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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변화에 우리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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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변화에 우리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한반도 브리핑] 북한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지난 18일 <조선중앙통신>은 당세포비서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2007년 대회가 열린 이후 5년 만이다. '당세포'란 북한을 움직이는 조선노동당의 가장 기층 조직으로서 사실상 북한을 떠받치고 있는 풀뿌리라 할 수 있다. 당세포는 보통 5~30명 단위로 이루어진 기층의 당조직으로서 일상의 '인민'과 직접 접촉하는 단위이다.

당세포대회는 역사적으로 1994년 3월, 그리고 2007년 10월 두 차례 개최되었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당을 아래로부터 응집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에 당세포비서대회를 개최해왔다. 1994년의 대회가 주로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조선노동당의 응집을 목적으로 했다면, 2007년은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전당적 힘의 결집을 목적으로 했다. 그렇다면 이번의 당세포비서대회의 목적은 무엇일까? 세포비서대회를 알리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서는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어서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당 조직의 강화 그리고 새로운 발전전략에 대한 전당의 결의와 총의의 결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지난 1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서 당세포비서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하였다. 사진은 2007년 10월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전국당세포비서대회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러한 목적 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강성국가 건설 위업을 실현하는 데서 획기적 전환을 가져오는 역사적 이정표"로 이번의 대회를 규정하고 있는 대목이다. 물론, 과거 두 번의 대회에서도 '충성'과 '발전'이라는 목표가 전면에 제기되었고, 이를 가장 기층의 조직인 당세포비서대회를 통해서 확인하고 당적 차원에서 추진해나갔던 것은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대회가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의 등장 이후, 북한 사회의 일정한 변화의 모습과 당세포대회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지난해부터 보여주었던 일단의 변화와 관련하여 이번의 당세포비서대회는 주목된다.

우선 당세포비서대회의 가장 큰 목적은 정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부에서 말하듯 김정은으로의 충성을 다짐하는 자리를 넘어서, 당 조직의 정상화와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당 조직의 정상화는 지금까지 김정은 등장 이후, 두 번에 걸친 당대표자회를 통한 중앙당 조직의 정상화와 지방당 조직의 정상화 그리고 이제는 기층에 이르기까지의 일사불란한 당 조직 체계의 완성을 의미한다. 김정일 사망 직전에 보여주었던 당의 정상화 움직임의 마지막 단계로서 이번의 당세포비서대회가 위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당의 정상화는 과거 김일성시대에 보여주었던 당을 통한 정상적인 국가통치체계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당의 세포가 정상화되지 않고서는 중앙당의 어떠한 정책과 노선도 북한 전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또 당의 직접적인 지도하에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당세포비서대회의 정치적 측면은 바로 이와 같은 당의 정상화 및 당의 지도가 최말단에까지 직접 전달되고 통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의 당세포비서대회가 주목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북한의 경제적인 변화 움직임과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직전부터 '선군'정치의 집중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여 당과 경제를 중심으로 한 강성대국 건설에 주력해왔다. 비록 2012년의 '강성대국 건설의 대문을 여는 해'가 유보되기는 했지만, 경제 건설을 통한 인민생활의 안정 및 향상은 김정은 시대 최고의 과제가 되었다. 이미 2012년 4월에 밝힌 '더 이상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겠다고 한 이후, 올해 신년사에서는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경제지도와 관리를 개선'해야 하며, '경제관리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완성해나가며 여러 단위에서 창조된 좋은 경험들을 널리 일반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결국 지난해부터 부분적으로, 지방 단위에서 실시되기 시작한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올해 들어와 본격적으로 실시할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록 북한 경제 관리의 개선이 중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점진적이고 단계적이며, 우리의 기준에 비추어보아 개혁과 개방이라 부르기 부족하지만 변화는 분명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농장과 기업 및 공장에서 독립채산제나 분조 구성의 변화, 생산물 처분권의 강화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비료와 전기 생산이 늘어나면서 식량과 전력 사정도 나아지고 있다. 남북경협이 정체되었지만,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면서 한국은행의 통계에 의하더라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남한과의 경제협력이 없더라도 경제성장의 동력을 부분적으로나마 갖추어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본다면, 지난해까지 우리에게 그저 풍문으로만 회자됐던 경제관리 및 운영에서의 변화가 올해에 제도화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관리의 개선과 변화를 당이 주도하고, 당의 확고한 지도에 의해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 조직들이 이를 올바로 인식하고, 주민들의 생활과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당세포비서대회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앞으로 더욱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당세포비서대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나타나게 될 북한의 움직임이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획기적 전환'과 '역사적 이정표'로 이번의 대회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대한 준비된 기획 행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북한의 변화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이며 정치적 한계 내에서의 변화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남북관계 역시 이러한 변화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변화하는 북한을 앞에 두고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신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우리의 대북정책은 대체로 북한의 변화를 주요한 '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면, 그러한 변화를 더욱 추동하는 것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접촉을 통한 '신뢰의 구축 - 접촉의 확대 - 변화의 확대 - 신뢰의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박근혜 당선자가 공약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도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미 변화를 시작하고 있는 북한을 우리는 제대로 따라가기라도 하고 있을까? 신정부의 대북정책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한편에서는 걱정도 스멀스멀 커져간다. 첫 단추를 잘 끼워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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