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사장의 출근 시도는 지난달 22일 월급 결제를 핑계로 YTN 사옥에 모습을 나타낸 지 18일 만이다. 구 사장은 8일로 지난 7월 17일 YTN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지 54일째를 맞았지만 지금까지 정상적인 출근을 한 적이 없다.
노조는 보름 넘는 시간 동안 사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구 사장이 이날 출근을 시도한 것은 지난 주 진행한 노조 총파업 투표가 투표율 90%를 넘기며 기록적인 수치를 보인 데 대해 조급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구 사장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 YTN 노조원들과 숨바꼭질을 하듯 사내를 돌아다니며 어떻게든 사내에 머물러 있으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1시간 30분만에 사옥을 떠났다.
구본홍은 '숨바꼭질', 지역 조합원까지 '출근 저지' 동참
구본홍 사장은 지난 5일 사내게시판에 자신의 이름으로 글을 올려 '정상 출근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오는 월요일(5일) 정상 출근하겠다. 회사를 정상적인 경영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다"라며 "더 이상 불법적인 집단 행동으로 출근과 정상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바란다. 끝까지 방해하는 조합원은 형사 고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YTN 조합원 100여 명은 이날 7시부터 YTN 사옥 17층 사장실 앞에 모여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했다. 이날 출근 저지 투쟁에는 지역 조합원 3명도 상경, 동참해 더욱 사기를 높였다.
구본홍 사장은 8시 30분쯤 사옥에 나타났으나 17층 사장실 앞에 70여 명의 조합원들이 앉아 구호를 외치고 있자 사장실 진입 시도를 포기하고 옆에 있는 경영기획실로 들어갔다. 그는 9시 10분께 일부 실국장들을 불러 간부회의를 열려 했으나 노조원들이 들어가 "구본홍은 집에 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쳐 이 역시 무산됐다.
구 사장은 9시 20분께 집에 돌아가는 듯 경영기획실을 떠나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나 그는 15층에 내려 YTN 라디오 상무실로 들어갔다. 이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도 15층으로 따라가 구호를 외치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그는 20여 분간 눈을 감은 채 노조원의 구호를 듣고 있다 9시 50분께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했다.
구 사장은 이번에도 집으로 가지 않고 5층 홍보실에 머물렀으나 또다시 쫓아온 노조원들의 구호 속에 결국 10시께 사옥을 떠났다. 그는 시내 모처에 마련한 '비밀 사무실'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원들은 '숨바꼭질' 과정에서 구호만 외치고 몸싸움은 벌이지 않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날 오전 YTN 사옥 주변에는 무전기를 든 사복경찰 10여 명의 모습이 목격됐고, 주변엔 전경 100여 명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권력 투입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높아졌으나 구 사장이 물러나면서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노조, "구본홍 '끝장 투표' 수용하면 대화"
한편, 노조는 이날 오후 '비대위-집행부' 회의에서 총파업 찬반 투표 개표 날짜와 방법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총파업 찬반투표는 총 조합원 395명 중 364명이 참여해 92.1%를 기록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총파업 투표율이 90%를 넘기자 노조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열린 대화'를 제안할 때는 '대화는 없다'며 일방적인 부팀장 인사를 강행하고 보복성 사원 인사를 내더니 총파업 투표율이 높게 나오자 '대화 운운'하며 꼬리를 낮추는 것"이라며 "이제 구본홍 씨가 쓸 수 있는 카드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YTN을 정상으로 회복시키겠습니다'라는 성명에서 " 다음주 파업 찬반 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파업 출정식을 개최하겠다"며 " 더 이상 비겁한 줄대기와 조직 장악 기도로 노조의 노력을 방해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구본홍 씨가 그동안의 과오를 인정하고 인사를 철회하고 늦었지만 끝장 투표를 수용한다면 구 씨와 대화할 수 있다"면서 "구본홍 씨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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