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囟(신)/西(서)/由(유)/冊(책)/角(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囟(신)/西(서)/由(유)/冊(책)/角(각)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65>

지난 회에 다룬 臼(구/국)=凶(흉)=心(심)의 변형으로 보이는 글자가 여럿 있다.

囟(신)은 지금 쓰이지 않는 글자지만 細(세)·思(사)의 田 부분이 소전체에 囟으로 돼 있어 그 구성 요소로 인정받고 있는 글자다(<그림 1>). '정수리'의 뜻이라 해서 갓난아기의 정수리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갓난아기의 정수리는 숨구멍 또는 숫구멍이라 해서 아직 굳지 않은 그곳을 통해 숨을 쉰다고 한다.

이 설명은 <그림 2>처럼 윗부분이 터진 모습에서 힌트를 얻은 것인데, 한자를 만들기 위한 관찰력이 참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그림 2>는 오히려 凶자를 떠올리게 한다. '신'이라는 발음은 凶과 같은 글자였던 것으로 보이는 心과 비슷하다. 현대 중국말 발음으로는 心도 '신'이다. 囟은 凶의 변형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細·思의 田 부분이 囟의 변형이라 했는데, 두 글자에서 이 부분은 구조상 영락없는 발음기호겠다. 받침이 떨어져나가 '신' 발음과 조금 달라졌는데, 여기서 연결되는 것이 西(서)다.

<그림 3>이 바로 西의 옛 모습인데, <그림 1> 같은 囟과 구분할 수 없다. 발음은 細·思의 경우에서처럼 받침이 떨어져나갔다. 西=囟인 것이다. 西는 새의 둥지 또는 새가 둥지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려 '깃들이다'가 본뜻이라고 한다. <그림 4, 5> 같은 모습에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요즘엔 대바구니를 그렸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중국말 '둥시(東西)'가 '물건'의 뜻인 데서 유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西는 囟의 변형일 뿐이다.

四(사)는 본래 작대기 네 개를 그어 나타내던 숫자 4의 의미를 차지한 글자다. 콧구멍에서 바람이 나오는 모양이라는 등 몇 가지 설명이 있지만 상형 대상으로 부적절해 보인다. 囚(수)는 사람(人)이 감옥(囗)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두 글자 모두 모양이나 발음으로 보아 西처럼 囟의 변형으로 보아 무리가 없다. 각각이 지닌 지금의 의미는 가차로 볼 수밖에 없다.

由(유)는 바닥이 깊은 술단지라거나 투구의 모습을 그려 冑(주)의 본래자라는 등의 설명이 있다. 그러나 이 글자는 <그림 2>나 <그림 4>와 막바로 연결된다. 囟=西의 변형인 것으로 보인다.

曲(곡)은 由에 세로획 하나가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그림 5> 같은 西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획 하나 차이는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림 6, 7> 같은 모습에서 대나무로 만든 잠박이나 목수들이 쓰는 곱자를 그렸다는 상형설들이 나왔지만, 西=由와 같은 글자에서 분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6>은 西 등의 뿌리인 臼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는 되고, 발음 역시 臼의 '국' 발음과 비슷하다. 지금 중국말 발음 '취'는 囚의 '츄'와 비슷하다.

冊(책)은 옛날에 종이 구실을 했던 대쪽을 묶어 놓은 모습이라고 한다. 이른바 竹簡(죽간)이다. <그림 8> 같은 모습이나 실제로 죽간을 사용했던 사실 등으로 볼 때 매우 그럴듯한 설명이다. 그러나 <그림 9>처럼 각이 진 모습의 글자꼴을 보면 曲자와 유사하다. 획의 개수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점을 다시 떠올리면 冊=曲일 가능성이 높다. 발음도 비슷하다. 曲을 가차해 '책'의 의미로 쓰다가 모양을 의미에 맞게 꾸몄다고 볼 수 있다. 그것 자체가 책을 그린 상형자였다면 竹(죽) 밑에 冊을 넣은 형성자 笧(책)자를 따로 만든 까닭이 아리송해진다.

角(각)은 짐승의 뿔 모양을 그렸다고 한다. 역시 그럴듯하기는 하다. 그러나 <그림 10>은 <그림 5>의 西와 흡사하다. 물론 <그림 11>처럼 뿔을 더 연상시키는 모습도 있지만, 이것 역시 <그림 10>의 변형일 뿐이다. 冊의 경우처럼 가차해 쓰다가 되도록 그 의미에 맞추어 모양을 변형시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발음은 曲과 연결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