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에 대한 첫 공판이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이규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정 전 사장은 국세청과의 세금 환급 소송을 도중에 포기해 KBS에 1800억 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기소됐다.
정 전 사장은 모두진술에서 검찰의 기소 자체가 자신을 KBS 사장에서 해임시키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부터 사임하라는 압박이 시작됐으며 5월 들어 본격화했다"며 "검찰은 이미 조사와 관계없이 기소 방침을 정해놨고, 그러한 방침은 사임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있어온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잇따른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검찰의 소환에) 불응한 이유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상징으로서 KBS 사장의 책임감이 더 중요했으며 공영방송 KBS 구성원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제기된 '배임 혐의'를 놓고는 "세무 소송을 조정에 의해 종결하지 않았다면 KBS는 아직도 소모적인 소송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국세청은 계속 추징금을 부과했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공영방송 운영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심에서 승소해서 세금 다 받을수 있었다면 그걸 포기하는 바보가 이 세상에 어디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소송 종결 결정이 세무소송팀과 KBS 감사실, KBS 경영회의, 이사회 등이 관여해 결정된 사실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KBS 사장의 제왕적 권력을 해체하고 아래로 권력과 힘을 분산시키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KBS를 운영해온 저였기에 독단적인 운영은 저 자신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거짓과 불의가 판을 치는 이 어두운 세상에서도 진실과 정의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법정에 임할 것"이라며 "저를 기소한 검찰과 고발인의 주장 하나 하나의 실체가 이 법정에서 밝혀지게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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