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12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할 것이라고 밝혀 '남북관계 전면 차단 검토'라는 지난달의 공언이 하나씩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대표단 김영철 단장은 12일 남측 군당국에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위임에 따라 오는 12월 1일부터 1차적으로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하는 우리 군대의 실제적인 중대조치가 단행된다는 것을 정식으로 통고한다"고 밝혔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전했다.
전통문은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군부를 비롯한 남조선 괴뢰 당국의 반공화국 대결소동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같이 말하고, 남한 정부에 대해 "현 북남관계가 전면차단이라는 중대기로에 놓여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및 관광에 추가 조치 있을 듯
북측이 육로 통행의 '전면 차단'이 아닌 '엄격 제한·차단'조치라고 밝힘에 따라 당장 남측 인원의 개성공단 등의 출입이 전면 중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도 이와 관련해 아직 연락받은 바 없고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고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성관광이 당장 중단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내달 1일부터 북한의 조치가 시행되면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대립국면으로 더 악화될 전망이다. 북한은 우선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을 드나드는 인원과 차량, 물자에 대한 검문과 검색을 강화하는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향후 남측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개성관광 중단, 개성공단 철수 등 조치의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며 무분별한 반공화국 대결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우리는 부득불 북남관계의 전면 차단을 포함해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북한은 앞서 10월 2일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남한 일부 단체들의 '삐라' 살포 등을 문제 삼으면서 개성공단 사업과 개성공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군사분계선을 통한 남측 인원의 통행이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민간단체들의 삐라 살포 행위에 대해 '법으로 통제할 수 없다'며 자제 요청과 유감 표명에만 머물렀다. 김영철 단장의 이날 전통문은 일차적으로 이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나아가 북한은 이같은 행동을 통해 남한 정부에 대북정책 전환과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한 남북관계 전면차단 중 양자택일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강조하는 버락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남한이 바뀌지 않으면 '통미봉남'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영철 단장은 지난 6일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실장 자격으로 군부 조사단 6명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해 "(입주 업체가) 철수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통문은 "역사적인 두 선언에 대한 남조선 괴뢰당국의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가 최종적으로 확인됐다"며 "지금 이러한 입장과 태도는 선언에 따른 모든 북남합의를 노골적으로 파기하는 엄중한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남한 정부의 입장을 거듭 문제 삼았다.
정부, '유감' 논평 발표하고 구체 조치는 '없음'
이에 대해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발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이런 조치를 실행하게 된다면 그동안 쌓아온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논평은 또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남북관계의 후퇴를 초래하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상호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생·공영의 남북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평은 "우리는 6.15선언과 10.4선언을 포함한 기존의 모든 남북간 합의들의 정신을 존중하며 그 중에서도 북한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6.15, 10.4선언의 이행을 위해 현실적인 기초 위에서 구체적으로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며 "이를 위해 조속히 남북당국간 대화가 이뤄져야 하며 이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전에는 '6.15, 10.4 선언 이행에 관한 문제를 협의하자'고 했었다"고 언급, 6.15, 10.4선언에 대해 이날 일부 진전된 입장을 표명했음을 시사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이 언급한 '통행의 엄격한 제한ㆍ차단'이 갖는 의미에 대해 "북측의 통보내용을 보면 (남북간 통행의) 전면적인 차단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논평을 발표하는 것 외에 다른 조치를 취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중앙언론사 논설실장단 오찬간담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삐라 살포 단체 중 하나인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이날 "수십년째 생사 확인조차 안 되는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의 해결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는 계속 북한에 전단을 보낼 것"이라며 "정부가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전단 단체들에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항의하고 전단을 계속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 위해 김하중 통일장관의 면담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추후 삐라 10만장을 추가로 뿌릴 계획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