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옥스퍼드, 돈 없는 학생은 못 다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옥스퍼드, 돈 없는 학생은 못 다녀!?

영국 옥스퍼드대, 재정 보증서 제출 안한 학생 입학 취소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의 세인트 휴즈 칼리지가 재정 보증서를 제출하지 못한 학생에 대해 입학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지난해 3월 세인트 휴즈 칼리지 경제사회사 석사 과정에 불합격한 데미안 섀년 씨가 재정 보증서를 제출하지 못해 입학이 취소된 것과 관련, 학교를 상대로 '차별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재정 보증서란 옥스퍼드 대학의 세인트 휴즈 칼리지에서 2010년부터 모든 대학원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학비와 생활비에 대한 보증을 받는 일종의 문서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에 최소한 1만 2900 파운드(한화 약 2200만 원)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학비를 포함해 연간 2만1000 파운드(한화 약 3500만 원)에 대한 보증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보증에 아르바이트나 기타 수익을 통해 향후 마련하겠다는 보증은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섀넌은 협동조합에서 1만 파운드(한화 약 1700만 원)를 대출받고 나머지 돈은 틈틈이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학교 측은 이를 보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졸업생들 ⓒ로이터=뉴시스

세인트 휴즈 칼리지 측은 섀넌이 재정 보증을 하지 못해 입학이 불허됐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학교 측 변호사는 <가디언>에 "학생들에게 재정 보증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재정에 대한 어려움이나 염려 없이 학업 과정을 마칠 수 있느냐를 보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학교 내 주요 대학의 지원자수가 너무 많다. 따라서 특정 코스를 밟으려는 사람은 이를 완결지을 수 있는 재정을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한 요건"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섀넌은 이것이 곧 차별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 상태가 입학에 영향을 끼치는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입학에서 제외된다. 특히 학비도 아닌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보증이 입학의 필요조건이 되는 것 차제가 차별"이라며 "인권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인트 휴즈 칼리지는 이번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했는데 이틀 동안 이들에게 2만 5000 파운드(한화 약 4200만 원)를 지불했다. 소송 기간 전체 비용으로 따지면 6만 파운드(한화 약 1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섀넌의 친구들은 그가 이 소송에서 지면 소송에 걸린 전체 비용을 물어야 하는데 그러면 그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섀넌의 어머니는 이미 파산한 상태고 아버지는 태어날 때부터 누군지 몰랐기 때문에 부모의 도움을 일절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공판은 2월 맨체스터 법원에서 열린다.

대학 돈 벌자고 학생들 재능 버리자는 건가?

섀넌의 소송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헤이즐 블리어스 전 지방자치단체 장관이 그를 지지하고 나섰다. 블리어스 전 장관은 이 사건이 대학원 진학을 원하지만 재정적인 장벽에 부딪힌 학생이 겪는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리어스는 영국 일간지 <옵서버>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생활비를 보증하라는 요구는 정말 불공평한 것이다. 그들은 이 코스를 택한 뛰어난 학생들에게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고 이는 곧 우리가 정말 재능 있는 학생들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세인트 휴즈 칼리지가 책정한 기준에 대해 비판했다. 2만 1000 파운드를 보증하라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리어스 전 장관은 "옥스퍼드와 같이 물가가 비싼 곳이라고 할지라도 한 학생이 1년간 살아가는 데 1만 3000 파운드 (한화 약 2200만 원)보다 훨씬 적게 들 수도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생활비는 학생의 개인적인 영역이다. 그리고 이곳(옥스퍼드)에서는 시간제 일자리를 구할 기회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국에서도 치솟는 등록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가디언>은 영국 고등교육통계청(HESA)자료를 인용하여 2011~12년에 1만 6000명 정도의 영국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전년도에 비해 8%가 떨어진 수치라고 전했다.

<옵서버>는 이번 달 영국의 11개 대학 총장들이 모여 수업료 상승이 사회적 분열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총장들이 학비 보조금 삭감과 대학원 학생들의 재정 결핍이 사회적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