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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동)/冏(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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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동)/冏(경)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87>

지난 회에 尙(상)=冋(경)의 가능성을 얘기했었다. 그런데 이 두 글자의 중간에 위치함직한 글자들이 있다. 冏(경)과 同(동)이다.

同은 <그림 1> 같은 것이 전형적인 옛 모습이다. 이 그림에서 口(구)를 제외한 윗부분은 凡(범)자로 인정되는 글자와 똑같아 이런 구조로 보는 설명들이 많다. 모두(凡)의 말(口)이 일치한다거나, 가마(凡) 같은 것을 구령(口)에 맞추어 들어올리는 것을 나타냈다는 식의 설명이다.

이런 어설픈 설명을 보다가 <그림 2>를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윗부분이 H자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놓은 것이지만, 그림처럼 두 개의 H자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붙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바로 <그림 1>과 같은 모습이 된다. 이 두 그림은 같은 글자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림 2>는 바로 尙의 옛 모습이다. 지난 회에 봤듯이 尙의 윗부분은 冂 위에 점이 두 개 찍힌 모습에서 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冂과 두 점이 합쳐진 H자 모양으로 나타났던 글자꼴은 冋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두 점 부분은 苟(극)에서처럼 '초두' 비슷한 모습을 띠기도 했는데, 그 '초두'가 <그림 2>의 위쪽 H라면 同 역시 尙 등의 변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冏은 同에서 바로 유추가 가능하다. 同의 중간 一 부분이 八로 분리된 것이 冏이다. <그림 2> 같은 중간 단계 모습에서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는 글자꼴이다. 冏=同=尙으로 연결될 수 있다. 모두 본래 윗부분에 자리잡고 있던 羊(양)자가 간략하게 정리되면서 여러 개의 글자로 분화했음을 알 수 있다.

冏이 尙과 같은 글자였다면 尙과 같은 글자라고 한 商(상)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商은 지금 모습을 기준으로 하자면 아래에 冏이 있고 거기에 辛(신)자 비슷한 모습으로 변한 羊의 옛 모습이 얹힌 것이다. 冏과 거기에 뭔가를 더한 商이 같은 글자라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전에 전승 과정의 오차로 설명한 바 있다. '3+2=3'의 모순등식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한자가 수천 년 동안 전해져 오면서 획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했기 때문이다. 윗부분 羊이 간단하게 정리된 것이 冏, 그 부분이 복잡한 채로 남은 것이 商이다. <그림 3>은 商의 일반적인 모습보다 윗부분에 辛=羊이 하나 더 들어 있다. 이런 '오차'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同이 尙=商과 같은 글자였다면 재미있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지난 회에 정리하지 않고 넘어왔던 이 글자들의 의미에 관한 것이다.

同은 지금 '같다'가 대표 의미지만, 그 의미 뒤에 '모이다' '무리' '알현하다' 같은 의미가 있고 이것이 본래 의미에 가까운 것인 듯하다. '알현'은 당연히 제후가 천자를 뵙는 것이고, 그렇다면 '모이다'나 '무리' 역시 그냥 평범한 모임이 아니라 제후들이 천자를 뵙기 위해 모이는 '會盟(회맹)'이다.

여기서 좀더 상상을 펼칠 수 있다. 尙의 '높이다'나 그것이 왼쪽에 들어 있는 敬(경)의 '공경하다', 그리고 尙의 변형인 苟(극)의 '삼가다'는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의미다. 천자를 대하는 제후들의 태도다. 尙에는 '주관하다'의 뜻도 있는데, 이는 제후가 아닌 천자의 입장이다. 商의 '헤아리다'는 천자의 지혜를 나타낸 말이고, 冏의 '밝다'도 창문의 모습을 그려 나온 얘기가 아니라 천자를 칭송하는 '아부 멘트'다.

商이 나라 이름으로 쓰인 것은 '천자의 나라'를 지칭하는 일반명사에서 점차 고유명사로 변질되고 그것이 특정 왕조에 붙여진 것일 수 있다.

이 글자들의 윗부분에 들어간 羊은 회맹 때 희생물로 양이 쓰여 그것을 나타낸 의미 요소일 수도 있고, 발음이 尙 등과 비슷하니 발음기호일 가능성도 있다. 아래 口 역시 '성/정' 발음의 '큰입구'로 보면 발음기호로도 볼 수 있는 동시에 '나라'라는 의미 요소로 들어간 것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同자의 의미로부터 시작한 이 의미 얘기는 주관적인 상상이라는 딱지를 벗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런 점을 감안하고 들어주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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