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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소號"의 '진실'과 한ㆍ중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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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소號"의 '진실'과 한ㆍ중ㆍ일

[우수근의 아시아워치]

일본에서 집권 자민당 총재인 아소 다로(麻生太郞)가 제92대 일본 총리로 선출되며 아소 내각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3전4기'의 도전 끝에 겨우 총리가 될 수 있었던 아소의 개인적 역정(歷程)이나 순탄치만은 않았던 총리선출 과정 등은 그에 대한 일본의 시각과 향후 일본의 향방을 전망하게 하여 준다.
  
  그는 일본 큐슈 지방의 대기업인 아소 그룹이라는 일본 재계의 내노라 하는 명문가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후쿠오카 8구에서 9선을 기록 중인 그는 일본 현대정치사의 뿌리라 일컬어지는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이며 스즈키 젠코 전 총리를 장인으로 둔 일본 정계 최대의 명문가 출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처럼 화려한'배경'을 자랑하는 그가 자민당에서 고작 20여명의 소속의원을 지닌 군소파벌의 수장에 불과하며 3 번씩이나 총리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것은, 휘황찬란한 배경이라는'허상'속에 가려있는 아소 다로 개인의 '실체'에 대한 일본사회의 냉정한 평가를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ㆍ참의원 양원에서 각각 실시된 총리지명 선거 결과 또한 아소 다로 개인에 대한 평가가 그대로 배어났다. 이번에 치러진 총리지명 선거 결과 중의원에서는 그가 총리로 지명된 반면, 참의원에서는 민주당의 오자와 대표가 총리로 지명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본에서는 이럴 경우, 양원 간의 협의를 거쳐 한 사람으로 원만하게 '합의'하게 된다. 그런데 아소는 이 곳에서도 참의원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결국 중의원 우선 원칙에 따라 총리로 취임하며 어렵사리"아소 號"를 출범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왜 이렇게 아슬아슬한 아소 선수를 출전시킨 것일까? 그 이면에는 바로 "아소 號"의 진실, 즉 자민당의 다급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경기 후퇴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집권 자민당의 실정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민당의 장기집권에 신물을 느끼는 일본인들 또한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자민당은 야당으로 전락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자민당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존 자민당 정치인들과는 다른 색채를 지닌, 그러면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지닌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 나 온 것이 바로 아소 다로인 것이다.
  
  아소 다로 신임 일본 총리는'만화는 일본의 문화다!'라고 주장하는 만화광으로 매주 10 여 종류의 만화를 구독하는가 하면, X-Japan 과 같은 일본의 대중 문화를 즐기며 젊은 층의 "오타쿠(おたく)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일본 사회에서 정치의식을 부드럽게 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No는 No!다"라며 자신의 주장을 확실하게 내세우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등, 애매모호함 속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일본 정계의 기존 이미지와는 퍽 다른 면도 지니고 있다. 바로 이와 같은 그의 남다른 색채가 구시대 정치인에 신물을 느끼고 있는 일본인들, 또한 자신들의 문화를 이해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의 젊은 층으로부터 정치인으로서는 비교적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좀 더 잘 아는 일본인들은 그는 단지 '정치 연예인'에 불과하다며 그의 '허상'을 지적한다. 3세 정치인으로서 호의호식하며 서민세계와 동떨어진 삶을 지내 온 그의 '실체'를 고려할 때, 그에게 기대할 것이라고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력을 기반으로 대중적 인기를 지닌 정치인이 부재한 자민당의 인물난 속에서 아소 다로의 등장은, 썩 내키지는 않지만 혹시나 하며 꺼내든 자민당의 선거돌파용 '최후의 발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그이다. '귀족내각', '명품내각'이라 불리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일본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집안 내력을 지닌 세습의원들로 조각하여 자민당에 화답한 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 멤버로 싸워나갈 것이다"며 총선을 향한 전열의식을 불태운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사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출범 후 실시되게 될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소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자민당의 예상처럼 되지 않을 경우, 군소 파벌의 수장에 불과한 그의 당 장악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속에서 11월 중에는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하게 되면, 그는 일본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으로 기록될 수 있다. 그런데 자민당 내에서의 장악력 강화와 총선 승리라는 절대절명의 긴박한 양대 과제를 지니고 있는 그를 둘러싼 일본 국내의 이와 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아소 號"의 일본과 한일 관계 및 한중 관계는 순탄하지 못할 수 있다. 그가 자신을 총리로 선출해 준 그의 '색채(외교분야 포함)'를 한 순간에 번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교분야에 관한 그의 기존의'색채'를 분석할 때, 그 동안 과거사와 관련한 다양한 망언을 만들어내며'망언제조기'라 불려 온 극우 성향의 외교 색채는 일단 향후 한일관계 및 중일관계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도 한국 못지 않게 우려하고 있다. 이는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터져나오는 "후쿠다 총리 덕에 중일관계가 겨우 좋아졌는데….", "외교만큼은 후쿠다 총리에게 맡겨야 한다…"는 등의 아쉬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관으로만 일관하기는 아직 이를 수 있다. 예를 들면 신사 참배 옹호론자이면서도 2006년 8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하여"개인적 신념과 국익 사이에서는 국익이 우선이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나. 2008년 8월 15일에는 후쿠다 총리의 방침에 따라 참배를 유보하기도 한 그의'또 다른' 행보는 일본과 한일 및 중일 관계에 한 가닥 희망을 지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 탓인지 중국에서는 한 나라의 총리가 되었으니 종전과는 다른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없지 않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할 때, 결국, 아소 號의 출범과 향후 한중일 관계의 향방은 아소 다로 개인의 행보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일단 아소 총리를 둘러싼 일본의 대내적 상황을 고려할 때, 그는 그를 총리로 등극시킨 그의'색채'를 고수하며 오히려 강화하려 들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외교분야에 대한 기존의 색채도 그대로 고집하면, 아소 號의 일본과 주변국과의 관계는 우리의 우려 이상으로 경색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일반적인 정치인과는 다른 면모를 지녀 온 그가, 총리로 집권하면서 적어도 외교분야에서는 그 동안의 그의 외교적 행적과는 '또 다른' 행보를 선보인다면, 아소 號의 일본과 한일 및 중일 관계는 우려만큼 경색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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