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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한미FTA 비준, 지금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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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상천 "한미FTA 비준, 지금은 때가 아니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33> 외교통상통일위의 미주 감사 결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의 미주 감사반 7명(안상수, 남경필, 구상찬, 정진석, 박상천, 신낙균, 문국현)이 아르헨티나 대사관을 끝으로 감사 일정을 모두 마쳤다.

16일 오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사관을 감사 중인 통합민주당 박상천 상임고문을 만나 미주지역 감사결과를 들어봤다.

박 의원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며 피해대책 마련과 재협상을 준비해야 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해외공관의 업무를 대학입시에 비유하면서 공관은 국민보호가 제1의 필수과목이라며, 필수과목을 등한시하고 '선택과목'(각종 잡무)에만 충실한 공관의 안이한 업무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 아르헨티나 대사관 국감 현장 ⓒ김영길

다음은 아르헨티나 국감현장에서 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외교통상부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한국 공관을 감사했는데 한미 FTA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미국 공화당의 입장은 연내에 반드시 비준을 한다는 것이고, 민주당 오바마 후보는 일부 지역의 노동자 표를 의식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건 비공식적인 자료입니다만, 오바마의 참모들은 한미 FTA를 비준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미 의회 비준은 빨라야 2009년 하반기로 보고 있습니다. 금년 내로는 어렵다는 게 이번 국감에서의 공식적인 답변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의회의 마지막 회기인 '레임덕 세션(lame duck session)'에서 비준안 처리를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미 의회의 우선순위는 금융위기 수습을 위한 법안마련 등에 치중하게 되었고 한미 FTA가 밀리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우리가 먼저 국회비준을 통과시켜서 미국에 압박을 가하자는 입장이고 야당인 우리 민주당은 선 피해대책 마련, 후 비준동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년에 그렇게 서둘러서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우리가 비준을 해도 미국 대사의 말대로 2009년 하반기에나 미국이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면 그건 옛날 얘기가 돼버립니다. 그만큼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비준을 서두를게 아니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입니다.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하는 등 제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태식 주미 한국 대사는 상임위 통과를 먼저하고 본회의는 나중에 하자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본회의는 비준안 통과의 의례적인 절차에 불과하고 대책마련이나 미비점, 재협상 등 보완 문제는 상임위 차원에서 처리해야만 할 사안입니다. 우리당은 아직 공식적으로 결의하지는 않았지만 대책만 마련된다면 한미 FTA는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서 무조건 반대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 한미 비자면제 협정이 체결되고 전자여권이 발급되면 한국 국적의 국민이면 누구나가 미국을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기대에 차 있는 분위기다. 특히 남미 교포들은 미국을 여행하기 위해 종전 복잡한 비자신청 서류 준비와 까다로운 인터뷰 절차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아주 크다. 뉴욕에서 비자면제협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비자면제협정과 전자여권에 대한 문제점은 뭔가?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이해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국대사관 국감을 하면서 알아본 바로는 무비자 협정이 아니라 양해각서(MOU)입니다.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전자여행허가제 (ESTA)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해 범죄예방과 대처를 위한 협력증진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비자 면제를 해주는 대신 이 두 가지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후부터 미국 방문을 희망하는 한국인은 미국입국 72시간 전에 미국의 ESTA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을 해 미국 방문 의사를 밝힙니다. 이때 미국 입국시 제출해야 하는 입국신고서 양식의 17개 항목의 개인신상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는 신청자의 입국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만일 미국 정부가 신청인의 입국으로 허가한다면 입국허가통보를 하게 되며 입국을 불허한다면 입국 거부 통보를 하게 됩니다. 그 통보를 받은 신청인은 주한 미 대사관에서 종전처럼 입국비자를 받아야만 미국 입국이 가능하게 됩니다.

미국과의 무비자 면제 양해각서가 가진 긍정적인 면으로는 종전 비자신청시 74가지 이르는 개인신상정보 기록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것과 일인당 약 28만원에 이르는 비자수수료를 면제받는다는 점입니다.

문제점으로는 전자여행허가제(ESTA)는 사실상 비자발급 신청을 하지는 않지만 허가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는 점입니다. 미국 정부로써는 당연히 범죄자 등 부적격자 입국을 걸러낸다는 필터역할이 필요할 것입니다."
▲ 박상천 의원 ⓒ김영길

-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한국 공관을 감사했는데, 어떤 문제점을 지적했나? 해외공관의 대국민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개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미국에서는 한나라당과 FTA 논쟁을 한바탕 했고 전자여행허가제 문제를 따졌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재미동포들에게 모국 은행에 달러 예금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의 은행들이 연 7%대의 예금 이자를 약속하고 예금을 유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상당한 인센티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만일 교포들이 달러 예금에 앞장을 서준다면 한국에서는 달러 부족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감이 해소될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들이 보유중인 달러를 풀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이에 대해 미국 대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이 운동을 추진해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브라질은 자원 외교가 일본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교민들의 주류사회 진출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습니다. 브라질에는 현재 약 5만여 명의 우리 동포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민권자는 약 19%정도에 이르고 있을 뿐입니다. 한국 외교부의 방침은 우리 동포들이 현지 주류사회 진출을 장려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한국 국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 현지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데 제약이 따르며 정계 진출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등 대다수 남미 국가가 그렇듯이 정치권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서 우리 동포들이 상원이나 하원에 진출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재외동포재단을 설립해서 해외동포들의 주류사회진출을 권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얼마 전 <프레시안>과 <한국일보>가 보도한 이과수에서 사고를 당한 김씨 문제를 추궁했습니다. (☞ 관련 기사 : 국제적인 망신 자초한 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이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구상찬(한나라당)의원도 함께 지적을 했습니다.

정부의 제1 업무는 자국민 보호이며 해외에서는 주재 공관이 이 책임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국 병원이 대사관의 업무를 대신했다는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강하게 추궁을 했습니다. 나는 또 주 아르헨티나 한국 대사에게 대학입시에는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이 있는데 대사관의 자국민 보호는 필수과목이라고 말했습니다. 필수과목을 제쳐놓고 책자 발간이나 서류 보고 등 선택과목에만 매달리는 게 공관 업무냐고 따졌습니다. 아르헨티나 대사는 재발 방지를 주문하는 우리의원들의 요구에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 이명박 정부 지지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뭔가?

"이 문제에 대해 정밀분석을 해보지 않았지만 정체성의 혼란이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분배 위주의 정책을 폈다면 민주당은 중도개혁 즉 중산층 이하 농어민 등 서민 보호를 하면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도 같이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자리 창출 없는 서민 보호는 서민들에게 오히려 고통만 가중시켜줄 뿐이기 때문입니다.

통합민주당은 개혁성향의 중도주의를 정강정책으로 삼아 국민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민들을 철저히 보호하면서 경제 성장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 일본, 중국에 버금가는 경제대국을 건설하는 게 우리 세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됐을 때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도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겠는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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