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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애국주의는 폭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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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애국주의는 폭발하지 않았다"

올림픽 이후의 중국 ① 정치·사회

베이징 올림픽의 폐막이 어느덧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마침내 종합순위 1위를 차지하며 스포츠 최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얻게 됐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에도 발생한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의 테러는 중국의 국가 통합이 여전히 요원함을 보여주었다. 한 쪽에서는 중화 민족주의(혹은 애국주의)의 광풍을 우려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분리주의 운동이 벌어지는 곳이 오늘의 중국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 경제가 어려움과 곡절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유행한다. 또한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을 계기로 동서 신냉전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올림픽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미 전략동맹'에 대한 불만을 올림픽 때문에 꾹꾹 눌러 왔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그 감정을 표출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프레시안>은 이처럼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올림픽 후의 중국'을 전망하는 전문가 3인의 글을 시리즈로 마련했다. 이 연재에서는 올림픽에서 나타난 중국의 문제와 향후 변화의 방향을 중국 내부의 정치와 사회, 경제, 중국과 세계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짚어 볼 예정이다. <편집자>




(☞ 올림픽 이후의 중국 ② 경제 : "개혁개방 30년, 잔치는 끝났다")

올림픽을 즐기겠다고 하면 이웃나라에서 올림픽이 치러지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차가 거의 없어 올림픽 경기를 보느라 밤잠을 설칠 필요가 없다. 게다가 한국 선수들도 컨디션 관리가 편한 탓인지 다른 올림픽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스트레스 해소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2주일 남짓한 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순수한 스포츠 행사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개막 이전부터 인권을 둘러싼 시비에 끊임없이 휘말렸고, 개막식은 중화주의 부활을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었고, 중국 관중들의 과도한 응원은 맹목적 애국주의의 표출로 간주되고 있다. 냉전해체 이후 상업화로 시비로 얼룩져온 올림픽에 정치가 이념대결이 아니라 국가주의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복귀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과 인접하고 있는 나라로서 우리가 이러한 정치적 관심의 자장에서 완전히 벗어나 올림픽만을 즐기기는 힘들 것이며 따라서 이와 관련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러한 논의들은 중국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는 계기로서 긍정적 의미가 있지만 종종 올림픽에 지나치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 오성홍기로 페이스페인팅을 한 중국 어린이 ⓒ연합뉴스

애국주의? 국가통합?

예를 들면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 애국주의 폭발의 전환점으로 보는 견해들이 있다. 실제로 애국주의는 중국에서 그 영향력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사조이고 베이징 올림픽도 그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중국 지도부도 이를 통치정당성 강화에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3월 티베트에서의 유혈사태와 올림픽 개막을 전후로 중국의 서남, 서북, 남부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한 대규모 집단시위, 테러 사태는 애국주의로 묶어낸 상징적 통합의 이면에 깊고 심각한 사회적 균열이 존재한다는 점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의 정치가 더 개방적이고 인권을 존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올림픽에 그러한 정치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의 하나가 올림픽이 치러지는 기간 중 베이징 시내에서 허가된 시위기 진행될 수 있도록 지정한 '시위지역'의 경우이다. 이는 개방적 태도를 과시하기 위한 정책이었는데, 중국 정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총 74건의 시위를 신청했지만 모두 법에 따른 조정절차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시위가 한 건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베이징 올림픽은 정치적 측면에서 특별한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고, 베이징올림픽을 통한 중국 정부의 국민통합의 시도도 명확한 한계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정치사회적 변화가 여전히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 보여준 것이다. 화려한 축제가 끝나면 중국인들은 다시 이러한 교착상태와 씨름해야 하는 현실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교착상태의 특징을 '거시적 안정, 미시적 불안'으로 정의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베이징 올림픽, '안전 올림픽' 되나) 거시적 안정은 정치 안정을 위협하던 권력갈등, 이념갈등, 중국공산당 통치에 대한 도전 등은 약화되면서 획득한 정치적 안정을 지칭한다. 미시적 불안은 민중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들(빈부격차, 재산권 등 경제적 권익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분쟁 등의 지속적 증가를 지칭한다.

지도부로서는 정치적 안정을 구가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주장하는 조화사회 건설의 길은 아직 먼 상황이며, 민중들의 불만은 누적되고 있지만 이를 거시적 변화를 이끌어낸 동력으로 만들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상황, 민간 역량, 네티즌이 변수

문제는 올림픽 이후 중국이 이러한 교착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인가에 있다. 물론 지금까지 소위 전문가들의 예측을 항상 비웃었던 중국의 변화를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를 전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를 제기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가장 커다란 문제는 경제적 상황이다. 경제예측은 이 글에서 다룰 일은 아니지만 최근 4~5년보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작년부터 뚜렷해진 물가상승은 이미 중국인들의 가장 커다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으며, 경제성장이 둔화될 경우 나타날 실업률의 증가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물가상승과 실업률 증가는 현재 만연된 미시적 불안을 거시적 불안으로 전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국내정세 변화를 예측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를 포함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정치적 불안은 대부분 경제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성화 점화를 위해 하늘을 날고 있는 중국의 체조 영웅 리닝 ⓒ베이징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민간 부분의 역량이 어떻게 발전될 것인가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도 다양한 NGO들이 발전하고 있으며, 정치적 도전세력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새로운 가치와 규범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매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NGO를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보고 이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림픽이 끝난 이후 중국정부가 NGO 등 민간 부분의 발전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할지 아니면 억제적 정책을 계속 견지할 것인가가 이후 중국 정치사회체제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 사회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또 따른 요인은 네티즌의 영향력 증가이다. 이미 네티즌들이 국지적 사건을 전국적 관심사로 만들고, 나아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공산당 총서기 후진타오가 네티즌과의 대화에 나설 정도이다.

물론 네티즌들의 영향력은 경우에 따라서는 보통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도 하고 또 애국주의적 경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등 현재로서는 중국 사회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현재의 교착상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무형인 동시에 가장 집단적인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요인들이 올림픽 폐막 후 올림픽이 변화시키지 못한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와 힘을 만들어낼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에는 우리에게 부담이 될 것도 있고(경제불안 및 사회적 혼란, 맹목적 애국주의 등), 동시에 중국과 우리 사이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기회(중국 내 NGO나 시민적 역량의 성장)도 존재한다.

우리로서는 중국은 균열이 없는 하나의 통일체가 아니라 그 내에 존재하는 다양성과 균열을 고려하며 중국을 상대해나갈 때 중국의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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