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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RB가 금리를 올리기 힘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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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RB가 금리를 올리기 힘든 이유

[해외시각] "미국경제, 보통 상황이 아니다"

최근 고물가-저성장의 딜레마에 처한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들이 8월 금리 결정을 앞두고 금리 인상에서 금리 동결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5일 금리결정 회의를 앞두고 금리 동결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도 7일 회의에서 그동안 유력했던 금리 인상 카드를 유보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초까지만 해도 중앙은행의 주임무가 물가 안정이라는 원론에 따라 8월에는 금리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금리정책 결정자들의 발언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잠정치에서는 플러스였으나, 수정 계산한 결과 마이너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현재 미국의 경기둔화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다.
▲ 현재 미국의 경제위기가 역사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인플레이션 위협 속에서도 금리 인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 캐롤라인 바움은 최근 'U.S. Recession Is on Verge of Making History'라는 글을 통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며, 미국 경기둔화의 심각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 주목된다.

바움은 현재 미국의 경제가 역사적으로 손꼽을 만한 경기후퇴(recession)에 빠져있는 비상한 시기로 진단하고, 이런 상황에서 FRB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는 부담을 안게 될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이 글(
원문보기)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지난해 4분기 미국의 GDP가 당초 예상했던 0.6%가 아니라 -0.2%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것이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8개월 전 당시에도 미국의 주택시장은 무너지고 있었으며, 부도 건수가 증가하고 있었으며,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지난 4.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었다는 것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경기후퇴(연속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경기후퇴의 공식 기준)를 선언하기 쉽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 4.4분기 GDP가 0.2% 감소했다는 식의 통계는 전분기 대비로 크게 요동치는 경제성장의 흐름을 알려주지 않는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4.8%의 강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1분기는 0.1% 증가에 그쳤고, 4분기는 0.2%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도 1.9%(잠정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1분기는 0.9%). 그나마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된 덕인데, 문제는 수입이 6.6%나 감소한 탓이 크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은 "강한 경제에서 수입이 이처럼 급감하지 않으며, 특히 미국의 경우는 그렇다"고 지적했다. 2분기 말 80조 원에 달하는 정부의 세금 환급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지출은 1.5%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이 기간에 주택건설 투자는 15.6%나 감소했는데, 그나마 1년 사이에서 가장 적은 감소폭이다.

수익률 곡선의 역전 현상에 주목하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이 수익률 곡선이 전하는 메시지에 주목하지 않는데, 이 곡선은 경기후퇴의 선행지표로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

수익률 곡선은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단기금리와 시장에서 결정되는 장기금리의 차이를 보여준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수익률 곡선은 경기후퇴를 알려주는 가장 뛰어난 지표 중 하나였다. 1996년 컨퍼런스보드(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조사기관)가 주요 경제지표 항목을 재구성할 때 수익률 곡선을 포함시킨 것도 이때문이다.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반대로 된다는 것(금융당국이 단기금리를 장기금리보다 높게 유지할 때)은 향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연방기금 금리와 10년 만기 채권의 금리는 2006년 7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역전 현상을 보였다. FRB는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때까지 이 메시지를 무시했다.

정책결정자들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현상에 대해 '전세계적인 저축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상관관계가 없는 얘기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수익률 곡선이 역전이 되건 아니건 장기금리가 낮을 때는 경제가 가라앉지 않는다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무시했다.

역전된 수익률 곡선은 은행들을 곤경에 빠지게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손실을 고백하기 시작했을 때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플로이드 노리스는 정확한 지적을 했다.

"우리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은행들이 기대 이상 좋은 실적을 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은행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대출하면서 수익을 얻는다. 그런데 당시 수익률 곡선이 평평하거나 역전된 상황인데도, 은행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고, 실적도 좋았다.

알고보니 은행들은 수익을 찾아 AAA라는 높은 등급이 매겨진 쓰레기(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이를 담보로 한 주택저당증권)에 손을 대고 있었다.

"미국 경제, 보통 때가 아니다"

그들은 너무 멀리 갔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현재 수익률 곡선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연방기금금리와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의 금리 차이가 200 베이시스 포인트(2%)에 달한다는 것은 보통 때에는 통화팽창적인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지금은 보통 때라고 하기 어렵다. 1990년대초(저축대부조합 사태)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1992년 수익률 곡선은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400 베이시스 포인트)로 유지되어야 했다.

같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지금도 장단기 금리 차이를 더 넓혀야 한다. 이것이 FRB가 현행 2%인 연방기금 금리를 조만간 올릴 것으로 보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또 하나는, 경기후퇴 시기에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위험한 것은 차치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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