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 열린 이른바 'KBS 대책 회의' 6일 전인 11일에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주관으로 김회선 국정원 제2차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나경원 한나라당 6정조위원장 등 정부·여권 관계자들이 모여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8월 11일 롯데호텔에서 'KBS 대책 회의'와 비슷한 모임을 가진 적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장소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관계자 몇 사람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일은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전 의원이 "이 자리에 있는 의원도 참석하지 않았느냐. 관계자가 누구냐"고 재차 묻자 최 위원장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경원 의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청와대 대변인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국정원 2차장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서 "장소는 확실치 않고 시기도 확실치 않으나 다만 8월 초 서너 명이 모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 자리에서 KBS 이야기가 나왔는지 기억이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기 국회가 열리기 직전이라 제도 개선의 문제가 있을 것이고 'KBS 문제'도 나올 수 있었으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은 "조찬 모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KBS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6정조위원장으로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 신문 방송 겸영 허용 등의 이슈를 놓고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병헌 의원은 "지난 8월 8일 정연주 전 사장이 불법 해임된 사흘 뒤 방송통신위원장 주관으로 모임이 잇었다는 것은 중대한 증언"이라며 "나 의원의 말대로 'KBS 대책 회의'가 아니더라도 국정원 2차장, 청와대 대변인, 방통위원장, 여당 정조위원장이 모였다는 것은 언론 전반에 대한 장악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의 서갑원 의원은 "국정원 2차장과 청와대 대변인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방통위의 정기국회 대비를 논의한 것이 적절하느냐"고 따지면서 "국정원이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문제가 20년 만에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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