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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저격수'를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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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저격수'를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까닭은

강한 캐릭터로 오바마 보완…일각선 '클린턴 3기' 불만

"대통령이 되는 사람들한테 난 이렇게 말하겠어. 친구 중에 자기보다 똑똑하고 강한 사람이 있으면 그가 바로 당신의 비서실장이라고."

백악관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의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에서 제드 바틀렛 대통령은 비서실장리오 멕기레와 단 둘이 있을 때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이 드라마에는 또 리오 실장의 직속 부하인 비서실 차장으로 조쉬 라이먼(브레들리 휘트포트 분)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 '웨스트윙'의 조쉬 라이먼 비서실 차장(오른쪽)

바틀렛이 대선 후보였던 때부터 캠프에 들어간 조쉬는 터프한 성격이면서도 실용주의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백악관에 입성해서는 자신들이 추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부통령을 협박할 정도로 저돌적인 모습을 보인다.

드라마 후반 조쉬는 백악관을 떠나 유색인종(히스패닉) 정치인인 매튜 산토스를 보좌하며 그가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조쉬의 이같은 캐릭터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정책보좌관을 했던 램 이매뉴얼 현 연방 하원의원. 그는 '웨스트 윙'에 카메오로 출연, 조쉬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 이매뉴얼 하원의원이 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됐다. 전임 민주당 행정부의 백악관에서 일하고, 이후 유색인종의 백악관 입성을 돕는 스토리가 '웨스트 윙'의 그것과 꼭 같이 됐다.

그렇잖아도 극중 산토스 대통령의 성향이 오바마 당선인과 닮았고 당선 전략도 유사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웨스트 윙'이 현실로 재현된 것이다. 극중 바틀렛 대통령의 말까지 맞다면, 이매뉴얼 내정자는 오바마보다 더 똑똑하고 더 강한 인물인 셈이다.

"정치자금 많이 안 내면 수표를 찟어버리겠다"

오바마 당선인이 이매뉴얼을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초대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정권 초기 새로움이나 화합보다는 강인함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그처럼 이매뉴얼은 의회 내에서 싸움닭으로 통하는 터프한 성격으로 그의 이름(Rahm)을 딴 '람보(Rahm-bo)'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그가 민주당의 저격수(assassin)라며 정적에게 독설을 퍼붓고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스타일의 정치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그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알려졌다. <LAT>는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충분한 기부액이 나올 때까지 기부자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심지어 기부액이 적을 경우 수표를 찢어 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오바마가 자신의 이미지와는 다른 이런 인물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은 바로 그 '자신의 이미지와 다른' 점 때문이다.
▲ 오바마 당선인과 이매뉴엘 비서실장 내정자 ⓒ로이터=뉴시스

하원에서 민주당내 서열 4위로 장차 하원의장직에 오르는 것이 꿈이었던 이매뉴얼은 백악관 경험은 물론, 한때 투자은행에서 근무한 적도 있어 의회와 백악관, 시장 경험까지 3박자를 두루 갖춘 인물이다.

공화당의 하원 원내 대표인 존 베이너 의원은 이매뉴얼을 잘 아는 사람들은 오바마와 대조적인 성격으로 보완적인 관계 속에 백악관을 조화롭게 잘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태생 유대인인 이매뉴얼은 직설적인 성격에 당파적 이해가 걸린 문제에는 저돌적인 스타일이지만 현실 감각도 뛰어난 실용주의자로 분류된다. 또한 정책에 있어서는 클린턴 같은 중도파로 오바마가 너무 왼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바마가 이매뉴얼을 기용한 것은 그가 백악관과 의회 모두에서 탁월한 경험을 쌓은 데다 중동 문제에 대해서도 식견을 갖추고 있으며 금융위기의 수습을 위해 필요한 시장 경험도 풍부하다는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바마는 유대인을 비서실장에 세움으로써 차기 행정부에서도 미-이스라엘 동맹을 지지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에 보낸 것으로도 분석된다.

"부시 3기라고 욕하더니 클린턴 3기 만드나"

한편,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인선 작업이 시작되면서 오바마 캠프 내에서 '클린턴 3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운동 시절 "존 매케인이 당선되면 '부시 3기'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던 오바마가 오히려 그런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매뉴얼뿐만 아니라, 클린턴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존 포데스타 미국진보센터(CAP) 소장이 정권 인수팀장으로 내정됐고,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차기 내각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재무장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물망에 올라 있는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NSC 부보좌관 등도 클린턴의 측근 인사들이다.

이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해 왔던 시카고 선거운동 본부의 오바마 측근들 사이에서는 '변화의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당선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인선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6일 전했다.

특히 과거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인사들의 불만이 크다. 매케인 보다 오바마를 더 심하게 공격했던 힐러리 진영을 잊었느냐는 것이다. 경선이 끝난 뒤 힐러리 진영을 끌어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제 대통령에 당선된 이상 '오바마의 정체성'을 가진 행정부를 꾸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인수팀에서 활동하게 될 오바마의 한 핵심 측근은 "우리는 '돌아온 클린턴(Clinton redux)'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클린턴 행정부 출신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훌륭하고 좋은 인재는 널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카고 측근들 중에서도 "경제위기를 극복을 위해서는 경험 있는 당내 인력풀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만만찮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클린턴 백악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던 윌리엄 갤스턴은 "1992년 클린턴이 처음 당선됐을 때도 전임 민주당 정권이었던 카터 행정부 출신 인사들의 기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카터 행정부는 정책의 실패로 국정지지율이 낮았던 반면, 클린턴은 백악관을 떠날 때도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야당이었던 지난 8년 동안에도 민주당이 클린턴 부부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지난 16년간 클린턴 측과 선이 닿지 않은 민주당 인사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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