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臾(유)/曳(예)/叟(수)/受(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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臾(유)/曳(예)/叟(수)/受(수)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74>

앞에서 共(공)자의 이체자로 보이는 글자들을 여럿 제시했지만, 사실 이 여러 글자들이 모두 共자에서 분리됐다는 '확증'을 제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발음이 완전히 일치하는 형성자를 제외한 모든 글자의 자원설이 다 마찬가지다. 山(산)이 산봉우리 세 개를 그린 글자라는 얘기는 그런 설명이 그럴듯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정설이 된 것뿐이지, 그렇게 그 글자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든지 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제시하고 있는, 어떤 글자가 어떤 글자의 변형일 것이라는 얘기들 역시 그런 추측의 하나일 뿐이며, 단지 기존 자원설들이 지나치게 비상식적인 글자 만들기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보다 좀 가능성이 커보이는 글자 만들기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共이 두 손의 모습인 廾(공)=臼(구/국)을 둘 겹친 글자였고 그 모습이 상당히 여러 가지로 변했다는 얘기를 했다. 이번 회에 다룰 몇 개의 글자도 한 부분은 분명히 臼이고 나머지 부분이 지금까지 봤던 여러 가지 변형의 범위내에 있음직한 것들이다. 물론 글자 모양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共의 변형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고,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정도로 보면 되겠다.

臾(유)는 '잠깐'이라는 뜻이어서 글자 구성과 연결이 어렵다. 두 손의 모습인 臼자가 보이니 무언가를 잡은 모습, 사람을 잡아 끌고 가는 모습 등으로 설명하거나(<그림 1>), 申(신)과 乙(을)을 합친 글자로 보기도 한다. 후자는 소전체 모습을 그 두 글자로 분해한 것이다.

설명들이 모두 생경해 믿기 어렵고, 臼와 어떤 글자를 합친 글자로 봐야겠다. 臼는 발음기호가 될 자격이 있어 보이고, 人(인) 부분은 '사람 인'이기보다는 다른 글자의 변형인 듯하다. 그 가능성 가운데 하나가 廾이고 그렇다면 臾 역시 共=舁(여)의 변형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아이'인 兒(아)의 변형일 가능성인데, 兒 역시 발음기호 臼와 의미 요소 人을 합친 별도의 형성자일 수도 있지만 그것 자체가 舁의 변형일 가능성도 있어 다시 舁와 연결될 소지는 충분하다.

曳(예)는 소전체에서 臼와 弋(익)으로 정리됐지만 글자 모양이나 발음으로 볼 때 臾와 큰 차이가 없다. 그 변형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변형들도 있다. 貴(귀)의 윗부분은 소전체만 봐도 분명한 臾자여서(<그림 2>), 貴는 臾가 발음, 貝(패)가 의미인 형성자다. <그림 3> 같은 글자꼴도 보이는데, 이는 貝 부분이 빠진 윗부분만을 가차로 쓰던 것으로 보이며 共과 모양이 비슷해 臾=舁=共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毁(훼)의 왼쪽은 工(공) 부분을 土(토)로 쓰기도 하는데, 어느 것이나 변형이긴 마찬가지다(<그림 4>). 그 왼쪽은 역시 臾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다. 涅(열)·捏(날)은 오른쪽이 발음기호인데, 그 윗부분 曰(왈)은 曳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臼의 변형인 듯하며 아래 土와 합쳐 毁의 왼쪽과 같은 요소다. 涅·捏의 발음은 曳 계통 洩(설)과 비슷하다.

搜(수) 등의 발음기호인 叟(수)는 본래 叜로 썼다고 한다. 집안(宀)에서 손(又)에 불(火)을 들고 무언가를 찾는 모습이라고 한다(<그림 5>). 회의인 듯도 하고 상형인 듯도 한 설명이다. 이런 복잡한 회의나 장면 상형이 미덥지 않다고 보면 叟는 臾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다.

叜의 灾 부분이 臼와 세로획을 합친 모양에서 변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그림 3>에서 아래 두 손 가운데 한 손이 생략된 것임을 알 수 있다. 共의 여러 이체자 가운데 이렇게 한 손이 생략된 것은 爯(칭/승)이나 畢(필)의 옛 모습에서도 볼 수 있었다.

내친 김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受(수)는 위의 爪(조)와 아래 又(우)가 모두 손의 모습이어서 중간의 冖 부분을 어떤 물건으로 보고 그 물건을 주고받는 모습으로 설명한다. 冖 부분은 처음에 <그림 6>처럼 '배'인 舟(주)자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배에서 물건을 주고받는다거나, 그 부분을 凡(범)으로 보고 그릇에 담긴 물건을 주고받는 모습이라는 식의 '구체적'인 설명까지 나왔다.

그러나 冖 부분을 제외하면 두 손의 모습이니 臼자라고 할 수 있고, 冖 부분도 <그림 7, 8>처럼 간단하고 복잡한 여러 가지 변형이 있음을 생각하면 臾와 연결시키는 것도 그리 무리는 아니다. <그림 6>에서는 舟나 凡으로 봤던 가운데 부분이 또 다른 臼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고, <그림 9>를 보면 叟의 옛 모습을 연상시킨다. 受=叟=臾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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