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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상 최대 보복 인사'…"정부 비판 보도 씨말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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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상 최대 보복 인사'…"정부 비판 보도 씨말리기"

사원행동 무력화 시도… '탐사보도팀'은 해체 수준

이병순 KBS 사장이 '피의 숙청'을 시작했다. KBS 경영진은 17일 밤 9시 50분께 기습적으로 이병순 사장에 반대했던 사원들을 대거 지방이나 한직으로 전보 조치하는 무더기 보복 인사를 냈다. '70~80년대에도 없었던 사상 최고 수준의 보복성 인사', '법도 원칙도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최악의 인사'라는 평가다.

'사원행동' 참가자에 대한 보복인사

이번 인사 대상자는 평사원 95명. 이중 절반 이상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사원이거나 KBS 앞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사원, 사내게시판(KOBIS)에 이병순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사원 등으로 사내 비판 세력 무력화가 주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KBS 사원행동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양승동 PD는 PD협회장직에서 복귀한 지 일주일 만에 TV제작본부 스페셜팀에서 심의실로 보내졌다. KBS 노조위원장 출신인 현상윤 PD는 TV제작본부 환경정보팀에서 시청자센터 시청자사업팀으로 발령이 났다. 지상파 방송 중 처음으로 한미FTA와 미국 쇠고기 문제를 다뤘던 이강택 PD는 수원센터로 가게됐다.

특히 방송 정책 등을 결정하는 편성본부와 정책기획센터의 경우 사원행동에서 활동한 사원들이 전원 배제됐다. 권오훈 정책기획센터 기획팀 PD는 글로벌센터 글로벌 전략팀으로 보내졌고, 이태경 편성본부 편성기획팀 PD는 '방송문화연구소'로 발령났다. KBS 사원행동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촛불시위 사회를 보기도 했던 최용수 수신료개선팀 PD는 느닷없이 부산방송총국으로 보내졌다.

또 자발적으로 사원행동에 참여했던 기술직 사원들은 여주, 화성, 양주, 김제, 당진 등 전국 각지의 송·중계소로 보내졌다. 이중 고우종 기술본부 DTV서비스개발프로젝트팀 사원은 애초에 '연구원'으로 채용됐으나 이번 인사에서 양주중계소로 보내져 느닷없이 '기술'부터 익혀야 하는 처지가 됐다.

'탐사보도팀' 대학살

동시에 KBS 보도본부 탐사보도팀과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시사기획 쌈>, <미디어포커스>도 팀원들이 대거 전보조치 되는 등 대표적인 표적이 됐다. '권력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씨말리기 위한 인사'라는 비판과 더불어 이병순 사장이 아닌 그 윗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탐사보도팀의 경우 인원의 절반 이상이 다른 부서로 옮겨져 거의 '해체'에 가까운 인사라는 평가다. 사측은 지난 8일 발표한 팀장급 인사에서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을 팀원으로 전보 조치한데 이어 이번 팀원 인사에서는 김 기자를 부산방송총국으로 발령냈다. 그는 탐사보도팀을 만드는 데 산파 역할을 했고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또 탐사보도팀 김명섭 기자는 보도본부 1TV뉴스 제작팀으로 김웅규 기자는 정치외교팀으로 옮겨졌다. 특히 사원행동에서 앞장서 움직였던 최경영 기자는 '기자일'과는 관련없는 스포츠중계팀으로 옮겨져 대표적인 표적 인사의 사례가 됐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집중 포화를 맞아온 <미디어포커스>의 용태영 시사보도팀 선임기자도 보도본부 문화복지팀으로 전보됐고 나신하 기자는 뉴스네트워크팀으로 발령났다. 사원행동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미디어포커스>의 김현석 기자는 이번 인사조치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으나 곧 있을 11월 인사 조치에 포함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라디오뉴스를 담당했던 국은주 라디오제작본부 1라디오팀 PD가 한민족방송으로 발령나는 등 시사뉴스채널인 KBS1라디오를 이끌어온 중견 PD들도 음악방송1FM, 장애인전문 3라디오 등으로 좌천됐다.

"이번 인사조치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KBS'"

이에 대해 KBS 사원행동은 18일 정오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제사장의 인사권 남용이 상식과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도대체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관제사장의 광기가 멈출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양승동 KBS 사원행동 대표는 "우리가 우려했던 방송 장악, 프로그램 뉴스에 대한 장악이 시작됐다"며 "KBS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인사, 조롱거리로 전락시키는 인사다"라고 비판했다.

김현석 사원행동 대변인도 "'대학살' 수준의 부당 인사조치"라며 "이번 인사조치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KBS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원들을 이병순 사장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다 쫓아버리면 KBS에서는 누가 일을 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인사조치는 관례적으로 받아오던 '희망원'도 받지 않은데다 명단 발표와 동시에 시행일로 잡아 인사 대상자들의 황당함은 더했다. 느닷없이 부산으로 옮겨가게된 최용수 PD는 "오늘 새벽까지 아내와 이사가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래도 아내가 마지막엔 격려해줘서 다행이었다"면서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처럼 지역에서 더 큰 투쟁의 횃불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다같이 열심히 싸우자"고 했다.

연구원으로 일하다 '중계소'로 발령난 고우종 사원은 "연구 밖에 할 지 모르는데 중계소로 가면 사고를 많이 낼 것 같아 걱정"이라며 "KBS 발전을 위해 소신껏 싸우겠다"고 밝혔다. 탐사보도팀에서 스포츠중계팀으로 옮겨진 최경영 기자는 "스포츠 중계를 하면서 제대로 싸울 방안을 고민해보라는 뜻인 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KBS 사원행동은 일단 KBS 노조를 통해 '고충처리 절차'를 통해 부당인사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하는 등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KBS는 11월 중 대국-소팀제 개혁을 예고하고 있어 이때 다시 대대적인 인사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한편 KBS 노동조합는 이날 평사원 인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KBS 노조 집행부는 18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전라북도 군산 선유도에서 '비대위 해단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규 노조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인사권자가 자신의 권한인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므로 이에 대해 코멘트할 노조의 입장은 없다"며 "향후에 사원행동 등에서 고충처리 절차를 요청하면 검토해보긴 할 것이나 문제될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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