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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이렇게 친절해도 되나?"

[기자의눈]세정 원칙마저 포기한 '생색내기'

5일 이명박 대통령과 각 부처 장차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 1차 생활공감정책 점검회의에서 정부부처는 67개 정책을 보고했고 이 가운데 10개 정책을 확정 추진하기로 했다.
  
  오늘 회의에서 확정된 10대 과제는 ▲잠자는 소득세 환급금 찾아주기 ▲생계형 음식점 개업시 채권매입 의무 폐지 ▲영세운송사업자 차고지 확보 의무제 폐지 ▲전통시장 영세상인 소액 저리대출 확대 ▲농가부채 경감을 위한 농기계 은행사업 실시 ▲빈곤층 아동에 대한 아동 양육비지원 ▲장애아동 재활치료 바우처 확대 실시 ▲B형 간염 등 아동 필수예방접종비 지원 ▲전국 영세민 주거지역내 동네마당 조성 ▲건강지킴이 국민 문화체육센터 건립 등이다.
  
  그런데 10대 정책 중 국세청 소관인 '잠자는 소득세 환급금 찾아주기'는 '서민을 위한 대책'이라고 무조건 환영하기 힘들다. 다른 대책들이 '재탕' 또는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중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 안해도 알아서 세금을 돌려줘?
  
  이날 국세청은 이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국세청 차장이 직접 별도 브리핑에 나설 만큼 무게를 두었다. 정병춘 국세청 차장은 '세정 역사상 처음'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걸며 "초과납부 소득세를 알아서 환급해주는 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환급 대상은 회사에서 원천징수를 당하지만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 외판원,학습지교사, 음료품 배달원 등 영세한 특수자영업자들이다. 이미 139만 명, 711억원으로 대상인원과 환급금액이 결정됐다.
  
  게다가 국세청은 "납세자들이 조금이나마 포근하고 넉넉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추석 연휴 전에 환급금 통지와 계좌이체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구제하지 않는다'는 법언이 무색하게 다른 곳도 아닌 '세금 징수 기관'이 '알아서 세금을 환급해주는 기관'을 자처하고 나설 만큼 국세청이 이렇게 친절해도 되는 것일까.
  
  국세청 고위 관계자가 "환급 대상자와 금액을 파악하는 작업이 매우 복잡하다"고 토로했듯, '행정력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작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에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는 공무원들의 생리에 익숙한 탓인지, '저럴 필요까지 있을까. 더 중요한 일도 많을텐데.."하는 의아함이 앞서는 대목이다.
  
  또한 최근 국세청은 국민에게 군림하는 '징세기관'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소득세에 대해서는 '신고납부제도'를 강화해 왔다. 자발적인 신고를 제고하고, 신고를 기초로 과세와 환급 결정이 이뤄지는 '따뜻한 세정'을 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이런 원칙과 근본적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병춘 차장도 "원칙적으로 자진신고납부제도에서 신고하지 않은 것을 환급하면 제도취지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 행정력 투입도 쉽지 않았다"고 이 대책을 실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토로했다.
  
  서민을 위한 대책으로 포장되면 무조건 환영할 일은 아니다. '전시행정'으로 서민의 불만을 달래려는 얄팍한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앞서는 정책 남발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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