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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들의 보도행태에 뿔난 아르헨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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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들의 보도행태에 뿔난 아르헨 대통령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23> 크리스티나 대통령 기자간담회 현장

국내 보수언론들의 보도행태에 불만을 품고 지난 5년 가까이 철저하게 언론과 담을 쌓고 침묵으로 일관하던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츠네르 정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지난 2일 오후 낀따 올리보스(대통령관저)로 국내외 주요 언론인 250여명을 초대, 산적한 현안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K정권' (전 대통령이자 남편인 네스또르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4년 집권을 포함한 현 정부)기간 동안 단 한 번도 국내 언론들과 공식적인 인터뷰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날 기자간담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인 화제 거리였다.

이런 열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100여명 이상의 기자들이 질문을 신청해 대통령궁 대변인실은 20여명의 최종 질문자 선정에 애를 먹기도 했다.

왜 K정권은 국내언론들과 담을 쌓았을까? 키르츠네르 정권과 아르헨티나 국내 언론사들과의 해묵은 악연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김영길

오랜 기간 동안 인구 17만여 명의 시골 주지사 생활에 익숙했던 키르츠네르 대통령(남편)은 취임 전부터 의전이나 경호 등 격식을 파괴한 서민적인 행보를 보여 보수언론들의 입방아 오르기 시작했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써 체통을 지키라는 충고였다.

사사건건 자신의 행보에 대한 딴지걸기 보도에 불만을 품고 있던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날 한 언론사 기자에 의해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게 된다.

지난 2003년 5월 25일 오전 대통령에 취임한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신임내각 임명식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던 중 일단의 취재진들에게 포위되어 즉석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서로가 한 마디라도 더 질문하려고 밀고 당기는 와중에 모 언론사 사진기자의 카메라 앵글이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얼굴을 가격해 눈 위가 약 5cm정도 찢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취임 첫날부터 피투성이가 된 대통령은 응급조치로 몇 바늘을 꿰매고 반창고를 붙인 채 공식행사에 참석해야 되는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지언론들에 대한 불만을 조용히 삭이고 있던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이 사건 이후 언론사들의 접근을 차단토록 조치한다.

이렇게 시작된 현지언론들과의 악연은 2006년 7월 20일 아르헨티나의 코르도바시에서 개최된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장에서 이어진다.

당시 회담장 입구에서 키르츠네르 대통령을 붙잡은 아르헨티나의 한 유명 TV방송사 기자는 대통령을 바보로 만드는 엉뚱한 질문을 퍼부어 키르츠네르 대통령을 괴롭혔다. 끈질기게 이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질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대통령은 총총걸음으로 의전차량으로 향하는 순간 이 기자는 큰소리로 다시 한 번 대통령을 불러 세웠다. 순간 고개를 돌린 대통령은 몸의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지면서 열려있던 의전차량 문에 머리를 크게 다쳐 전신에 선혈이 낭자하게 번지는 그야말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온몸이 피로 물든 대통령의 모습은 전국에 생중계됐고 그 후부터 K정권은 철저하게 국내언론들과의 대화나 접촉을 회피하기에 이른다.

이 사고 직후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국내 언론들과는 도무지 대화가 안 된다" 며 선정적이고 무책임한 기자들의 수준을 직접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향후 국정을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대중집회를 통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작심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들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부활"이라고 목청을 높였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키르츠네르 대통령 부부는 외신들과는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들은 임기 동안 미국의 주요언론사 특파원들이나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언론사 특파원들과의 대화나 인터뷰는 늘 열어놓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내외신 기자간담회 자체도 아르헨티나 외신기자협회 집행부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다. 다만 시기적으로 농민파업과 정부의 국회 장악력 약화 등의 악재가 겹쳐 차제에 국내언론들의 입장도 한 번 살려주자는 의도가 포함되기는 했다.

아르헨 대통령궁의 공보실과 대변인실 관계자들은 이번 국내외 기자간담회 결과에 상당히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돌발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수준 있는 간담회라면 정부가 회피할 이유도 언론들과 담을 쌓을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이슈는 아르헨티나도 고속전철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른바 '총알기차'라 불리는 고속전철 노선을 부에노스아이레스-로사리오-코르도바 까지 착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분은 한국의 건설회사들과 중공업 회사들이 관심을 가져야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또 한 가지 특이한 사안은 미국 남부사령부(SOUTHCOM) 예하의 제4함대 창설에 대해 아르헨티나가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최근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미 국무부의 토마스 새넌 차관과의 대담을 공개하면서 "미국은 제4함대가 중남미 지역에서 대 테러 작전 수행, 마약밀매 근절, 불법이민단속 등의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중남미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하데 밝혔다.

이로써 미국의 남부사령부가 중남미 전체해역을 작전지역으로 설정한 제4함대 창설을 적극 반대하는 국가는 쿠바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등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제4함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곧바로 창설되어 미 해군을 이끌어 오다 2차 대전 종전 후 해체됐다. 그런데 지난 7월 이 함대가 남부사령부 예하부대로 재창설되어 쿠바를 포함한 중남미 전역 해역, 즉 대서양 전역을 작전지역으로 설정하고 재창설된 것이다.

칠레와 콜롬비아는 제4함대 창설을 환영하는 분위기며 브라질은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브라질 해군은 미 해군 함대가 브라질 해역에 입항하는 것만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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