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16일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언론재단 등을 대상으로 연 국정 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과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에 항의하는 미디어행동, 전국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직접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디어행동 관계자 10여 명은 이날 국정 감사가 열린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회의장 앞에서 '언론 장악 저지' 팻말을 들고 침묵 농성을 벌였으며,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을 찾아 "언론노조가 친노단체라는 근거를 대라"고 따지기도 했다.
이날 국정감사가 열린 프레스센터 18층에는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의 사무실이 있다.
"언론노조가 친노단체라는 증거를 대라"
신학림 전 위원장은 이날 9시 50분께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진성호 의원을 따라와 "언론노조를 '친노단체'라고 한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이에 진성호 의원은 "시끄럽다. 조용히 하라"며 답변하지 않았으나 신 전 위원장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이런 질문도 하지 못하느냐"며 "구체적인 근거를 대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를 본 이정현, 주호영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이게 뭐하는 짓이냐", "경찰에 고발조치해야 한다"고 고함을 질러 소란이 벌어졌다. 고흥길 문방위 위원장도 "국감장까지 뛰어올라 그러는 법이 어디있느냐"며 이날 국감장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언론재단에 "경찰에 고발 조치하도록 신원을 확보하라. 노조원이나 다른 행패 부리는 사람이 없도록 정리정돈하라"고 지시했다.
신학림 전 위원장은 당황한 한국언론재단 관계자 등의 요청을 받고서 자리를 떴다. 고흥길 위원장은 " 진 의원의 요청에 따라 관할 경찰서로 신병을 인도했다. 법적인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성호 의원은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은) 2007년부터 2008년 2월 퇴임까지 거의 매달 민주언론시민연합 간부들을 비롯해 친노무현 성향의 언론노조 간부들과 간담회성 식사 등을 하면서 방송 정책과 방통 융합 정책을 긴밀히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언론노조는 "언론노조가 왜 친노단체냐"등의 성명을 내 강하게 반발했었다.
또 이날 한국언론재단 국정감사 회의장 앞에는 미디어행동 활동가 10여명 이 "지역방송 종교방송 다 죽이는 민영 미디어렙 결사반대", "YTN은 한나라당 방송이 아니다" 등의 농성을 벌여 퇴거를 요구하는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직접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고흥길 문방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은 직접 이들에게 찾아가 "여기는 국정감사장이다. 당장 물러나라"고 했고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등은 "우리가 고흥길 위원장의 지시를 받는 사람들이냐"며 "복도까지 회의장이라는 논리는 누가 내세우는 것인가. 진성호 의원이 성실한 답변부터 해주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국회 치욕의 날" vs "한나라당 스스로 한 일부터 돌아보라"
이후 이어진 오전 국정감사는 이러한 상황을 놓고 공방을 거듭하다 정회됐다. 한나라당 의원은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오전의 상황을 놓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신학림 전 위원장 등에 대한 고발을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은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면서도 "박래부 이사장을 탓하기 전에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행태를 돌아보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입법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치욕의 날이다. 국정 감사장에서 의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데 박래부 이사장은 무슨 일을 했느냐"고 사과를 요구했고 한선교 의원은 "지난 방통위 국감때 전투경찰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던 것은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 오늘이야말로 경찰이 배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YTN 대량 해고 사건, KBS 보복 인사 등 언론에 대한 폭압, 폭력에 대해 울부짖는 국민적 함성, 정당한 요구라는 측면은 생각 안 해봤느냐"며 "오늘의 사건은 유감이나 그전에 반성부터 해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병헌 의원은 "문방위 위원이 해당 단체를 왜곡하고 매도하는 보도자료를 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원인도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책에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은 "국정감사장 질서 책임자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워낙 예상치 못한 사태였고 또 그 사람들이 외부에서 진입한 사람이 아니라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충분히 대처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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