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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0>


아내가 충주에 갔다가 얻어 온 옥수수를 삶아서 윗집에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저를 보고는 윗집에서 먼저 '옥수수 쪘는데 드실래요?' 하는 겁니다. 어제 내가 없는 사이에 음지말에 사시는 염씨아저씨가 집집마다 옥수수 한 자루씩을 돌렸다는 겁니다. 옥수수 때문에 쇠절골로 집 지어 들어온 세 가족 모두 행복한 얼굴입니다. 어제 오늘 오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옥수수를 쪄서 대접하고는 주는 사람이나 얻어먹는 사람이나 모두 행복해했을 모습이 떠오릅니다.

작은 것 하나도 나누면 행복해집니다. 남이 행복하면 나도 기쁩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만인의 행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지구상에는 비참과 비탄, 고통과 공포 같은 불행한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행복을 꿈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면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 행복은 곧 베푸는 것입니다.

나는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보다는 시골 여인숙의 식사를, 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정원보다는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공원을, 희귀한 서적보다는 산책할 때도 걱정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더 좋아합니다. 만일 내가 어떤 예술작품을 혼자서만 감상해야 한다면, 그 예술품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슬픈 마음이 기쁜 마음을 빼앗아 갈 것입니다. 나의 행복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는 데 있습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만인의 행복이 필요합니다."


그렇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걸 보며 행복해 하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사람입니다. 베풀면서도 행복해 하는 사람은 많은 것을 혼자 가지고 혼자 누리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값진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나누면서도 행복해 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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