한국 무용수들에 의해서 공연되는 캣츠로 올해 하고 있는 공연이 처음입니다
박인규 : 언제부터 공연했나요?
채송화 : 9월부터 샤롯데극장에서 진행 중이고 그 전에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버전으로
박인규 : 한국인 배우에 의해서 한국어 가사로 순전히 한국 스태프 힘으로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군요. 거기서 분장 전체를 책임지는 역할을 채송화씨가 맡게 됐다. 축하할 만한 일 같습니다.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뮤지컬 캣츠가 사람이 고양이 분장을 하고 나오잖아요. 그런 것들이 어려워서 분장사들이 탐내는 건가요 이 작품을?
채송화 : 인간의 얼굴에 고양이라는 캐릭터를 얹어서, 또 배우들이 그 역할에 맞게 고양이 연기를 하거든요. 움직임도 그렇게 하고 이야기도 고양이들의 이야긴데 굉장히 전혀 다른 인물로 바꿔야만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분장사거든요. 그 사람을 내보내주는 게 아니고 그 사람이 맡은 캐릭터로 100% 바꿔줘야 하는데 고양이로 바꾸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어느 정도 경력이 오래되신 분장디자이너들은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주제 아닌가 싶어요.
박인규 : 말씀하시면서 한국인 배우와 스태프, 순전히 한국사람들의 힘으로 올리게 됐다고 하셨는데 채송화씨가 이번에 한국적 고양이의 모습을 만들어냈다는 보도를 봤어요. 한국적 고양이란 어떤 건가요?
채송화 : 저희가 외국팀 분장디자이너와 제가 여러 가지 상의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 캣츠의 분장을 만들어냈어요. 외국배우들이 하고 있는 분장을 그대로 우리 배우들에게 옮기면 느낌이 완벽하게 우리나라 배우들 얼굴에 맞지 않아요. 사실 사람 얼굴은 다 다르게 생겼고 서양인과 동양인의 얼굴골격은 다르거든요. 그래서 좀 더 우리나라 배우들이 무대에서 잘 보이게끔 음영도 많이 이용하고 명암이나 그라데이션도 더 많이 주고요. 그리고 아이라인이나, 특히 그런 부분에 고양이눈처럼 보이는 라인들을 추가해서 지금 저희 한국팀의 캣츠 분장이 오히려 분장으로만 보면 외국공연의 분장보다 훨씬 디테일하고 섬세해요
박인규 : 한국인의 얼굴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분장을 만들어냈다. 사람얼굴을 고양이로 바꾸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뮤지컬 캣츠의 경우 한 배우를 고양이로 분장시키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립니까?
채송화 : 지금 캣츠 분장은 조금씩 줄고 있는데 처음엔 한 시간 넘게 걸렸고 지금은 30,40분
박인규 : 채송화씨가 분장을 직접 해주시는 겁니까 후배들이 하는 겁니까?
채송화 : 대부분의 다른 공연은 분장사들과 분장디자이너들이 다 해줘요. 무용하시는 분들이나 배우들에게. 그런데 캣츠만,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계약조건에 배우들이 분장하게끔 돼 있어요.
박인규 : 왜 그런 거죠?
채송화 : 저도 굉장히 의아해서 여쭤봤는데, 캣츠는 배우가 스스로 자기 얼굴에 고양이 분장을 하는 시간이 인간에서 고양이로 바뀌는 의식 같은 시간
박인규 : 몰입, 감정이입을 해라
채송화 : 그런 지시가 내려와서 모든 나라의 캣츠 공연은 배우들이 분장을 스스로 하고, 그 디자인을 잡는 걸 디자이너가 미리 배우들에게 아예 워크숍을 거쳐요. 배우들이 분장수업을 받게 해요.
박인규 : 전반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화장은 스스로 해라. 사소한 질문이긴 한데, 뮤지컬을 하면 움직임이 많잖아요. 거의 두 시간 동안 분장이 지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는데 특수한 분장용품을 씁니까?
채송화 : 지금 저희가 쓰고 있는 재료가 보통 무대분장하시는 분들이 쓰는 것보다 훨씬 지속력이 강하고 땀에 정말로 잘 안 지워지는 최고 퀄리티의 재료를 쓰고 있습니다. 그건 외국팀의 캣츠 디자이너가 쓰는 걸 100% 그대로 가져와서 쓰고 있어요.
박인규 : 한 번 분장하고 나가면 공연 내내 손을 안 봐도
채송화 : 두 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박인규 : 채송화씨는 국내에서 굉장히 알아주는, 하시는 작품만 해도 7,8개라고 하시니까. 채송화씨가 하시는 분장의 특징이 있습니까? 채송화표 분장은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 설명할 수 있나요?
채송화 : 확실하게 찝어서 설명은 모르겠고, 이번에 제가 캣츠를 맡게 됐을 때 다른 분들 하시는 말씀이, 그거 딱 채송화 선생님이 하셔야 되는 분장이잖아,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굉장히 화려함을 좋아하고 색감이 많이 보이는 분장을 많이 좋아하고 저도 그렇게 하기 때문에 색감이 원색적이고, 화려하다는 건 반짝이가 들어간다든지 굉장히 화려한 무대메이크업들을 제가 좋아하거든요. 헤드윅이나 캣츠, 그런 분장들이 일반 분장보다 훨씬 더 색감이 뚜렷하고 많이 화려해서 저와 맞는 분장이라고 여기시는 것 같아요
박인규 : 그런 특징들이 이른바 캣츠를 한국화하는 데 첫 번째 분장디자이너로 채송화씨를 꼽게 된 이유라고 보면 될까요?
채송화 :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저는 생각하는데
박인규 : 캣츠를 솔직히 제가 보지는 못했지만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고양이들이 나와서 개성들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분장을 통해서 이 고양이는 이런 특징이라는 걸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캐릭터를 살리기에 가장 까다롭달까 힘든 고양이는 어떤 거였나요?
채송화 : 캣츠 고양이들이 거의 30마리 정도 돼요. 각각 분장이 다르고 가발도 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그 중에 대표적으로 남자고양이 중에 가장 저희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이 럼텀터거인데요. 터거는 외국공연에서부터 굉장히 섹시하고 반항아적이고 남성적인 매력을 가진 고양이에요. 그래서 배우들이 와서 분장을 배울 때도 그렇고 저도 그 배우의 얼굴을 가장 돋보이고 굉장히 개구쟁이스럽고 그런 면을 다 표현해줘야 돼서, 익살스럽고요. 가장 남자답게 하려고 애썼고요. 헤어스타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엘비스프레슬리 앞머리모양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앞머리를 앞으로 내려서 꼬아서 굉장히 개성있는 역할이거든요. 럼텀터거는 그런 쪽에 많이 신경썼고. 여자캐릭터는 그리자벨라라는 메모리라는 유명한 노래를 부르고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윤복희씨가 그 역할을 해서 유명해졌거든요. 그 역은 고양이 무리에서 굉장히 젊었을 때 무리에서 한 번 나갔다가 다른 세상에 갔다가 그 무리로 다시 돌아온 캐릭터에요. 무리에서 돌아왔을 때 따돌림당하고 외로워하고 굉장히 밖에서 상처를 많이 받아서 온 몸에 상처가 있어요. 얼굴에도 보일 정도로 상처 자국을 내줘야 된다고 계속 외국 디자이너들이 주문하고, 저희 배우들도 본인의 나이대보다 그리자벨라가 훨씬 더 들어보여야 되거든요. 굉장히 추하고 늙은 고양이에요. 그래서 분장 자체도 주름도 많이 살려주고 없는 주름도 만들고 굉장히 어둡고 침울한 고양이로 분장해야 해서 아마 럼텀터거와는 반대인데 굉장히 극에서는 둘 다 비중있고 아주 관객들에게 기억에 남는 역할입니다.
박인규 : 그런 식으로 출연하는 고양이, 배우들의 캐릭터를 살려주려면 완전히 극 전체를 꿰고 있어야겠네요
채송화 : 그렇죠. 극 전체를 꿰고 있고 해석도 다 나름대로 알고 있어야 되고요. 저도 또 분장디자이너로서 해석도 해서 스태프나 연출에게 전달해서 분장디자인을 만들 때 회의를 통해서 모두가 공유하는 가운데서 만듭니다.
박인규 : 각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도 일대일로 대화하십니까?
채송화 : 네. 저는 특히나 분장을 디자인할 때 배우들에게 굉장히 많이 물어보는 편이에요. 왜냐면 저보다 더 먼저 아주 오랫동안 배역에 대해 고민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분들이 생각하는 역할은 어떤 건지를 물어보고 제가 디자인을 시작하죠.
박인규 : 그럼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극본을 보는 건 기본일 테고 연출자라든가 배우라든가, 말하자면 분장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전략을 어떻게 세우시게 되는 겁니까?
채송화 : 일단 저는 그걸 처음부터 너무 많이 가지는 않고요. 대본을 먼저 보고 연습을 보고 스태프 회의를 하면서 연출이 원하는 그림은 어떤 건지 듣고, 배우들이 생각하는 캐릭터를 듣고 제가 생각하는 캐릭터를 모아서 처음엔 시안작업을 해요. 시안을 보여드리고 그 시안에서 이런 느낌이 참 좋다고 연출의 컨펌을 받은 다음에, 그 뒤에는 배우들의 얼굴에 시연을 한두 번 정도 하고 리허설 때도 한두 번 세 번 정도 시행착오를 한 다음에 무대에 올릴 때는 완벽하게 배우들과 연출의 OK사인을 받고 저도 확실하게 결정한 다음 무대에 올리죠
박인규 : 그동안 분장디자인을 한 뮤지컬이나 연극이 많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면 한 가지 소개해 주시죠.
채송화 : 제가 뮤지컬을 지금 많이 하고 있는데 원래 연극으로 분장을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제 작품 중에 연극 분장 중 가장 저를 알렸던 작품이 '한여름밤의 꿈'이라고, 극단 여행자에서 한여름밤의 꿈을 동양적으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그 작품을 가지고 해외공연을 굉장히 많이 다녔거든요 지금도 하고 있고. 그런데 제가 오히려 외국에 갔을 때 저희 공연의 분장을 외국인들이 보고서 너무 분장을 좋아하고 사랑해주셔서 끝난 다음에 저희 작품에 대한 기립박수도 많았지만 연출 인터뷰와 분장 인터뷰가 같이 들어온 경우가 많았어요. 영국 에딘버러에서도 그렇고
박인규 : 말하자면 한여름밤의 꿈이 분장디자이너 채송화씨의 출세작이군요
채송화 : 연극에서는 그랬던 것 같고. 그때 연출자께서 제가 분장디자인을 하고 몇 년 후에 한여름밤의 꿈이라는 작품이 그 전에 한 10% 모자랐다면 그 10%를 채송화라는 디자이너가 와서 분장디자인을 한 다음에 100% 채워졌다. 이젠 더 이상 이 작품을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해서 너무 기억에 남아요.
박인규 : 앞으로 뮤지컬 캣츠의 분장도 그런 찬사를 듣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분장디자이너를 직업으로 택하신 건지 궁금하네요.
채송화 : 제가 처음에는 어렸을 때 미술학원을 다녔어요. 어머니께서 저를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만드시려고 미대에 갈 거라는 꿈을 꾸시고 화실을 보내다가 제가 중간에 공연 쪽에 눈을 돌려서 극단생활을 했어요. 배우도 아주 짧게 한 적이 있는데 어렸을 때, 그때 무대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접한 다음에 계속 너무너무 오랫동안 그 사람들과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크게 남았어요. 그런 와중에 제가 유학을 결심했는데 그때 전공을 택할 때 연기를 택할지 아니면 어려서부터 했던 그림을 택할지 고민하다가 제가 한 달 만에 내란 결론이 둘 다 할 수 있는 건 분장이다. 그럼 제가 좋아하는 그림도 그릴 수 있고, 사실 분장이 얼굴이 그림 그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공연 쪽 사람들과 일하는 거였어요. 그들이 너무 인간적이고 좋았으니까, 그걸 둘 다 충족시키는 게 분장이란 전공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분장을 전공하기로 결심하고 택한 나라가 프랑스였죠.
박인규 : 알고 봤더니 채송화씨 아버님이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던데, ET할아버지라고 불렸던 두밀리 자연학교의 채규철 선생님. 돌아가셨죠... 제가 알기론 굉장히 큰 화상을 입으셔서 몸이 그러셨는데 아버님 영향 때문에 사람 몸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는 보도를 봤어요.
채송화 : 저희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로 3도화상을 입으셔서 온 몸이 다 화상을 입은 상태였는데, 피부가 다 다른 곳에서 이식수술을 해서 자기 피부의 어느 곳을 떼어서 얼굴에 붙여서 다 부분 부분 색깔이 달라요. 그런데 저도 나중에서야 유학가서 공부를 하고 와서 안 건데 화상을 입은 분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 자기 외모에 대한 것 때문에 실력은 있는데 취직은 안 되고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여자들 같은 경우 거의 분장술을 익혀서 그런 도움을 받아서 면접도 보고 생활해야 되는 분들이 있대요. 저는 저희 아빠, 어려서부터 아빠와 그런 모습으로 살았기 때문에 저희 아빠가 특별하다고 생각 못했고 다른 집 아버지들도 그런 줄 알았거든요. 나중에 친구들이 초등학교 때 저희 집에 왔다가 저희 집에 도깨비 있다고 안 오고. 아버지가 무서우니까 아이들은. 그때부터 다르다는 걸 알았는데, 아마도 제가 몸에 그림을 그리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에 집착하는 부분들이 아마 아빠의 모습이, 왜냐면 아빠의 인생이나 말씀을 듣거나 사람과의 관계들은 굉장히 아버지가 존경받을 만큼 많은 좋은 일들을 하고 가셨는데 사고로 변한 겉모습인데 너무 사람들이 편견을 갖는 것 같았어요. 그게 아마 저의 사춘기 때 많은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아버님께서 채송화씨가 연극의 분장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거 보시고 돌아가셨나요?
채송화 : 그럼요. 저 열심히 하고 유학도 하고 오고 현장에서 자리잡아가는 거 다 보시고
박인규 : 굉장히 좋아하셨겠네요
채송화 : 많이 좋아하시고 저희 아버지는 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정말 제가 뭐 할지 모를 때부터 굉장히 버릇처럼, 항상 술을 좋아하셨는데 술 드시고 들어오시면 너는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매번 그 이야기를 하신 것 같아요. 저는 그때 그 얘기를 저한테 자꾸 왜 하시지? 술 드시고 하신 얘긴 줄 알았는데 아마 제가 남들이 안 하는 어려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거든요. 그런 면을 저한테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박인규 : 제가 이 프로그램 시작하기 전만 해도 분장 하면 얼굴에 메이크업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우리나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분장디자인의 수준이랄까, 그것을 대하는 사회의 시각? 편견? 그런 건 어떻게 보십니까?
채송화 : 저는 지금도 그래도 10년 전이나 20년 전 저보다 더 전에 활동하신 선배님, 선생님들 분장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 분들이 하셨던 시대에 비해선 너무너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학과에 2년제 4년제 대학원과 박사과정까지 개설돼 있고요. 전공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생겼지만, 그 분들을 교육할 만한 그 윗세대가 없는 거예요 사실. 그런 면에 제가 좀 아쉽게 보는 부분이고요. 그래서 지금 저처럼 계속 현장에서 일도 하고 저도 계속 학업을,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그런 분들이 최상의 교육을 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줘서 분장에도, 저희가 앞으로 후배들을 잘 양성해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분장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데 그 분들이 제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은 부족하다. 이 분들이 외국 나가지 말고 국내에서 공부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됐으면 좋겠다. 또 채송화씨는 분장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바디페인팅 작가로도 굉장히 유명하다고요. 바디페인팅과 분장은 어떻게 다릅니까?
채송화 : 일단 제가 바디페인팅을 하는 건, 분장을 하면, 분장디자인을 할 때는 혼자 할 수는 없거든요. 연출에게 컨펌을 받아야 되고 그 작품에 맞는 디자인을 제가 해야 되잖아요. 저는 그 작품을 같이 만든 사람 중 하나지 내 작품이란 생각은 좀 덜 들거든요. 그런데 바디페인팅을 하는 이유는 저의 바디페인팅은 연출과 디자인에 대한 모든 면이 제가 100%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바디페인팅을 해서 사진으로도 그 작업을 남기지만 바디페인팅 전시장 안에서 퍼포먼스를 열어서 무용수들이나 배우들 몸에 페인팅을 한 부분에 움직임을 주는, 라이브연주와 함께 그런 공연을 만들어서 전시장으로 관객들을 보러 오시게 해서 나중에 보신 소감도 듣고 또 다른 전시회를 기획하고 지금 그런 부분을 하고 있어요.
박인규 : 오늘 채송화씨를 만나서 분장디자인의 세계에 대해서 새로 많은 걸 알게 됐는데 앞으로의 계획이나 못다하신 말씀 있으시면 정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채송화 : 저는 지금 하고 있는 무대분장 쪽이 계속 지금과 같은 발전을 해서 저희 분장팀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좋은 분장팀들로, 전문인으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그리고 제 개인적인 꿈에서 항상 같이 있는 바디페인팅을 제가 해가는 데 있어서는, 내년에도 굉장히 좋은 사진작가와 우리나라에서 다른 분들이 안 하고 있는 수중촬영을 시도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물 속에서 제가 인체에 그린 화려한 그림들이 바닷속 물고기들과 색깔들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하거든요. 그 배경과 함께 작품을 찍어서 한국에서 전시회를 꼭 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박인규 : 꾸준히 정진하셔서 한국에서 채송화 분장학교, 그런 걸 만드실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시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채송화 : 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뮤지컬 캣츠의 분장 디자인을 맡고 있는 채송화씨를 초대해 손끝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연출하는 분장 디자이너의 세계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