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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북핵 악화됐으니 '채찍' 들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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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북핵 악화됐으니 '채찍' 들 텐가?

한반도브리핑 <96> 불능화 중단 따른 정세관리 시작해야

이명박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다. 남북관계는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금강산 사태로 마비되었다.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해결 의지도 없어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핵 상황도 꼬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6일 불능화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선거전이 시작된 상황에서 타협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래저래 남북대화 중단의 장기화는 불가피해 졌다.

물론 정부 안에는 '남북대화 없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언제까지 그런 생각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릴 것들을 생각해 보자.

북핵 교착, 협상 타이밍을 잃었다

북핵 문제, 시간을 놓쳤다. 북한은 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불능화 중단과 원상복구 고려'를 발표했을까? 북한은 2007년 10.3합의에 따라 신고 자체를 테러지원국 해제의 상응조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시 미 행정부는 검증 방식을 문제 삼았다. 선거전이 다가왔다. 외교적 성과에 급급해서 지나치게 양보한다는 보수적 비판에 직면해 버렸다. 그래서 테러지원국 해제와 검증방식을 연계해 버렸다. 북한은 반발하고 있다. 검증은 결국 3단계 핵 폐기에 해당하는 것인데,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어떻게 될까? 북한은 10.3합의의 '행동 대 행동'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어떤가? 2단계를 마무리 할 것인가? 아니면 선거 국면에서의 여론을 중시할 것인가? 양자택일의 순간이 왔다.

2단계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검증 방식의 타협이 불가피하다. 북한은 '특별사찰'이라고 규정하는 불시방문이나 사찰 대상의 확대에 부정적이다. 영변 5MW 원자로에 대한 검증은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 협상보다 국내정치를 선택했다. 현재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받아서, 검증 방식에서 타협하고 테러지원국 해제를 발표하기는 어려워졌다. 역시 대선 국면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은 북미접촉 과정에서 북한이 내린 결론이다. 대선 국면이 더 본격화되기 전에 마지막 카드를 빼 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부시 행정부 역시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양측 모두 협상의 타이밍을 잃었다. 대선국면까지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필자는 올해 초 부시 행정부 임기 내 북핵 상황에 대해 '그럭저럭 2단계'라고 예측한 바 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통일이 되어야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주변국들과 논의돼 왔던 대륙철도 구상은 그렇게 간단히 무시되어도 되는가? ⓒ뉴시스

'매케인 대통령' 나오면 MB 정책 힘 받을까?

북핵 문제가 교착, 혹은 악화되면 남북관계의 표류는 굳어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 역시 본질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 정책은 드러난 논리보다, 드러나지 않은 의도가 중요하다.

드러난 논리는 알다시피, 북핵 상황이 진전되면 남북경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북핵 상황이 악화되면? 그것이 이 정책의 숨겨진 의도다. 정책의 의도대로 보면, 채찍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도 어렵다. 이미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어 있고, 인도적 지원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뭐 특별한 정책 수단이 있겠는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무위(無爲). 아무것도 하지 않을 명분만 주어졌다.

그러나 명심해야 한다. 현재 북핵 상황은 대선 국면에서의 일시적 '동결'이다. 대선 이후 달라질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오바마와 매케인이 가진 대북 인식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누가 되어도 정권을 잡으면 북핵 해결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매케인이 되더라도 결코 부시 행정부 초기로 돌아가기 어렵다. 그런 방식으로 북핵문제를 풀 수 없음은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이다. 물론 오바마가 되면 북미관계의 진전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부통령으로 지명된 바이든 의원은 한반도 사정에 밝다.

한국은 미국 대선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비해야 한다. 누가 되어도 한미 양국의 대북 강경정책 공조는 어려울 것이다. 2009년의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정세 관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반전의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 것이다.

남북관계 중단 불편해 하는 중국과 러시아

중국이나 러시아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껄끄럽게 생각한다. 25일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의제들과 달리 양측은 대북정책과 관련, 각자의 입장을 병기했다. 입장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한국은 공동성명에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통해 상생·공영의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했고, 중국은 "남북한이 화해·협력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계속 지지 한다"고 했다. 비슷한 개념으로 구성된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다르다. 한국은 상생과 공영으로 이름을 바꾼 '비핵-개방-3000' 구상을 중국에 설명했지만, 중국은 왜 화해협력정책을 지속하지 않느냐고 묻는 듯하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을 지지해 왔다.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원하지, 갈등이나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 당연히 남북 대화의 중단이나 불신 관계의 증폭을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되었지만, 한중관계는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수준을 당국 차원의 신뢰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과 중국의 한반도 안정추구 정책은 어울리지 않으며, 신뢰증진을 가로 막는 변수가 되고 있다.

한편 정부 안에는 남북관계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서울이 평양으로 직접 가도 되는데, 굳이 그 길을 가지 않으면서, 베이징을 통해 가겠다는 발상.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치 부시 행정부 초기 중국 역할론을 주창하던 네오콘들을 보는 듯하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 중국은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에서 긍정적인 중재 역할은 할 수 있지만, 한반도의 균형이 깨지는 결과를 원치 않는다.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 한중 신뢰증진의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러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의 주변국 외교를 보면, 정상회담 자체에 급급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회담의 내용이다. 9월말 한러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지만, 기대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극동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한러관계를 바라본다. 전통적으로 러시아가 정상회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는 철도 연결, 에너지 협력, 남-북-러 삼각협력 순이다. 북한을 중계 거점으로 한러 경제협력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극동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이러한 러시아의 구상은 현실화될 수 없다. 10.4선언에서 합의했던 남북 철도의 연결은 사라졌다.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던 남-북-러 3자 철도회의도 불가능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는 "부산에서 화물을 싣고 대륙횡단철도를 따라 중앙아시아, 서유럽까지 갈 수 있습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조건이 붙었다. '통일이 되면.'

깜짝 놀랐다. 통일이 되어야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연결하겠다니. 그러면 그동안 한러 양국사이에 논의해 왔던 대륙철도 구상은 어떻게 되는가? 철도연결 구상을 이렇게 생각하는데, 블라디보스톡~청진간 송전사업, 사할린 가스파이프(PNG) 연결사업, 나진선봉 활성화 사업 등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남북관계 없이 러시아 극동에서의 한러 협력은 어렵다. 러시아가 중시하는 의제들의 진전 없이 우리가 원하는 자원외교의 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자 중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왼쪽 2번째)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맨 오른쪽)과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다. 중국은 이 장면을 속 편하게 보고 있었을까? ⓒ청와대

남북관계 중단으로 진정 잃는 것

진정 잃는 것은 결국 남북관계에 있다. 이산가족들의 불만이 높다. 정부에서는 최근 이산가족 위로 행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산가족들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겠는가? 위로가 아니라, 만남이다. 공사를 끝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산가족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대한적십자사에 상봉을 신청하고 기다리는 많은 이산 1세대들은 대부분 고령이다. 시간이 없는 그들에게 이토록 허망하게 시간을 보내란 말인가?

남북 경제협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남북관계 중단에도 불구하고, 인적교류와 남북교역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개성공단 입주업체가 증가했기 때문에 그만큼 인적교류가 증가했고, 원자재의 반출과 제품의 반입이 증가한 것이다. 위탁가공이야 사실 남북 당국간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현재의 남북경협 통계는 지난 정부 정책의 결과이지, 현 정부의 성과와는 무관하다.
▲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프레시안

오히려 북중 무역의 증가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상반기 북한의 대중국 광석 수출은 69.4% 증가했다. 북한이 갖고 있는 비교우위는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남북 당국 관계의 장기 중단은 남북 경제협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국 그 공백은 북한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로 나타날 것이다.

남북관계 중단으로 국내정치적으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 보면 잃는 것이 더 많다.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크다.

시간도 잃는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집권 초기에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후회할 것이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협력이 부재한 만큼 남북한의 시간 격차도 벌어진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시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통일의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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