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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모인 그들…"MB의 방송 장악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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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모인 그들…"MB의 방송 장악에 건배!"

[기자의 눈] '방송의 날'? '방송 장악의 날'!

시사 퀴즈 하나.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정국록 아리랑TV 사장,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이병순 KBS 사장, 한나라당 추천 KBS 이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무슨 자리일까?"

언뜻 '이명박 캠프 방송 특보 친목회'가 떠오르지만 그건 아니다. 답은 간단하다. 이들은 한국방송협회(회장 엄기영)가 2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연 제45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 모여 건배를 나눴다. 문화방송(MBC) 엄기영 사장, 서울방송(SBS) 하금열 사장 등도 이들과 함께 '방송의 날'을 축하했다.

권력자만 축하하는 '방송의 날'?

이날 연회는 특이했다. '주인'이라 할 만한 엄기영 사장 등 방송사 사장은 어딘가 불안한 표정이었던 반면, '손님'들이 오히려 즐거운 표정으로 마음껏 연회를 즐겼던 것. 특히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은 연회 내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공영방송 민영화',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민감한 사안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지만 엄기영 사장의 인사말과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발언도 미묘하게 어긋났다.

엄 사장은 인사말에서 "시청자의 보편적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방송의 산업적인 측면과 아울러 공익적인 측면에 대한 보다 많은 제도적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진 이명박 대통령은 '공익'보다는 '산업'으로서의 방송을 강조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이어진 건배 제의에서 "이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방송은 문화 창달의 중심에 서야할 뿐 아니라 성장 동력으로서 우리 경제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 더 '공익'이 아닌 '산업'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이병순 사장은 '취임 축하 인사'를 받느라고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연찬회에 참석한 몇몇 KBS 이사들은 이병순 사장에게 "사장 바뀌고 KBS가 매우 중요해졌다",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 "<시사투나잇> 등의 프로그램에 잘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 고흥길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이병순 KBS 사장 등. ⓒ한국방송

▲ 방송사 사장단 등이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를 듣고 있다. ⓒ한국방송

현재 '진행 중'인 방송 장악의 주역들이 '방송의 날'을 축하한다고 나섰으니 정작 방송 종사자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방송의 날'인 3일 YTN 조합원은 '공정 방송 사수를 위한 낙하산 저지 및 민영화 저지 총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를,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 행동'은 '이병순 체제'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총회를 열 예정이다.

'방송 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 행동'이 행사 직전 63빌딩 앞에서 연 기자 회견에서 박성제 언론노조 MBC 지부장, 심석태 SBS 지부장, 양승동 KBS 사원 행동 공동대표 등은 "차라리 방송의 날을 없애라"며 이명박 정부와 축하연을 연 사장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방송협회가 보낸 '초대장'을 갖고 있었으나 이날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을 만나 이날 기자 회견의 성명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우르르 몰려가서는 안된다'는 대통령 경호팀의 제지 탓에 한바탕 소동을 겪어야 했다.
▲ 63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방송 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국민행동. ⓒ언론노보

제45회 '방송의 날'. 정작 방송인은 축하하지 못하고 분노하며 싸움을 준비하고 권력자만 축하를 나눴다. 이런 '방송의 날'은 정말 방송의 날일까? 이날 연회를 지켜본 기자들 사이에서는 "방송 장악의 날"이라는 말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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