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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이틀째 징계위, '소신' 조합원에 간부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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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이틀째 징계위, '소신' 조합원에 간부 '절레절레'

"무더기 · 날치기 인사위, 차라리 징계 발표나 하라"

YTN의 사원 징계위원회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YTN 사측이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 인사 불응, 방송 중 '공정방송' 피케팅 등을 이유로 사원 33명을 무더기로 징계 대상자로 선정하고 인사위원회를 강행하고 있다. 인사위원회 자체가 구본홍 사장에 반대하는 사원들을 문책하기 위한 '소모전'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사원들 사이에서는 "인사위원회 자체가 징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위원장 노종면)는 인사위원회 개최 전 부터 각 사원들에게 징계 사유가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는 점, '기피 대상'인 인사들이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구성됐다는 점 등을 들어 위원회를 연기할 것을 요청했으나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인사 대상자가 너무 많으니 기일을 나눠 진행하자'는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24일 인사위원회는 오후 3시부터 시작해 조합원 12명을 심의하고 오후 9시에 끝났다. 사측은 나머지 21명에 대해 25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은 사측의 고소에 따른 경찰의 출석조사도 있는 날이라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누가 누구를 징계하는가"

24일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17층 대회의실 앞에는 100여 명의 YTN 조합원들이 모였다. 33명의 징계 대상자와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조합원들이 모인 것. 사측은 노조와 징계대상자들의 항의에도 33명을 한자리에서 기다리리게 하고 '가나다' 순으로 이름을 불러 진행했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모여 '하염없이' 차례를 기다렸다.

조합원들은 징계위원회에 출석한다는 긴장과 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에 참가한 자신의 소신을 인사위원들 앞에서 밝히게 된다는 흥분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이들은 노조가 미리 나눠준 '인사위원회 대응요령' 등을 들여다보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등을 구상했다. 애초에 사측에서 사원 각각에게 징계 사유를 뚜렷히 밝히지 않은데다 조합원들도 구본홍 사장의 인사위원회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아 어느 곳에서도 '징계'를 기다리는 이들의 풀죽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한명 한명의 사원들이 인사위원회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노조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고조된 분위기로 바뀌었다. 위원회에 들어갔다 나온 이들은 인사위원들이 어떤 질문을 던졌으며 자신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를 두고 '이야기꽃'을 피웠고 누가 인사위원회에서 더 오래 '소명'했는가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날 인사위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위원들은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에 참석한 사실이 있느냐", "방송 뒤에서 피켓은 왜 들고 있었느냐", "노조의 지침이 가장 중요한가" 등의 질문을 던졌고 일부 위원들은 '해고' 운운하며 조합원들을 사실상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원들은 인사위원회의 부당함과 진행 방식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으로 맞섰고 일부는 "왜 인사위원회 출석 통지서를 집으로 보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일부는 "징계 사안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은 명백한 기피대상인데도 어떻게 인사위원으로 나와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 일부는 '왜 인사조치에 따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방송에 차질이 생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구본홍 사장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준비기간 없이 인사를 내는 것이 맞는 일이냐고 생각하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 YTN 사옥 17층 대회의실 앞에 모인 YTN 조합원들. ⓒ프레시안

▲ 인사위원회가 열린 17층 대회의실에서 나오는 YTN 조합원. ⓒ프레시안

조합원들의 강경한 태도에 인사위원들은 다소 당황한 표정이었다. 당초 조합원 1명당 5분에서 10분 정도를 예상했던 이들은 조합원들의 소명과 항의가 길어지자 "그만하고 나가라"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인사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간부는 휴식차 회의실에서 잠시 나오면서 동료와 마주치자 "만만치가 않네"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했다.

한편 노조와 징계 대상자들은 인사위원회가 통상적인 근무시간까지 넘겨가며 길어지자 "근로기준법과 시간외 근무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면서 "일할 권리와 쉴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항의했고 이에 징계위는 대책회의를 거쳐 '정회 후 다음날 속개하겠다'는 입장을 노조에 통보했다.

노조는 "인사위는 정당한 소명권 보장 요구, 정당한 소명준비기간 보장 요구를 묵살했기 때문에 단 1명에 대해서도 심의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라며 "각본대로, 일정표대로,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이뤄지는 인사위가 아리라면 합리적으로 일정을 잡아 정상적으로 인사위를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각본대로 진행하는 인사위라면 '날치기 인사위'를 당장 중단하고 징계 결고를 발표하는 것이 대내외적으로 비웃음을 그나마 덜 살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구본홍, 차라리 지금이라도 정치로 나가라"

한편 이러한 징계 대상자들를 바라보는 조합원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한 조합원은 "구본홍 씨는 사장 자리에 앉은 이후로 대화 시도는 전혀 없이 강경 일변도로만 나가고 있다. 조직을 장악하지도 못하면서 망가뜨리기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처음에는 공정방송 사수 투쟁으로 시작했지만 구본홍 씨의 일면일면을 보면 볼수록 방송사 사장감은 아니다 싶다"며 "구본홍 씨가 정권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정치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정권에도,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고 일침을 놨다.

또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은 "소위 '사장 노릇을 하고 싶어한다는 사람이 사원들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며 "사장으로서 감동을 주기는커녕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들어와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혀를 찼다.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은 이날 인사위원회가 성명의 '가나다' 순으로 진행된 터라 가장 후순위로 밀렸다.

징계대상으로 꼽힌 한 사원은 "하루에도 몇번씩 괴롭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번 싸움이 정당하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다"며 "이번 징계로 내가 어떤 불이익을 받을까 두렵다기 보다는 사측의 의도대로 이번 징계로 노조가 분열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YTN 노조는 사측의 징계위 강행에 대항하는 의미로 25일 방송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본사 지국의 연가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날 연가투쟁에 동참한 조합원들은 징계위원회 항의와 25일 서울 남대문 경찰서 앞 경찰 조사 기자회견에 동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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